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내려와 함께 봉암사 스님을 찾아 뵈었다.
오랜만에 향긋한 차를 마시며 스님과 이야기를 나누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天不生無祿之人 地不長無名之草
천불생무록지인 지부장무명지초
졸업반인 딸아이가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푸념 섞인 말을 하자 스님이 해 주신 말이다.
알고 있는 말이지만 이렇게 들으니 정말 마음에 와 닿는다며 좋아한다.
친분 있는 스님이 중국에서 유명한 고금연주가라며 고금(칠현금) 연주를 들려 주신다.
봉암사 동암에서 스님과 함께 듣는 고금 소리가 참으로 좋다.
하안거 기간이라 짧은 만남 뒤에 스님은 다시 선방으로 가시고 우리는 다시 지리산 자락으로 돌아왔다.
딸아이는 다시 서울로 올라가고 용가리와 나는 처마 끝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며, 또 먼 산자락을 본다.
天不生無祿之人 地不長無名之草
용가리와 나에게도 많은 위로가 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