이제 본격적으로 장화를 신고 호미 들고 나가야 하는 시기가 돌아왔다.
지난달부터 산책길에 풍겨나는 퇴비 냄새 때문에 당분간 산책은 안 되겠구나...했었다.
면이나 읍에 나가는 길에 보이는 밭은 이쁘게 갈아 놓은 곳이 나날이 늘어가고 퇴비 포대가 밭 두렁에 쌓여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오면 마음이 바빴다.
나도 빨리 시작해야겠다...
벌써 마당에는 풀들이 파릇파릇 올라오기 시작했다.
묵은 꽃대들 정리하고 꽃씨도 뿌리고 밭도 갈고 퇴비도 뿌리고 해야 하는데....늦기 전에 감자 심어야 하는데...
딸아이가 한 달 반을 머물다 가면서 그냥 심신이 안정(?)되지 않았었다.
내가 세팅한 공간이 허물어지면서 뭔가 산만했다.
한 달 반 휴가지에 있었던 것같은 느낌?
딸아이와 있으면 재미나고 좋다. 그런데 뭔가 내 생활이 아닌 것 같다.
3월 딸아이를 차 안 가득 실은 짐과 함께 서울로 데려다 주고 오니 이제야 심신이 안정되는 것 같다.
평소 방학 때는 길어야 2주일 정도 함께 있었는데 이번에는 한 달 반이나 같이 있어서
딸아이가 서울 가는 날이 다가올수록 괜히 우울한 것 같기도 하고 또 가고 나니 마음이 짠하고 허전하고 그랬지만
역시 딸아이 없는 집이 '내 집'이구나...ㅎㅎㅎㅎ
딸아이 역시 자신의 나와바리로 돌아가 짐 정리하고 방 세팅이 끝나니 '이제야 내 세계로 돌아온 것 같다'고 했다.
이제 다시 편안해졌다.
같이 있을 때의 즐거움, 떠나고 났을 때의 허전함... 이런 마음이 다 정리되고 이제 내 생활로 돌아오니 편안하고 너무 좋다.
나는 산만한 것 보다 그냥 좀 심심한 것이 더 나은 것 같다.
작년에 심은 쪽파. 봄이 되니 다시 살아났다. 파전 두어 판은 나오겠다.^^
어제 처음 장화 신고 나가서 묵은 밭을 조금 정리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삭신이 노근해져서 밥 숟가락 놓기 무섭게 잠이 쏟아지는 노동의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잘 해 봅시다!! 용가리와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