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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들깨 이야기

by jebi1009 2019. 8. 23.

내가 좋아하는 깻잎이 들깨의 잎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고,

들깨는 모종을 심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들깨 알갱이를 심으면 된다는 것도 알았다.

깻잎을 먹기 위한 잎들깨는 들깨 알갱이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고,

잎들깨 모종은 팔기도 한다는 것도 알았다.

처음 들깨를 심으려 했을 때 장터에서 깻잎 모종을 찾아도 없었다.

장터 할머니가 누가 들깨 모종을 사냐며 옆집에서 들깨 한 주먹 얻어다 뿌리면 된다고 하셨다.

들깨 얻을 옆집이 마땅치가 않아 곡물가게에 가서 들깨를 아주 조금 샀다.

나는 곡물상 아주머니에게 물었었다. '이거 심고 남은 것은 먹어도 되나요?'

'그럼 이거 먹는거지...' 어이 없다며 웃으셨다.

그렇게 깨를 심어 깻잎을 먹었었는데 들깨를 한 번 만들어보고 싶었다.

어디서 보고 들은 것은 있어서 '깨를 턴다'는 것을 해 보고 싶었다.

들깨를 즐기지 않으니 들깨를 털어서 들기름을 만들 것이라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깻단을 잘라 만들고 말려서 깨를 털었다.

투두두둑....깨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떨어진 깨를 잘 분리하는 것이 정말정말 힘들었다.

깨를 씻는 것도 세상에나.. 확 다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물에 모두 둥둥 뜨고 손에, 그릇에 마구 달라 붙는 것이었다.

그렇게 만들어낸 들깨를 방앗간에 가져갔지만 양이 너무 적어서 기름틀에 넣을 수 없다고 했다.

들깨 자체로 먹을 일이 없어 다음 해 씨로 뿌리자는 생각에 그냥 창고에 방치했었다.

한 대접 분량의 들깨는 그렇게 방치되어 창고 구석에 있었다.

냉동고에라도 넣어둘 것을....

엊그제 갑자기 창고 구석의 들깨 봉지를 보고는 힘들게 들깨를 털던 일이 생각나서 들깨를 다 먹어야겠다고 결심했다.


http://blog.daum.net/jebi1009/278 (들깨를 털면서 2016/11/03 )                                                


들깨로 기름을 짜지 못하면 그 다음 방법이 들깨 가루를 만들어 음식에 넣거나 들깨 강정이 있을 것이다.

나는 들깨 가루 넣은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들깨 가루가 들어가 걸죽해진 국물 보다는 그냥 맑은 국물이 더 좋았다.

볶음 요리에 들깨 가루를 넣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맛이 별로였다.

그런데 나이 먹으니 들깨 가루 넣은 음식도 그냥 먹을 만 해졌다.

인터넷을 뒤져 들깨 가루 만드는 법을 보니 일단 들깨를 볶아서 분쇄하는 것이었다.

깨끗이 씻어 말린 들깨지만 그래도 오래 되었으니 다시 한 번 씻어 물을 빼기로 했다.

여전히 들깨를 씻는 것은 짜증이 났다. 둥둥 뜨고 온 데 달라 붙고...ㅠㅠㅠ

물 빠지라고 채반에 받쳐 돌 위에 놓아 두었다.

텃밭에서 일을 끝내고 깨를 들여 놓으려 가 보니 세상에나......개미들이 그릇 안에 들어가 난리가 났다.

이런 이런...ㅠㅠ 이제 정말 버려야 하나....

개미와 깨를 분리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버리려다 생각하니 갑자기 오기가 발동했다.

다시 깨를 물에 넣고 눈을 부릅뜨고 개미들어 건져냈다.

대부분의 개미들이 그릇 가장자리로 물을 피해 기어 나오기도 했다.

그렇게 여러번 물에 넣고 헹구어냈다. 그러면서 3분의 1 가량은 물에 쓸려 버렸다.

그릇에 머리 쳐박고 한참 동안 개미와의 사투를 벌였다.

그리고 다시 얻어낸 들깨 한 그릇!

밤 사이 개미가 기어 나올까봐 채반 그릇에 넣은 깨를 어디다 둘지 고민했다.

그릇 밑에는 타올을 깔고 그릇 째 커다란 비닐에 넣었다.

아침에 보니 개미 세 마리가 나와 있었다.

이제 어쩔 수 없다. 그냥 개미도 같이 볶아서 갈아 먹는 수밖에.....ㅎㅎㅎㅎㅎ











깨를 볶았다. 볶아 놓고 보니 깨들이 예쁘게 보였다. 요걸로 강정을 만들어 볼까? 했더니 용가리가 적극 말렸다.

너 그거 만든다고 덤볐다가 또 운다...

