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청재의 공사가 시작되었다.
공사라고 하니 거창해 보이지만 용가리 혼자서 하는 공사다.
그래도 간청재의 또 다른 시즌이 시작되는 나름 중요한 공사라 할 수 있다.
간청재는 처마가 짧다.
한옥의 지붕처럼 처마를 길게 하려면 바깥에 기둥을 세워야 하는데 간청재는 기둥 없이 지붕을 짧게 했다.
웅장한 한옥 지붕과는 달리 가벼운 한옥 느낌이라서 지붕을 간단히 얹었고 앞의 경관을 고려한 측면도 있다.
그러다 보니 깔끔한 느낌은 있는데 비가 오면 툇마루에 비가 들이쳐 마루에 매트를 깔고 신발을 신고 마루를 올라야 했다.
강한 햇빛도 문제였다.
남향집이니 오후 2시는 되어야 툇마루에 그늘이 진다. 그래서 여름에는 처마 끝에 캐노피를 쳤다.
캐노피는 햇빛을 가리는 데는 효과가 있었지만 처마와 캐노피 사이의 틈으로 빗물이 들이치는 것은 막지 못했다.
캐노피를 쳐도 비가 오면 툇마루에 매트를 깔아야 했다.
그리하여 입구 쪽 처마에 지붕을 이어 달기로 했다.
바깥쪽에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연결하는 것이다.
물론 쉬운 작업은 아니다. 예전 같았으면 어딘가에 공사를 의뢰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몇 년 전 뒷마당 장작 지붕을 한 번 해 봤기 때문에 용가리 혼자서 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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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청재는 공사중? 2016/10/21
용가리가 드디어 행동 개시에 나섰다. 간청재로 이사오면서 두 가지 숙원사업(?)이 있었는데 하나는 창고 벽면을 보강하는 것과 땔감 나무 쌓아 두는 곳에 지붕을 만드는 것이었다. 나는 차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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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볕더위가 가시고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용가리는 이런저런 궁리에 들어갔다.
각도, 기울기, 수평, 길이... 계산하고 고려해야 할 것들이 엄청 많은 것 같았다.
혼자 도면 그리고 인터넷 검색하고 어쩌고 하더니 드디어 며칠 전 재료를 구입하기 시작했다.
긴 목재는 둥이 아빠의 트럭 도움을 받았다. 감사 감사...
제일 중요한 것이 주춧돌을 박고 기둥을 세우는 것인데 그 첫 번째 단계에서 난관에 부딪쳤다.
마루 앞 기단이 있는 라인까지 지붕을 연결할 것이기 때문에 기단 라인에 기둥을 세워야 했다.
오른쪽 기둥을 세울 곳에 기단으로 쓰인 넓은 돌이 있는데 그것을 빼 내고 주춧돌을 박아야 깔끔해 보일 것 같아 그 돌을 어쩔까 고민 고민....
그 넓은 돌을 움직여 보니 가능할 것 같다고 판단해서 시작했는데 역시... 돌은 함부로 건들면 안 된다는 것을 또 한 번 실감했다.
텃밭을 일구면서 파낸 돌이 얼마 만인가... 그 돌들을 파 내면서 하늘이 노래지는 느낌을 몇 번이나 겪었는가...
드러난 면만 보고 판단해서는 절대 안 되는 것이 땅 속에 박힌 돌이다!!!
넓적해서 기단으로 사용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돌은 우리가 예상했던 모양과는 완전히 달랐다.
땅 속으로 엄청나게 박혀 있었던 것... 둘이서 그 돌을 파 내느라 하루 해가 저물었다... 그나마 이리저리 머리 굴려가며 파 낸 것이 다행...
저것을 어떻게 어디로 옮길 것인지는 일단 더 생각해 보기로 했다. ㅠㅠㅠ
이렇게 돌을 파 내는 고비를 넘기고 다시 공사는 계속되고 있다.
나는 용가리가 처마 끝에 목재를 박을 때 긴 목재의 끝을 잡아 주는 역할 정도를 감당하고 있다.
그리고 용가리가 고민되는 어떤 지점을 설명하면 들어주는 정도...
사실 나는 용가리가 설명하는 것을 들어도 무슨 말인지 모를 때가 더 많지만(용가리도 나의 완벽한 이해를 바라고 말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저 자신에게 다시 한번 더 말하는 듯..)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요구는 끊임없이 하고 있다.^^;;
이제 간청재의 지금 모습은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조금 섭섭하기도 하고, 또 결과가 예상과 달라 실망할까 걱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탁 트인 경관과 눈부신 햇살을 5년 이상 누렸으니 이제 또 다른 모습으로 간청재를 즐겨야 할 것 같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말이다...
이제 하늘은 그 색감이 달라졌다.
공기도 다르고 공기에서 나는 냄새도 달라졌다.
곧 감을 깎아 널고 텃밭은 비워질 것이다.
첫눈이 내릴 것이고 움직임은 줄어들 것이다.
이렇게 또 한 해의 끝이 보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