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trait of a Lady on Fire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19)
사실 퀴어 영화인 줄 모르고 봤다.
18세기 여성 화가의 이야기라고 해서 확 땡겼었다.
프랑스 브리티시 지역의 섬에 고립된 저택에서 귀족 아가씨, 고용된 화가, 하녀, 세 명의 여인이 그냥 '인간'으로서 제한된 시간(주어진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그려진다.
영화를 보고 나니 '아가씨(2016)'와 '브로크백 마운틴(2005)'이 생각났다.
두 영화를 적절히 섞은 느낌?
'아가씨'에서는 두 여성이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이나 환경을 적극적으로 뚫고 나가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런 점을 느낄 수 없었다.
둘 사이 사랑의 감정은 소중하지만 주어진 처지를 받아들이는 것이 부당하다거나 거부해야 한다거나 억울하다거나 하는 것이 느껴지지 않고 그저 슬프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하녀와 귀족과 그 당시의 화가 사이의 계급적 모순이라든가 각자의 위치가 부당하다고 아무도 느끼지 않는다.
뚫고 나가기보다는 각자의 마음에 진정한 사랑으로 간직하는 것. 브로크백 마운틴과 비슷....
재미있는 것은 첫 장면 주인공 화가를 섬으로 데려다주는 뱃사공들이 남자다. 그 이후로 남자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남자 하인이 등장하면서 그들(세 여성)의 시간이 끝났다는 것을 알려 준다.
세 명의 여성이 나누는 오르페우스의 신화 이야기도 재밌다.
에우리티케가 뒤 돌아보라고 요구했을지도 모른다는 해석...ㅎㅎㅎ
마지막 장면, 시간이 흐른 후 한 음악회에서 화가는 귀족아가씨(귀족부인이 된)를 바라보고 귀족아가씨는 무대만을 바라보며 자신의 감정을 드러낸다. 뒤돌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둘의 사랑이 영원히 계속될 수 있다는 것 같기도....
이때 흐르는 음악이 비발디 사계 중 '여름'이다.
한동안 듣지 않았었는데 엊그제 오후 풀 뽑으면서 오랜만에 사계를 들었다.
Dirty Dancing(1987)
고딩때 봤던 영화. 얼마 전 텔레비전 채널 돌리다 보기 시작했다. 용가리와 같이 봤다.
여전히 페트릭 스웨이즈는 내 스타일이 아니라는 것과 또 왜 그렇게 웃통을 벗고 나오는지 의문은 여전했지만 고딩때와는 확실히 달랐다.
부모의 눈에서 보게 되는 것....용가리는 내 딸이 저러면 화가 날 것 같다고...ㅋㅋ
고딩때는 그 아버지가 참 가식적이라고 느꼈고 그들은 나름 멋진 커플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지금 보니 저 정도면 괜찮은 아버지라는 생각이 들고 저 커플은 끝까지 행복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 먹으면 꼰대 된다는 것이 나에게도...ㅠㅠㅠ
그리고 반성했다. 입으로는 세상을 좋게 바꿔라, 정의롭게 살아라...말하지만 자식에게는 이중잣대를 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세상을 좋게 바꾸고 정의롭게 살더라도 니가 속해 있는 바운더리에서만 해라....이런 것은 아닐까...정신 차리자!!
나이 먹는다는 것은 몸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정신의 변화도 잘 관리하지 못하면 큰일 날 것 같다.
# 요즘 생각한다.
부모가 태극기부대 기독광신도이며 자식이 일베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런데 실상 우리 나이게 이런 경우가 있다고 하니.....ㅠㅠㅠ
우리 엄마가 빤쓰목사 광신도 태극기부대 아니고 우리 딸이 일베 아닌 것에 감사하게 되는 나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