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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딱한 방문객

by jebi1009 2019. 7. 27.

3일 연속 방문객이 찾아왔다.

그것도 저녁 밥상 들고 와서 텔레비전 앞에 놓고 맥주 첫 잔 따라서 한 모금 할 때 쯤 찾아 온다.

방충망을 사이에 놓고 레이저가 나올 듯한 시선을 받으며 밥을 먹는 것은 아무래도 편치가 않다.

그런데 그 방문객은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고 태연스럽게 기지개를 펴기도 하고

앙증맞게 앞발을 앞으로 모아 턱을 괴고 있기도 하고

밥을 먹는 우리와 함께 텔레비전을 보기도 하고

갑작스럽게 몸을 일으켜 얼굴을 더 가까이 들이밀어 놀래키기도 한다.

우리만 먹기 미안해서 멸치를 한 줌 씩 내어 주니 그것을 싹 먹고도 돌아가지 않고 우리와 텔레비전을 본다.

맘 같아서는 냉큼 들어오라고 해서 손에 숟가락 쥐어 주고 싶지만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운 당신이다.




친구들이 와서 가끔 고기를 구우면 귀신같이 알고 달려오는데

얼마전에는 못 보던 고양이가 와서 푸짐하게 먹고 갔다.

우리집 단골 고양이를 찾았지만 그날은 오지 않았었다.

'이그...먹을 것 있을 때 오지...줄 것도 없는데...기다릴 때는 안 오더니 말이야..'

용가리가 말한다.


가끔 참치 통조림이나 멸치, 맥스봉(소세지) 따위를 주기도 하지만 그 이상은 안된다.

눈을 보고 표정을 읽으면 안 된다. 더 이상의 교감은 위험함!

그냥 가끔 내어 놓은 멸치나 먹고 시크하게 지나가렴....그렇게 쳐다 보지 말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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