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부자가 되었다.
새들과 신경전을 하면서 새들이 먼저 건드리기 전에 알이 굵고 아주 파란 색이 사라진 것들을 수확하기 시작했다.
붉게 변하기 시작한 토마토부터 함께 담아 놓으니 참으로 뿌듯하다.
'와~ 토마토 부자가 됐네!'
용가리가 보고 한 마디 한다.
올해는 감자도 꽤 거두었고, 오이와 호박이 정말 잘 되었다.
부추는 여전히 쑥쑥 올라와 부추김치를 세 번이나 담갔다. 이제는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하니 아쉬운 작별이다.
오이피클도 두 번이나 해서 냉장고에 자리잡고 있다.
물론 상추와 고추는 고라니에게 상납하고 말았지만 말이다....
심고 가꾸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은 일이다.
봄부터 고단하게 땀을 흘려야 하고 각종 벌레와 풀들과 싸우고, 또한 거두어 보관하는 것도 쉽지 않다.
텃밭이 다 비워질 때까지 끊임없이 땀을 흘려야 한다.
게다가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내 맘대로 되는 일도 아니다.
그래서 항상 느끼며 산다. 이것은 내가 한 것이 아니라 하늘이 주신 것들이라고....
큰 탈 없이 열매를 풍성하게 수확하면 말 할 수 없는 뿌듯함으로 스스로 자랑스러워하지만
이유 없이 시들어버릴 때에도, 간신히 열매 하나를 얻으면 '이만큼이라도 먹어봤으니 됐네..'하는 마음이 든다.
사실 없어도 그만이고 시장에서 사다 먹어도 되는 것들이지만 그 일련의 과정이 주는 수고로움과 즐거움은 사람을 좀 더 겸손하게 만들고 자족하게 만든다. 그래서 그 과정이 좋다.
내가 여기에 살면서 부자가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