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한 권의 책과 한 편의 다큐를 보고서 아주 피곤해 죽을 뻔했다.
암벽 등반과 에베레스트 등반에 관한 내용이니 읽고 보는 내내 내 몸이 다 힘들었다. ㅠㅠ
희박한 공기 속으로 INTO THIN AIR
이 책의 저자인 존 크라카우어는 [아웃사이드] 잡지사에 근무하던 1996년 5월 10일 '로브 홀'이라는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가이드가 인솔하는 상업등반대의 일원으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도전한다. 그러나 이 등정 과정에서 가이드 로브 홀을 비롯한 다른 4명과 다른 팀 대원 8명도 함께 목숨을 잃게 된다.
해수면의 1/3의 산소, 영하 40도의 추위... 그에 따른 신체의 이상 반응, 고통, 뇌의 퇴행 현상...
해발 8000미터 이상에서 벌어지는 극한의 고통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함께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기억과 또 다른 후유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다.
1852년 8848미터의 에베레스트가 지구 상의 가장 높은 곳으로 확인된다.
1852년 인도 데라 던의 북쪽 산자락에 자리 잡은 인도 삼각측량국에서 캘커타 지부에서 파견 나와 있던 '라다나트 시크다르'라고 하는 벵골 출신 직원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을 발견했다. 그 산의 고도각을 처음으로 측정한 현장의 측량 기사들은 그것에 15봉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시크다르가 그 산에 관한 측량 자료들을 정리해 높이를 계산해 15봉의 해발고도를 8840미터라 했다. 오늘날 최첨단 방식을 이용하여 측정한 정밀한 수치와 불과 8미터 정도의 오차밖에 나지 않는다. 우와~~
시크다르의 계산이 맞다는 것이 확인되고 나서 1865년, 측량 국장인 엔드류 워는 전임 측량 국장인 조지 에베레스트 경의 공적을 기리는 뜻에서 15봉을 '에베레스트 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그 산의 북쪽 티베트 사람들은 이미 그 이전부터 '초모롱마(이 세상의 여신이자 어머니)'라 불렀고 그 남쪽 네팔 사람들은 '사가르마타(하늘의 여신)'라고 불렀는데, 워는 굳이 이러한 지명들을 무시하고 에베레스트라는 이름을 붙였고 그 이름은 그대로 굳어지고 말았다.
101년 후 인간은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다. 40년 뒤 1994년 에베레스트 등반은 한 팀 당 5만 달러, 5명 초과 시 한 사람 당 1만 달러의 추가 요금으로 거래된다. 글의 저자 존 크라카우어가 속한 팀의 경우 한 사람 당 6만 5천 달러를 내고 정상에 오를 기회를 받게 된다. 물론 모든 장비는 개인이 준비해야 하고 베이스캠프까지 가는 비용도 별도다.
팀에 모인 고객들은 각자 다른 욕망과 목적을 가지고 모여 베이스캠프부터 제4캠프까지 오랜 시간 적응 훈련을 하며 정상을 향해 나간다.
나는 에베레스트 정상을 오른다는 것은, 정교하게 훈련된 산악인이 성지 순례하듯이 오르는 것인 줄 알았는데 이 책을 읽고 에베레스트 등반이 패키지여행 비슷하게 꾸려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에베레스트 정상을 공격하기 위해서 허락된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아 여러 팀이 뒤엉켜 병목현상도 일어나고 통과하기 까다로운 곳은 알루미늄 사다리나 밧줄 등을 미리 설치해 놓기도 한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이 모든 작업에는 세르파의 도움이 필수다. 세르파에 관한 여러 가지 시각과 판단은 또 다른 문제로 접어 두고....
살면서 특별히 써먹을 데는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힐러리스텝, 사우스서미트, 발코니, 사우스콜 등 주변 지형에 붙여진 이름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히말라야 14좌 완등을 목표로 하는 사람이 있고, 각 대륙 최고봉 7개 산을 오르는 것도 기록의 하나가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런 목표와 꿈을 가진 사람들은 왜 그렇게 되었을까... 책에서 언급하기도 했는데 나는 전혀 공감할 수가 없었다.
나는 그저 등반을 위해 몸을 움직이는 것만 읽어도 삭신이 쑤시고 아프고 춥고..ㅠㅠ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은
자신들이 정상에 오르지 못할까 봐 조난당해 아직 살아 있는 사람들을 버려두고 돕지 않고 그대로 정상을 향했던 사람들.
한쪽에서는 죽어가고 한쪽에서는 그것을 보고도 정상에 서려고 지나치고...
또한 숨이 붙어 있는 사람을 보고도 도저히 어떻게 할 수가 없어, 정말로 희박한 공기 속에서 체력과 정신이 모두 바닥난 상태에서 그대로 내버려 두고 올 수밖에 없는 상황들.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끔찍하다고 할 수밖에...
프리 솔로 Free Solo
프리 솔로는 암벽등반을 말 그대로 '프리'하게, 로프없이 맨 몸으로 오르는 것이다.
제91회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 수상작이다.
보는 내내 어찌나 가슴을 졸이게 하는지... 아주 피곤하게 하는 다큐였다.
용가리와 보는 내내 미쳤다.. 미쳤어... 미쳤네... 를 연발했다.ㅎㅎ
이 다큐의 주인공'알렉스 호놀드'는 2017년 6월 3일 어떤 보호장비나 등반장비 없이 맨손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직 절벽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하프돔이라 일컫는 '엘케피탄'을 오르는 데 성공한다.
주인공은 단 한 번의 실수가 죽음을 부르는 이 루트를 오르기 위해 수많은 동작을 반복하며 익혔고,
등반 루트의 시각화와 정신훈련에 올인한 결과 출발한 지 3시간 56분 만에 엘케피탄 정상에 선다.
이 다큐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주인공의 등반도 중요하지만 촬영팀도 역시 거의 같은 수준으로 암벽을 올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촬영팀은 주인공과 거의 호흡을 같이 한다.
촬영팀은 주인공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주인공이 때가 되었다고 할 때까지 그저 기다린다.
주인공이 훈련을 마치고 결전의 날을 잡아 요세미티 공원 엘케피탄 바로 밑에까지 촬영팀과 함께 갔지만
오늘은 아닌 것 같다는 주인공의 말에 바로 철수하기도 한다. 그리고 또 기다린다...
난 이 장면에서 프리 솔로라는 것은 기술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정신적인 면이 더 중요하다는 느낌이 팍팍 꽂혔다.
이 주인공이 왜 이런 목표를 갖게 되었는지 다큐에서 언급되지만... 역시... 공감할 수 없다...ㅠㅠ
그저 다큐를 보는 내내 팔다리가 아프고 심장이 벌렁거릴 뿐이었다. 아이고 피곤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