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끼고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뭐니뭐니 해도 침대 위에서 보는 영화가 최고 아니겠는가 ㅎㅎ
침대는 없지만 구들방 이불 속에서 보는 영화도 베리굿이다. 다소 자세가 불편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두 교황 The Two Popes (2019)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 현 교황의 실화를 담은 이야기다.
종신직인 교황의 지위를 2013년 자진 사임한 베네딕토 교황의 뒤를 이은 프란치스코 교황.
전통과 규율을 강조하는 독인 출신의 보수적인 베네딕토 교황과 개혁과 화합을 지지하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진보적인 프란치스코 교황.
두 교황의 만남과 대화 속에서 종교적인 면을 떠나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타협'의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세상에 태어나 스스로 가치관을 확립하고 신념을 갖고 그렇게 행동하려고 애쓰며 살지만 그 과정은 끝없는 타협의 과정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과정은 또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히기도 한다.
어디까지 타협해야 할까.....그 선을 조정하는 자체가 인생인 것 같다. ㅠㅠ
한가지만 말씀드리죠.
우리는 모두가 정신적 자만심에 시달린다오. 모두가 그래요.
기억해 두시오. 당신은 신이 아니오. 우리는 인간이오.
시스티나 대성당에서 서로의 고해성사를 해 주며 베네딕토 교황이 베르골리오 추기경(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하는 말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르헨티나 군부독재 시절 예수회를 지키기 위해 불의에 침묵했다. 베네딕토 교황은 교회 내의 각종 비리와 성추문에 대해 침묵했다.
서로는 서로의 고해성사를 들어 주고 서로의 머리에 손을 얹어 죄를 사한다.
정신적 자만심. 내가 기억해 둘 말이다.
변하는 세상과 변하는 가치관과 변하는 나 자신 사이에서 '타협'의 선을 찾기 위해 괴로워하지만 한가지만은 확실하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면, 모두의 잘못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에서 확실한 선을 그었다.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고 그것에 익숙해지지 말자. 그 고통이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면 우리 모두의 잘못이다.
CG로 만들었다는 시스티나 대성당 내부를 보는 것도 좋았고, 오랜만에 보는 안소니 홉킨스도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