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눈이 오고 바람이 불고 다시 겨울로 돌아간 듯 날씨가 영하로 떨어졌다.
예쁘게 핀 수선화 꽃 송이에도 눈발과 얼음이 들어 앉아 마음이 아팠다.
엊그제부터는 어찌나 바람이 세차게 부는지....
바람 소리에 마음이 다 심란하고 바깥 일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아직 완성하지 못한 밭 이랑이 세 개 남았다.
그리고 야심차게 시작한 봄맞이 프로젝트도 아직 완성하지 못했고 말이다.
사실 그 프로젝트는 완성되었어야 맞는데...ㅠㅠ
눈바람에도 끄떡 없는 우리 이쁜이들...
누마루 문을 다시 단장하는 일이 이번 봄 가장 큰 프로젝트였다.
작년에 마루 문을 다시 발랐고, 재작년에는 안방 창문을 다시 했었다.
그 문들은 그래도 문짝이 4개였기 때문에 그럭저럭 할 맛이 났다.
그런데 누마루는 3면이 문으로 되어 있어서 문짝이 자그마치 12개!!!
문짝을 떼어내고 물을 묻혀 종이를 벗기고 사포질하고 오일스텐 바르고 다시 새 종이 바르고...
게다가 사이사이 말려야 하는 과정도 있으므로 하루 이틀에 끝낼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날씨도 바쳐주어야 하고 말이다.
장에 가서 필요한 물품들을 사고 일을 시작했다.
종이를 떼어내는 일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누마루 문은 다른 문과는 달리 목공 본드를 사용한 것이 있어서 종이를 떼어내기가 무척 어려웠다.
마침 서울에서 내려온 설님이 함께 했지만 그날 반도 완성하지 못했다.
바람은 아직 차고 물 묻은 손은 떨어져 나갈 것 같이 시려웠다.
이틀에 걸쳐 종이를 다 떼어 내고 용가리가 사포질을 시작했다.
사포질도 이틀이 걸렸다.
무엇보다 문짝이 많으니 4개 이상 하면 힘들고 허리가 아팠다. 무엇보다 지겨웠다.
역시 일은 돌려가며 해야 하는데 (중간에 차라리 삽질이나 풀뽑기를 섞어서 하면 좀 낫다)비가 예보되어 있어 멈출 수가 없었다.
비 오기 전에 누마루 문 장착을 목표로 쉬지 않고 매진했다.
며칠 동안 문짝 없는 누마루 보는 것도 안정적이지 않고...얼른 문을 붙이고 싶었다.
문을 달아 열어 놓는 것과 문을 떼어낸 것은 참 느낌이 다르다.
서울에서 내려온 고급인력 ㅎㅎ
사포질
오일스텐 바르기
문짝 없는 누마루
드디어 마지막 단계 종이를 붙이는 날이 되었다.
12개의 종이를 재단하고 마름질하느라 용가리가 돋보기 끼고 고생했다.
풀을 발라 하나씩 붙여나갔다.
반 쯤 했을 때 용가리가 소리쳤다.
이거 이상한데?
먼저 붙였던 문에서 종이가 쭈글거리며 가장자리가 일어났다.
뭐가 문제지?
작년 재작년과 다르게 한 것은 종이의 풀칠한 면이었다.
문종이는 일반 창호지를 쓰지 않고 좀 질긴 것으로 하는데
이번 구입할 때 판매하는 아주머니가 풀칠하는 면을 우리가 해 왔던 것과 반대편에 하라고 했던 것이다.
그 종이는 한 면은 매끈하고 다른 면은 좀 보풀거리는 재질로 되어 있다.
우리는 그냥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바깥으로 보이는 면이 보풀거려야 했기 때문에 그 면에 풀칠을 하고 붙였었다.
그러니까 안쪽에서 보는 면이 매끈한 면이 되도록 말이다.
그런데 아주머니는 매끈한 면에 풀칠을 하라고 했으니 매끈한 면이 바깥이 되는 것이었다.
'그럼 우리가 여태까지 반대로 했었네...'하면서 이번에는 매끈한 면에 풀칠을 했다.
사실 아무쪽에 풀칠을 해도 별 상관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풀이 마르면서 종이가 안으로 말려 들어가 가장자리부터 떨어져나갔다.
풀의 농도가 문제인가 싶기도 했지만 가운데는 또 잘 붙어 있었다.
7개를 그렇게 붙였는데 나머지는 우리가 원래 하던 대로 보풀거리는 면에 풀칠을 했다.
그랬더니 멀쩡하게 잘 붙었다.
차라리 물어보지 말고 그냥 왔으면 이렇게 망치지는 않았을텐데...ㅠㅠ 아줌마 미워~~~
그래도 이번에 확실히 알게 된 점이 있으니 그렇게 수업료 지불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아무쪽에나 풀칠하면 안 되는 종이가 있다는 점. 그러니 잘 알아보고 해야 한다는 점.
쭈글거리는 문을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물을 다시 뿌려 펴고 가장자리 풀을 다시 발라 수건으로 잘 눌러 주었지만 회복되지 않았다.
다음날 비가 올 것이고 바람도 불 것이니 일단 문짝을 달기로 했다.
둘 다 너무 지쳐서 이 일을 일단 마무리 짓고 싶었다.
힘들게 한 일이 깔끔하게 마무리가 되지 않아 기분이 영 찝찝했다.
그렇게 어설픈 마무리가 된 날 밤 용가리는 자면서 종이가 다 떨어져 너불거리는 꿈을 꿨다고....ㅎㅎㅎ
일단 문을 달았다. 문틀을 사포질하고 칠했기 때문에 깔끔해 보인다. 종이도 하얗고....
그.러.나. 요렇게 망쳐버린 7개의 문짝이 있다.ㅠㅠ
원래 우리가 했던 방식으로 붙인 문은 요렇게 깔끔하게 잘 붙었다.
이제 다시 7개의 문을 떼어서 종이를 벗겨내고 다시 새 종이에 풀칠해서 붙여야 한다.
빠른 시일에 해야 하지만 다시 마음이 날 때까지 조금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너무 힘들었다.ㅠㅠ
역시 문짝 12개는 쫌 많다...4개 정도가 적당하다...우리 수준에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