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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요딩 장화

by jebi1009 2020. 7. 6.

50 평생 살면서 처음 들어 보는 단어다.

아마도 내가 간청재로 오지 않았으면 일평생 들어볼 일이 없는 단어일 것이다.

정확히 '요딩'의 뜻을 알 수는 없지만 (검색해도 잘 알 수 없음) 필요한 장화를 찾다가 발견한 것이다.

용가리가 예초기 작업을 하면서 불편했던 점은 풀 조각들이 장화 속으로 마구 들어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등산용 각반을 사서 사용했는데 그것이 불편했었다.

장화 입구를 조여주면 좋을 텐데 그런 장화를 찾다가 '요딩 장화'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바닥도 엄청 튼튼하고 장화 코 부분도 엄청 딱딱해서 돌이나 기타 등등에 부딪치거나 날카로운 것을 밟거나 찔려도  발 아플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인터넷으로 장화를 뒤지다가 발견한 용가리가 '너도 하나 사 줄까?' 하면서 선심 쓰듯 말했다.

물어보길 뭘 물어봐...있으면 당연히 나도 사 줘야지~

예전에 눈도 치울 겸 겸사겸사 징이 박힌 장화를 읍내 철물점에서 샀었는데 사이즈가 250부터 나온다고 해서 나는 사지 못했었다.

마당이나 텃밭일을 할 때는 일반 장화를 신어도 되지만 축대 부근이나 마당 옆 비탈 부분에서 일할 때에는 더 튼튼하고 목이 긴 장화가 필요했다.

잡목이나 잡풀들이 엉켜서 낫질이나 톱질을 해야 하므로 장화 속으로 풀이나 흙이 많이 들어오고 나뭇가지나 가시덤불, 칡 때문에 발이 찔리거나 보이지 않는 돌, 나무뿌리에 부딪치기도 하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바닥이 미끄럼 방지가 되어 있고 입구를 조여 눈이 들어가는 것도 막아 주니 눈 치울 때도 좋을 것 같다.

그리하여 우리는 각자 요딩 장화를 갖게 되었다.

 

사람들은 아웃도어 용품들을 보통은 레저나 스포츠를 위해 구입한다.

하지만 우리는 일상 생활을 위해 구입한다.

자외선 차단 안면 마스크나 팔토시는 주로 골프나 바이크를 위한 용품에서 구입한다.

특히 안면 마스크는 자외선 차단 목적도 있지만 달려드는 벌레를 차단하기 위해 필요한 용품이다.

이번 요딩 장화를 사면서 아웃도어를 넘어 산업현장 용품까지 그 범위를 넓혔다. ㅎㅎㅎ

 

또 하나, 모자도 새로 구입했다.

용가리는 예초기 작업을 하고 오면 아무리 철저하게 무장을 하고 나가도 꼭 벌레에 물려 눈이 밤탱이가 된다.

모자 쓰고 안면 마스크 쓰고 보호 안경 쓰고 목에는 수건 두르고 팔에는 토시도 착용하는데 그래도 물린다.

보통 모자를 쓰는 라인과 안면 마스크를 쓰는 라인 근처를 물린다.

모자와 마스크 사이에 눈이 나와 있으므로 그 근처가 물리는 것이다.

이마나 관자놀이 주변....그 곳을 물리면 영락없이 부어 올라 눈을 반만 뜰 수 있다. 바로 찐따가 되는 것이다...

이번에도 한쪽 눈이 찌그러진 채로 또 예초기 작업을 하려고 해서 다른 한쪽 눈 마저 찌그러지면 안 되니 좀 더 다른 대비책을 세우자고 했다.

그래서 망이 달린 모자를 찾았다.

용가리는 망이 달린 모자가 도착해서야 예초기 작업을 나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벌레는 우리의 예상을 뛰어 넘을 수 있으니 말이다.

 

새로 구입한 모자와 장화를 장착하고 예초기 작업에 나서는 용가리

 

서로에게 사 주고 싶은 물품도 바뀌었다.

용가리가 요딩장화를 사면서 내 것도 사 주는 것처럼 자신이 필요해서 찾아보다가 적당한 것을 발견하면 사 주기도 한다.

이제는 서로의 생일 선물이나 결혼 기념일 선물 물품이 바뀔 것 같다.

나에게는 그립감이 좋은 작은 손도끼나 날렵하게 생긴 호미, 날이 잘 들고 손에 붙는 전지가위....

용가리에게는 새로운 예초기 날이나 전기톱 날, 테이블톱....

 

처음 결혼기념일 선물로 머리핀을 선물했던 용가리가 생각난다.

생전 혼자서 백화점 같은 곳에 가지 않았던 용가리가 오픈 시간에 들어가 백화점 언니들이 일제히 인사를 하는 바람에 혼이 쏙 빠지게 당황하고 게다가 여성용 액세서리를 파는 코너에 가서 머리핀을 사려니 얼마나 진땀이 났을까...ㅋㅋㅋ

머리핀 치고는 거금을 투척한 선물은 포장도 화려하고 예뻤다.

하지만 이제는 요딩 장화나 안면 마스크를 주고 받는 사이가 되었으니....^^;; 뭐 나쁘지는 않다. ㅎㅎ

남편을 위해 머리카락을 잘라 팔아 시계 줄을 사고, 아내를 위해 시계를 팔아 머리빗을 샀다던 크리스마스 선물 이야기가 있다면

아내를 위해 서울서 가져 온 정장 구두를 팔아 요딩 장화를 사고, 남편을 위해 명품 머리핀을 팔아 망 모자를 산 이야기도 있을 것 같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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