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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복수초..ㅠㅠ

by jebi1009 2020. 9. 20.

이제 내년부터는 복수초를 만날 수 없게 되었다.

여기저기 널브러진 시든 꽃대들을 정리하면서 수선화를 나눠 심었다.

처음 수월암에서 수선화를 가져와 스님께서 심어 주실 때 그대로인데 너무 뭉쳐 있었다.

우리 집 수선화를 보는 사람마다 알뿌리를 나눠 심으라 말해 주곤 했었다.

무언가를 옮겨 심거나 손을 대는 것에 자신이 없으니 혹시 건드렸다가 다 죽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정리하며 보니 수선화 알뿌리가 드러난 것이 보였다.

그래! 한 번 해 보자! 자신감을 갖고 땅을 파 보니 그 안에 알뿌리가 엄청나게 많았다.

주변을 정리하고 삽으로 땅을 파고 잘 다듬어 조심조심 알뿌리를 나눠 심었다.

다 끝내고 뿌듯하게 바라보고 있는데 뭔가 허전하고 이상했다.

가만 있어 보자....

앗!! 수선화 옆에는 복수초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깜빡하고는 잡초 뽑을 때 같이 뽑아 버린 것 같다.

이럴 수가... 이런 바보같이...ㅠㅠㅠ

꽃이 지고 나면 흔적 없이 있다가 다시 봄이 되면 파릇파릇 올라와 노란 꽃을 피웠었는데 이 멍청한 아줌마가 없애버린 것이다.

 

해마다 봄이면 볼 수 있었던 복수초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잡초 뽑고 땅 고르는 데 정신이 팔려 땅 속에 있던 복수초는 기억도 못한 것이다.

아... 마음이 아프다... 우리 복수초 ㅠㅠ

괜히 건드려서 수선화까지 혹 잘못되는 것 아닌지 걱정이 태산이다.

 

화단 한쪽에 몰려 있던 수선화를 넓게 나누어 심었다. 그러면서 바로 옆에 있던 복수초를...ㅠ

참 이상한 것이 애지중지하는 것은 잘 안 되고 그냥 무신경하게 두는 것은 엄청 번식도 강하고 잘 죽지도 않는다.

그 대표적인 것이 맨드라미.

처음 맨드라미 씨앗을 조금 뿌렸을 뿐인데 엄청나게 잘 자란다.

게다가 웬만한 꽃들은 아무리 씨앗을 뿌리고 잡초를 뽑아주고 신경 쓰고 키워도 잘 안 되는 곳인데도 맨드라미는 끄떡없다.

누마루 앞에 있는 화단에는 국화를 심어 겨울 전까지 꽃을 보려고 했었다.

그런데 국화를 아무리 심어도 한 해 이상 살지 못하는 것이다.

장에서 사다 심은 국화만 해도 10만 원 이상이다.

몇 년 간 시도했지만 실패..

작년부터는 과꽃을 보려고 씨앗을 열심히 뿌렸으나 잎이 벌레 먹고 비실비실...

오히려 화단 바깥쪽 마당에 떨어진 꽃씨에서 꽃이 폈다.

왜 이 땅에서는 꽃이 안 되는 것일까...

그래서 여기저기 마구 올라오는 맨드라미를 옮겨 심었다.

잡초로 무성해지느니 맨드라미라도 심어 보자...

역시 강적이다. 옮겨 심은 꽃도 하나 죽지 않고 다 살아남았다.

맨드라미는 옛날 빨간 담요 같기도 하고 좀 징그럽기도 해서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자꾸 보니 정이 드는 것 같다.

 

 

여러 꽃들을 모두 살리지 못한 불모지(?)에 당당하게 살아 남은 맨드라미
일부러 심지 않았는데 꽃씨가 날아와 마구 번진 맨드라미 군단
마당 여기저기 맨드라미..

 

생명력 짱인 것으로 치면 부추도 끝내준다.

올봄 부추에 이름 모를 벌레가 붙어 부추 잎을 다 갉아먹었다.

화들짝 놀라 부추를 다 자르고 매일 들여다보며 토치로 벌레를 없앴다.

그리고 부추가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며 한 줄은 다른 땅으로 옮겨 심었었다.

어설프게 심어 놓아 살아남을지 걱정이었는데 완전 짱짱하게 살아 남아 엄청 풍성하게 번식했다.

옮기지 않은 부추들도 역시 벌레에 기죽지 않고 기세 등등이다.

건강하게 짱짱하게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면 부추나 맨드라미로 아기 이름을 지어도 좋을 듯싶다. ㅎㅎ

 

부추에 대해 할 말이 또 있다.

난 여태껏 부추꽃이 피면 부추는 끝났다고 생각했다.

즉 꽃피기 전까지만 부추를 먹고 그 이후로는 먹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 보니 부추가 봄철 부추처럼 야들야들하게 올라와 있는 것이었다.

물론 꽃대가 중간중간 있었지만 새로 올라오는 부추들도 많았다.

검색해 보니 11월까지 부추를 먹는단다. 오~~

그러니까 날이 추워 잎이 올라오지 않을 때까지 먹을 수 있으면 먹는 것이다.

나는 왜 꽃이 피면 못 먹는다고 생각했을까?

그리고는 꽃 이쁘다고 하며 부추 잎은 쳐다보지도 않았던 것이다. 당연히 억세서 못 먹겠지... 하면서 말이다

물론 상추나 청경채 그런 잎채소들은 꽃대가 올라오면 딱 봐도 이제 그만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부추는 꽃대가 올라오고 꽃이 피어도 야들야들한 부추들이 많았는데 말이다. 

잘 됐다. 무 배추 나올 때까지 부추 먹으면 되겠다. ㅋㅋ

 

태풍 때문에 걱정했던 배추들은 의외로 선전하고 있다.

그런데 무가 미스터리다.

무씨를 똑같이 3알씩 심었는데 어째서 반 정도만 싹이 올라왔을까?

한 번도 이런 적은 없었다.

무씨는 일단 심으면 싹이 올라오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똑같이 심었는데 왜 싹이 안 나는 걸까.. 왜 왜 왜 왜 왜??????

파종 시기는 늦었지만 그래도 그냥 속는 셈 치고 다시 씨를 심었다.

그런데 새로 심은 씨앗은 3일 만에 모두 싹이 다 올라오는 것이다. 참.. 나...

이 오묘한 세계는 진짜 알 수가 없다. ㅠ

늦게 심은 씨앗은 일단 싹은 났지만 무가 잘 영글지 모르겠다.

 

배추들 나름 선방하고 있다.
왼쪽 배추는 왜??
8월 말 심은 무와 일주일 전 뒤늦게 다시 심은 무
쪽파

9월 들어 계속 비가 오락가락 날씨가 구질구질했다.

해가 반짝한 날이 며칠 안 된다.

어제오늘 해님이 나오니 부랴부랴 빨래해 널고 덜 말린 고추 잽싸게 널어 말렸다.

해가 지면 벌써 따끈한 구들방에 파고들게 된다.

텃밭을 비울 날이 멀지 않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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