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딸아이가 집에 왔을 때 내가 자수 놓는 것을 보고는 자수 책을 뒤적거리면서
'이거 엄청 귀엽다. 나도 파우치 하나 만들워줘'
'파우치는 어려워... 지퍼 달아야 하잖아..엄마 손바느질로 지퍼 잘 못 달아'
'그래도 해줘! 내가 그냥 아무것도 없는 파우치 사다 줄테니까 거기다가 요 수를 놓아 줘야 해 ~'
딸아이가 찍은 자수 도안은 내가 훑어 볼 때에는 1도 예뻐보이지 않아서 전혀 땡기지 않았던 도안이다.
그런데 그것이 귀엽다며 해 달라고....
당시에는 전혀 해 줄 마음이 없었는데 딸아이가 돌아가고 나니까 계속 생각이 났다.
책을 뒤적거리다가 작은 자수 주머니 만드는 것이 있었다.
그럼 이 주머니에 딸아이가 원한 자수를 놓으면 될까나?
지퍼 없는 주머니지만 그래도 파우치로 쓰면 되지 뭐....
그래서 딸아이가 콕 찍은 도안으로 주머니를 하나 만들었다.
그러고 나니 자투리 천이 있어 이것으로 가방도 한 번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 시리즈에 맞게 모래밭 조개껍데기들로 말이다...
가방은 린넨으로 만들었더니 너무 힘이 없어 보여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자수를 조금 더 채워 놓을 것을 귀찮아서 가운데만 했더니 여백도 많아 보이고 말이다.
다음에는 더 힘 있는 천으로 만들어 볼까...하다가 말았다.
자투리 천이 있어 만들어 본 것인데 따로 천을 구입해서 만들 만큼 에코백을 선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 잠깐 시간을 내서 딸아이가 다녀갔다.
주문한 파우치와 달콤한 케잌을 교환했다.
물론 내가 덤으로 에코백도 주었다. ㅎㅎ
딸아이가 사 온 케잌과 교환한 에코백과 파우치
파우치나 에코백을 딸아이가 즐겨 사용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마음에 들지 않거나 실용성이 떨어지거나 여러가지 이유로 말이다.
그래서 말했다.
그래도 한 번은 들고 나가라~~
두고 두고 사용하지 않아도 한 번 정도 사용하면 그것으로 족하다. ㅎㅎ
이번에 딸아이가 다녀간 이유는 여러가지 이유 중에 사진을 좀 찍고 싶어서도 포함되었는데 그 대상을 찾느라 힘들었고 결국 찾았다.
예전에 봐 두었던 어떤 가건물(?) 같은 것을 찍고 싶다는 것이었다.
방학 동안 집에 있을 때 엄마 아빠와 다니던 길에 있었던 것이란다.
우리에게 그림으로 그려서 보여 주기도 했다.
우리가 다니던 길은 함양 읍에 가는 길, 산내 인월 쪽으로 가는 길, 진주 갈 때 이용하는 생초 쪽으로 가는 길.
이 정도로 압축할 수 있다.
그런데 오도재 넘어 함양 가는 길에는 없다는 것을 확인했고 그렇다며 두 군데가 남았다.
딸아이가 설명하는 건물(?)은 그냥 시골 길바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치된 낡은 시멘트나 컨테이너 구조물이니 것 같았다.
건물이 반이 딱 잘린 것 같이 되어 있고 길바닥에 떡 하니 나타났고 엄청 모던하고 시크했다나?
찾아도 없기에 니가 잘 못 봤거나 머릿속에서 재구성된 것 아니냐고 했더니 수첩을 보여 주면서 그거 본 날 자신이 적고 그려 놨다며 수첩을 보여 준다.
우리는 버스 정류장 아니야? 버려진 축사 아니야? 그러면서 길가에 낡은 구조물들을 가리켰지만 아니라고....ㅠㅠ
그러다 삼천포에 바람도 쐬고 회도 뜨고 멸치도 살 겸 조금 늦은 시간에 집을 나섰다.
생초 쪽 길을 볼 수 있는 기회다.
차를 타고 가면서 길 가에 있는 풍경들을 꼼꼼하게 보면서 지나갔다.
그러던 순간 드. 디. 어. 발견했다.
딸아이가 찾아 헤매던 그 모던하고 시크한 구조물이다. 그때는 안에 양파도 없었고 가운데 받쳐 놓은 기둥도 없었다고...
딸아이가 말하던 모던하고 시크한 구조물............???
우리가 웃음을 참지 못했지만 그래도 딸아이가 그려서 보여준 것이랑 일치했다.
그리고 딸아이가 봤을 때는 겨울이어서 아무것도 없는 황량함 속에 있었는데 지금은 한창 양파 수확철이라 양파망이 그 안을 메우고 있었고 주변에는 각종 트럭과 지게차 등등이 포진하고 있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사진을 찍었는데 시간이 해가 넘어가는 감상적인 시간이라 자기가 생각하는 분위기가 쫌 아니라며 실망했다.
그래도 우리는 딸아이가 말한 그 건물(?)을 찾은 것에 엄청 기뻤다.
정말 올 때마다 말했던 그 건물이 무엇인지 용가리와 나는 너무 궁금했기 때문이다.
3박 4일 있으면서 가장 큰 성과를 이룩했다.
이제 무엇인지 알았으니 황량한 겨울에 다시 와서 찍던가....그때까지 없어지거나 무너지지 않고 그 자리에 있다면 말이다. ㅎㅎ
집 주변을 산책하며 칡덩굴을 보며 예쁘다고 말하는 딸아이.
뜨악! 난 칡이 너무너무 싫다. 쇠뜨기보다 더 싫다.
지금은 한창 칡이 온 땅을 뒤덮고 있는 시기.....적절하게 끓어주지 않으면 마당까지 쳐들어와 집도 휘감을지 모른다.
칡은 불사조와 같다.
온 동네가 칡으로 메워지고 있다.
딸아이가 예쁘다고 셔터를 눌러대던 칡. 용가리 말하기를 '나도 칡을 몰랐을 때는 예쁘다고 했을거야' ㅋㅋ
길가에 핀 꽃 속의 벌들이 귀엽다고...
앵두가 가득 열린 앵두나무를 입맛 다시며 보고 있는 나. 산책 중이 아니었다면 기어 올라갈 뻔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