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갈무리하는 하이라이트 행사! 바로 김장이다.
김장을 하고 나면 텃밭을 모두 비우게 되고 그러면 또 모든 숙제를 끝낸 듯한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다.
헤아려 보니 벌써 4번째 김장이다.
무엇이든 여러 번 하다 보면 조금 익숙해지고 솜씨도 좋아지기 마련이지만 김치는 한 10번은 해 봐야 하나보다.
4번 가지고는 전혀 변화를 못 느끼겠다.ㅠㅠ
일단 양념은 항상 같은 레시피로 하는데 그 양이 일정하지가 않다.
양념의 절대 분량은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은 것 같지만 문제는 배추다.
해마다 배추의 크기와 숫자가 다르기 때문에 양념이 남거나 모자르거나 얼추 맞는다.
항상 20개 정도의 배추 모종을 심지만 살아 남는 배추의 숫자는 해마다 다르고 그 크기도 제각각이다.
첫해를 빼고는 다 한냉사를 씌웠는데 한냉사를 씌운 첫해는 그 전에 비해 배추가 잘 커서 한냉사만 있으면 만사 오케이라고 흥분했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한냉사를 씌워도 벌레가 생기고 막판에 진딧물이라는 복병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배추의 절대 양을 가늠할 수가 없다.
올해는 모처럼 배추가 동그랗게 다물어져서 감동했었는데 막상 겉잎을 떼어내고 다듬어놓고 보니 크기가 주먹 두 개 정도만 하다.
겉잎만 너불거려서 밭에 있을 때는 커 보였는데 알맹이는 작았다..ㅠㅠ
동그랗게 안 된 아이들도 있고 벌레 때문에 먼저 뽑은 아이들도 있고 채소가 없어서 뽑아 먹은 아이도 있고 해서 배추의 양이 생각보다 적었다.
그래서 올해는 남긴 양념이 최고로 많았다.
그런데 또 올해 양념이 최고로 맛있게 되었다.(그냥 느낌에...ㅋ)
정녕 또 배추를 사와야 한단 말인가....고민을 좀 해봐야겠다.
이번에는 약 1주일 넘게 기본 준비를 조금씩 해 나갔다.
무도 미리 뽑아 놓고, 마늘 생강도 미리 갈아 놓고, 쪽파도 하루에 조금씩 다듬어 놓았다.
마지막 갓도 미리 사서 다듬어 씻어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세상 제일 힘든 일이 다듬어서 씻는 일이다.
특히 쪽파는 정말 끝내준다.
게다가 우리집 쪽파는 잘 못 커서 짦고 가늘어 다듬으려면 정교한 손 놀림과 은근과 끈기가 필요하다.
한움큼만 뽑아 다듬으면 등짝과 어깨와 허리가 아파온다....ㅠ
그래서 3일에 걸쳐 쪽파를 다듬었다.
올해 무는 크기도 적당하고 생긴 것도 예쁘고 맛도 좋다.
사진에서는 쪽파가 커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 뼘 정도?
요만큼을 3일에 걸쳐 다듬었다.
드디어 결전의 날. 그래도 날 좋을 때 한다고 시작했는데 바람이 오지게 분다.
마지막 남은 배추를 뽑고 배추 다듬어 절이기.
우리집 배추는 어지간해서는 숨이 잘 죽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조건 소금을 왕창 넣을 수도 없고....왠지 그러면 안 될 것 같다.
사이사이 소금 뿌리고 소금물 붓고...레시피에 있는 분량을 참조해서 소금을 넣었다.
배추 한 포기에 소금 한 컵이라고 했는데 우리집 배추의 크기가 좀 애매해서 망설여지지만 그래도 워낙 힘이 센 놈들이라 그냥 한 컵 분량으로 했다.
그리고 조금 일찍 절여 놓았다.
다음날 점심 때 쯤 시작할 것으로 생각해 거의 20시간 정도 절이려고 마음 먹었다.
미리 뽑아 놓은 무 두 개와 배추 한 포기, 대파 세 뿌리를 상자에 잘 담아 서울 엄마에게 보냈다.
(다음날 상자를 받은 엄마는 엄청 들뜬 목소리로 전화하셨다. 해마다 보내지만 해마다 좋아하신다^^)
배추 겉잎은 우거지로 만들었다.
작년까지는 삶아서 냉동실에 넣었는데 이번에는 무 시래기처럼 말려서 삶아보려고 삶지 않고 널었다.
무는 꽁다리가 있어서 널 수 있지만 배추는 어떻게 널 것인가.....
고민하다가 하나씩 줄에 꿰서 널었다. 다 해 놓고 보니 좀 웃기기도 하다. ㅎㅎ
잘 말려서 무청 삶을 때 같이 삶으려고 한다. 그냥 삶아서 먹는 것과 비교분석해 봐야겠다.
배추 양은 적지만 그래도 이렇게 속이 노란 배추가 많은 적은 처음이다.
배춧잎 사이사이 소금도 뿌리고 소금물 만들어 조금 일찍 절이기 시작했다.
한 땀 한 땀 장인의 솜씨로 배추 겉잎을 줄에 꿰었다. ㅎㅎ
좀 오래 절인다고 했는데도 결기가 넘친다...할 수 없지 뭐..
대충 절여저도 여태껏 그리 큰 일 나지는 않았으니 그냥 하지 뭐...
냉장고에 차곡차곡 준비해 놓은 양념 재료를 꺼냈다.
전날 저녁에 멸치육수와 찹쌀풀도 미리 끓여 놓았다.
김치를 버무리는 날 모든 과정을 최소화하고 노동 시간을 줄이기 위해 해 놓을 수 있는 것은 모두 미리 해 놓았다.
무채는 미리 해 놓으면 수분이 너무 날아갈 것 같아 무만 하나 채썰고 양파 하나 갈았다.
그리고 레시피대로 넣고 버무렸다.
저녁에 먹을 배추 버무리는 것을 마지막으로 김장을 끝내고 뒷설거지를 끝내니 온 몸이 노근노근하다.
코딱지 만큼 했어도 김장은 김장이니 돼지고기에 갓 버무린 김치와 생 배추에 김치 속을 올려 먹으니 꿀맛이다.
물론 돼지수육은 완제품 진공 냉동된 것을 미리 주문해서 받아 놓은 것이다.
데워서 썰기만 하면 되는데 맛은 훌륭하다. 특별하게 삶아 먹고 싶을 때가 아니면 집에서 굳이 삶지 않아도 될 듯...
육체 노동 후에는 목이 타는 법....
일단 맥주 한 캔 씩 하고 (오늘 한 것도 없는 용가리도 힘들다고 벌컥벌컥..용가리 왈, 옆에서 시중들고 눈치 보는 것이 더 힘들다고ㅋㅋ)
각 소주 1병 씩 마셨다.
다른 날보다 조금 과음했네...
김장도 했는데 과음 좀 하면 어때? ㅎㅎ
이렇게 올해 4번째 김장을 완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