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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토마토

by jebi1009 2019. 7. 21.

3일 째 비가 내리고 있다.

태풍은 소멸되었다지만 비는 계속 온다.

지난 밤에는 비가 어찌나 억수같이 내리는지 잠자리에 들어서도 마음이 불안하고 밤 새 꿈을 꿨다.

다행스럽게도 특별한 피해는 없지만 처마 끝에 쳐 놓은 캐노피가 날아갔다.

멀리는 가지 않고 지붕 위에 걸려서 비를 맞으며 끄집어 내렸다. 물론 용가리가.

대파가 많이 꺾였고 피망과 토마토가 조금 넘어갔다.

사실 고추가 잘 넘어가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고라니 덕분으로 고추가 몇 개 달리지 않고 잘 크지도 않아서 고추는 멀쩡하고

상대적으로 키가 작은 피망이 오히려 넘어갔다.

찰토마토가 주렁주렁 달려 있어 무게 때문에 조금씩 다 기울었다.


토마토는 항상 잘 되어서 감사하게 생각하는 작물 중 하나다.

대추방울토마토와 큰 토마토 두 종류를 심는데 보통 큰 토마토는 잘 달리지 않았었다.

달렸어도 조그맣게 몇 개 달리지 않았었는데 올해는 호박, 오이에 이어 큰 토마토가 대박이다.

많이 달리기도 했지만 일단 크기가 엄청 큰 것들이 달린 것이다.

내 주먹 보다 더 큰 토마토가 달려서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아주 파란 색이 가시고 살짝 붉은 기만 돌아도 따려고 하고 있었다.

붉은 기가 돌려고 하면 바로 새들이 가만 두질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신경을 썼지만 당하고야 말았다.

이렇게 비가 억수같이 오는데도 새들은 집에서 쉬지도 않는다.

서울에 가기 전에도 토마토를 살폈고 다녀 와서도 제일 먼저 토마토를 살폈었다.

전날 분명히 멀쩡한 토마토를 확인하고 잤는데 다음날 토마토는 멀쩡하지 않았다.

비 구경하면서 방 안에서 노닥거리고 있는데 그 빗속에서도 새들이 텃밭에 모여드는 것이다.

자세히 보니 토마토 근처에서 푸드덕~

우산 쓰고 나가서 보니 당했다.


슈퍼 빅 토마토였는데...ㅠㅠ




옆에 크기가 조금 작은 토마토도 있었는데 그것은 건드리지 않고 큰 놈만 노렸다.



어제 살짝 붉어진 토마토를 따려고 하다가 비도 오고 하니까 좀 놔둬도 되겠다 싶어 방심했었다.ㅠㅠ

옆에 있는 토마토도 당했다.

이러다가는 토마토를 한 번 씩 다 쪼아 놓게 생겼다.

돌덩이같이 파란 애들을 제외하고는 대충 땄다.

특히 큰 아이들은 좀 이른 감이 있어도 다 거뒀다.




붉은 기가 살짝 도니까 벌써 저렇게 쪼아버렸다.



새들과 나눠 먹을 수는 없다. 이것은 새들의 생각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사실 나는 나눠 먹을 용의도 있지만 새들은 아닌 것 같다.

내가 먹던지 새들이 먹던지 둘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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