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시작하게 된 바느질과 자수가 손에서 떠나지 않게 되었으니 내가 생각해도 신기하다.
서울 살 때는 단추 하나 다는 것도 버거운 일이었고 웬만한 바느질은 근처 세탁소나 수선집에 맡기면 해결되었기 때문에 실과 바늘을 찾을 일이 없었다.
간청재로 옮기고 나니 커튼이나 기타 페브릭 용품들이 규격품에 잘 맞지 않았고 마음에 드는 디자인 찾기도 힘들어 '에라 모르겠다' 심정으로 직접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아주 단순하게 광목천으로 커튼 만들기를 시작했는데 점차 욕심이 생겨 모양을 내고 싶었고 그러다가 자수를 놓게 된 것이다.
물론 시작은 '맨 땅에 헤딩'이었다.
무작정 인터넷 검색으로 쇼핑몰에 들어가 자수 기초 용품과 책을 구입했다.
그곳에는 내가 반 백년 살 동안 모르던 세계가 있었다.
별의별 바느질 용품과 자재들이 즐비했다.
열이 닿으면 자국이 사라지는 펜이라든가 물에 닿으면 흔적이 없어지는 먹지(?) 등등...
나는 그저 일반 펜으로 그리고 문방구에서 파는 먹지로 도안을 그리는 줄 알았다. ㅋㅋ
오전 시간 대부분은 커피를 마시며 뉴공 팟케 들으며 자수를 한다.
뭐 특별한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니니 아무 부담 없이 그저 재미로 하는 것이다.
인공조명 밑에서는 눈이 침침해서 해가 넘어가고 나서는 거의 하지 않는다.
물론 며칠 동안 손에 잡지 않는 날도 있다.
처음 자수를 할 때에는 하던 것만 완성하면 치우려 했으나 그로부터 지금까지 바느질 구역(?)은 없어지지 않고 있다.
필요에 의해 커튼, 가리개, 방석, 쿠션, 베갯잇을 계절별로 만들다가 천이 남아 손가방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재미가 붙어 천을 구입해서 가방을 만들고 있다. ㅠ
플리마켓에서 팔아 보는 재미도 함께 느끼려 했는데 6월 잠깐 맛 본 것을 빼고는 아무래도 올해는 틀린 것 같다.
올 겨울 지날 동안 재미로 만든 가방들을 차곡차곡 모아 두었다 내년에는 들고나갈 수 있기를.....
뭐 내년이 아니면 언젠가는 장터에 나갈 수 있겠지...
가방이 완성될 때마다 용가리에게 자랑을 한다.
'이거 팔아서 논도 사고 밭도 살거다.'
'그래, 그거 팔아서 강남에 아파트 한 채 사지 뭘'
둘이서 낄낄댄다. ㅎㅎㅎ
요즘은 간식 맛을 본 띵띵이가 자주 온다.
집안으로 들어오고 싶은가? 창문 밖에서 뚫어지게 보고 있으면 괜히 미안하다. ㅠ
띵띵이 사료도 더 사야겠다.
이러다 띵띵이가 보이지 않으면 많이 보고 싶을 것 같다... 아주 많이... 이러면 안 되는데 어쩌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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