일을 야심차게 벌였다가 마무리가 안 되고 힘들어서 운 적이 몇 번 있다. 특히 튀김할 때.

튀김 한 번 하기 힘드니까 이것 저것 튀기려고 재료 준비를 많이 했다가 너무 힘들어서 울었었다...ㅋㅋ

그래...자중하자...

볶은 깨를 분쇄기에 넣고 갈았다.

그런데 내가 알던 들깨가루와 비주얼이 달랐다.

왜 색깔이 하얗지가 않지?

들깨 수제비 이런 것 먹을 때 보면 하얀 색 쪽에 가까웠는데....

다시 찾아보니 들깨를 거피해서 가루를 내면 색이 연해지는 것이었다.

내가 거피할 재주까지는 없구나.....

기름기도 많아서 포슬포슬한 가루가 아니었다.

이게 맞나????

어쨌든 가루를 만들어 통에 담고 보니 뿌듯했다.

3년 전 고생하며 수확한 들깨를 이제서야 맛보는구나 ㅎㅎㅎ

텃밭에 있는 늙은 오이 따다가 들깨 가루 넣고 볶아 먹는 것이 첫번째 계획인데 언제 실행할지는 모르겠다.

먹어보고 괜찮으면 여러가지 시도를 해 봐야겠다.









며칠 동안 숙제처럼 안고 있던 무,배추 심기를 끝냈다.

비가 오기 전에 심으려고 장에 가서 모종을 샀다.

그런데 비가 막 오는 것이다...ㅠㅠ 어쩌지?

고민하다가 약간 비가 약해지는 막간을 타서 배추를 심고 한냉사까지 쳤다.

타이밍이 너무 절묘하다며 촉촉한 땅에 심어서 너무 좋다며 스스로 기특해하고 있었는데

밤부터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아침에도 정전이 될 정도로 비가 내렸다.

그러자 또 전날 심어 놓은 배추 모종이 걱정이 되어 가슴을 졸였다.

이렇게 큰 비가 올 줄 알았으면 비 지나가고 심을껄...ㅠㅠ

비 오기 전에 심어야 한다며 난리를 떨더니 또 비가 온다고 안절부절하는 나를 보고 용가리가 쯧쯧쯧....

아...정말 어쩔 수 없는 것일까...조바심 내지 말자...일희일비하지 말자...아무리 다짐해도 안 되는 것인가...

조금 느긋해졌다고, 나도 조금은 달라졌다고 생각되는 순간 또 내가 말리고 싶은 내 모습이 튀어 나온다..ㅠㅠ

할 수 없지 뭐...계속 다짐하고 마음을 다스려야지 뭐...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에 한 표를 던지지만 그래도 조금 다듬을 수는 있지 않을까?

조국 이야기로 넘쳐나는 뉴스를 보면서 지리산 골짜기에서 울컥울컥 화를 내는 나 자신을 보면서도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는 나를 발견한다.

쓰레기 같은 언론의 모습에 화가 난다. 우리나라에 기자는 없는 것 같다. 그저 돈 받고 성과 올리는 직업인만 있을 뿐....

나는 조국을 지지한다. 나는 조국에 실망하지 않았다. 지금 나오는 거지같은 말들에 백가지도 넘게 이유를 붙여 반박할 수도 있다.

'노무현의 요트'와 '문재인의 안마의자'가 생각나게 한다.

조국은 나와는 레벨이 다른 사람이다. 나 같은 서민과 다른 계층이다.

그 레벨에 있는 사람으로서의 모든 관계와 이익과 기득권을 다 내려 놓아야지만 무슨 말이든 할 수 있는 것일까?

귀족진보 좋다. 그렇게 말하는 귀족층에서 그래도 갑질 안 하고 그렇게 살아 준 것이 고맙지 않은가...

환경 운동 하는 사람들은 자동차 절대 타면 안 되고 난민 대책 말하는 사람들은 난민들을 자기 집에 데리고 살아야 하남?

기업체 사장이 노동자들의 낮은 삶의 질과 낮은 임금 쳬게를 개선하려 노력하기 위해서는 일단 자기 연봉을 깍고 자기 재산을 내 놓고 자기 집도 임대 아파트로 옮겨야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건가?

내 생각에 만약 조국이 별 볼일 없는 서민층에서 '개천에서 용난' 사람이었다면 또 얼마나 개무시하고 열등감에 넘친 존재로 부각시킬 것인지 눈에 보인다.


우리 모두는 현실에 발 붙이고 사는 사람들이다.

발 붙인 현실이 더러우면 더 깨끗하게 바꾸려고 노력할 것인가 아님 그냥 더럽게, 같이 더럽게 살자고 할 것인가의 문제다.

들깨 이야기로 시작해서 조국 이야기로 끝나버렸네....

아직도 마음 다스리기를 많이 많이 해야 할 듯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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