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인데도 햇살이 좋으니 낮에는 겨울이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없다.
그래도 오후 4시 쯤 해가 넘어가려고 하면 찬 기운이 스며들어 얼른 집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
일하다가 으슬으슬 춥고 콧물이 나오기 시작해서 시간을 확인하면 딱 4시 언저리다. ㅋ
작년보다 확실히 추위가 늦게 오는 것 같다. 아직까지 노란 파카가 나오지 않은 것을 보면....
하지만 방심하면 안 된다.
추위는 살살 오는 것이 아니고 갑자기 훅~ 들어온다...ㅎㅎ
어젯밤 공기가 달라진 것이 확연히 느껴지더니 오늘 아침 날씨가 꽤 차다.
달력을 보니 내일이 입동!
본격적으로 추워지기 전에 준비를 서둘러야겠다.
관정도 얼지 않게 싸야 하고 마당 호스도 집어 넣어야 하고...
가장 큰 숙제인 김장을 해야 한다.
다음주에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니 무가 얼지 않게 미리 뽑아 놓던지...
김장할 때 무를 뽑으려고 방심하다가 항상 무를 살짝 얼린다..ㅠㅠ
처음에는 뭣도 모르고 괜히 나 혼자 무는 강하고 배추는 약할 것 같아 배추 어는 것만 신경 썼었다.
그런데 배추는 눈을 맞고 어쩌고 해도 멀쩡한데 무는 기온이 떨어지면 위로 올라온 부분에 바로 얼음이 살짝 들었다.
배추, 무가 얼추 자란 것 같으니 날 추워지기 전에 얼른 해 치워야겠다.
며칠 전에 씌워 두었던 한냉사를 벗겼다. 한냉사를 씌워도 벌레를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다.
벌레를 잡아주기도 했는데도 아주 징그럽고 통통한 벌레가 배추 속에서 잎사귀 갉아먹고 똥도 싸고 있었다..으~~ㅠㅠ
게다가 배추잎 뒷면에 깨같은 것이 달라 붙어서 뭔가 하고 찾아 봤더니 말로만 들었던 진딧물이었다.ㅠㅠ
엄청 많이 붙은 것은 다른 배추에 옮을까봐 뽑아 버렸다.
벌레 피해도 있었지만 그래도 올 처음으로 배추 속이 동그랗게 되었다. 정말 감동적이다.
항상 나의 배추는 속이 다물어지지 않은 파란 상추 같고 크기도 손바닥 만한 청경채 같았다.
벌레 먹은 배추 정리하느라 몇 개 뽑아서 미리 맛을 봤는데 진짜 맛있다.
식감이 쫄깃거린다고 해야 하나? 암튼 생배추 쌈장 찍어서 엄청 먹었다.
햇살을 받은 배추 색깔이 너무도 예쁘다.
근데 다른 집 배추들은 아주 진한 초록색인데 우리집 배추는 왜 연한 연두색이지? 초록색이 더 튼튼해 보이기는 한다.
엊그제 사다 놓은 나무도 다 쪼개서 쌓아 두었다.
쌓아 놓은 나무들을 보고 있으면 군불을 때지 않아도 따뜻한 것 같고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용가리와 나의 작업장. 주로 용가리가 많이 했지만 나도 옆에서 작은 도끼로 장작을 쪼갰다.
큰 도끼가 있는 용가리 작업장.
작은 도끼와 망치가 있는 내 작업장. ㅎㅎ
작은 손도끼를 새로 장만했다.
호미, 낫, 톱, 가위, 도끼 등등의 새 연장을 사용하는 것은 엄청 기쁘고 설레는 일이다.
새로 주문한 도끼가 조금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아쉽게도 나는 사용해 보지 못했다.
내년을 기약하며.....
겨우내 먹을 냉동식품으로 냉동고도 채웠다.
만두, 돈까스, 치킨, 족발, 크로아상.....
요즘은 완제품으로 조리되어 얼린 것이어서 해동해 데우기만 하면 되니 참 편하다. 게다가 맛도 훌륭하다.
갑자기 눈이라도 내리면 택배차가 오지 못하니 겨울 대비 조금 일찍 주문했다.
와인은 며칠 전에 왔고, 라면과 소주는 계속 소비 중이고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으니 재고를 잘 파악해 채워 두면 된다.
눈 내리면 집에서 편안히 며칠 동안 갇혀 있어도 좋다....생각하지만 항상 그때마다 무슨 일이 생긴다.
택배차가 못 올라가니 마을 입구까지 걸어가서 물건 가져와야 한다거나
도서관 책 반납일이거나, 아님 급하게 서울 갈 일이 생기거나...ㅠㅠ
이번 겨울에는 눈이 내려도 아무 일 없이 냉장고 파 먹으며 며칠이고 지낼 수 있기를 바란다. ㅎㅎ
11월인데도 꽃들이 만발이다.
달이 참 예쁘게 떠서 찍었는데 영.....달은 사진으로 담기가 몹시 힘들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