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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배추...ㅠㅠ

by jebi1009 2020. 9. 3.

9월 첫날 배추 모종을 심었다.

태풍 예보가 있었지만 너무 늦게 심으면 안 될 것 같고

배추는 고추나 토마토같이 바람에 꺾일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20개 건질 생각으로 25개를 샀다.

나름 꾹꾹 눌러 정성껏 심었다.

쪽파도 함께 심었다.

이제 텃밭 일 년 농사는 마무리가 된 것이다.

 

쪽파

 

배추, 쪽파, 무

어제 아침부터 비가 뿌리고 태풍의 기운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밤이 되면서 엄청난 비가 내리고 우당탕탕 난리가 났다.

아기돼지 삼형제를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 나무로 만든 우리 집이 날아가지 않기를...

집은 무사했지만 텃밭이 엉망이다.

예상대로 고추와 대파는 쓰러졌고 한냉사 일부가 펄럭거렸다.

비는 그쳤지만 바람은 여전하다.

파릇했던 배추 모종이 다 퍼지고 몇 개는 목아지가 부러져 날아갔다. ㅠㅠㅠ

배추는 언제나 벌레들이나 발육부진으로 실패했지 이렇게 비바람에 초장부터 날리기는 처음이다.

배추를 심을 즘에 이렇게 태풍이 왔었나 싶다...

배추가 미친듯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밭 갈고 풀 뽑고 준비하고 모종 사다 심고 한냉사 치고... 이 모든 과정이 허사가 되면 좀 많이 허무하다.

올해 텃밭은 봄부터 망치기 시작해서 배추까지...ㅠㅠ

최대 20 건지려고 25개 심었는데 잘 하면 15개 건지려나?

모종을 다시 사다 심을 것인가? 이것이 항상 고민이다.

상태가 좀 안 좋은 것 같은데 당장 뽑아 버리고 다시 사다 심을 것인지 항상 고민인 것이다.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지만 그렇게 지켜보다가는 사다 심을 모종이 장에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배추 모종을 살 때에도 거의 막바지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주 죽어버린 것도 아닌데 다 뽑아 버리기도 그렇고... 물론 확실하게 날아가버린 것도 있지만 그 두 개 정도는 그냥 없는 셈 쳐도 되니까 말이다.

그저 소소한 일거리와 작은 기쁨 때문에 텃밭을 하게 되는데 자꾸 맘고생이 되는 것 같다.

텃밭은 바로 첫 삽질이 기대와 희망으로 시작되는 것인데 당연히 그 기대와 희망을 없애지 않는 한 맘 졸이며 일희일비하는 일은 계속될 것이다.

아무런 기대감 없이 텃밭을 할 수는 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기대의 수준을 왕창 낮춰야 하남?

세상 어느 일이나 맘을 비우는 것은 매우 어렵구나... 휘휴~

 

'중용中庸' 

天明之謂性 率性之謂道 修道之謂敎

천이 명하는 것 그것을 일컬어 성이라 하고, 

성을 따르는 것 그것을 일컬어 도라 하고, 

도를 닦는 것 그것을 일컬어 교라고 한다.

 

배추는 배추의 일을, 나는 나의 일을 그저 하는 것.

누구를, 무엇을 기쁘게 하거나 사랑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 성정에 따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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