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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띵띵이와 가을

by jebi1009 2020. 10. 8.

이번 추석은 처음으로 이곳 간청재에서 보냈다.

명절을 우리끼리만 보낸 것은 처음이다.

시댁이나 친정에 방문하지 않고 보내는 것이 처음이었다.

딸아이가 명절이라고 우리에게 내려온 것도 처음이다.

가을 무렵 딸아이가 간청재에 온 것도 처음인 것 같다.

명절에 사람들 북적이며 모이는 것이 피곤했고 명절 음식을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못하면 하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라 왠지 썰렁한 것 같기도 하고 명절 음식이 먹고 싶기도 했다.

엄마가 해 주는 갈비찜과 잡채가 생각나니 말이다...ㅎㅎ

 

딸아이가 내려와 있는 동안 가까운 삼천포 바닷가 구경도 하고 동네 산책도 하고 밤도 줍고.. 나름 가을 분위기를 함께 했다.

 

올해도 홍옥을 주문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과~
떨어진 밤알들이 반짝거리며 유혹하니 줍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다. ㅎㅎ
무심코 마당에 나서니 입구 댓돌 위에 감이 한 봉지 놓여 있다. 아마도 아랫집 할아버지인 듯...감동감동
가을 바다와 커피와 티라미슈

 

명절 연휴 기간은 피하더라도 아빠 보러는 가야지...하는 마음에 엊그제 아빠가 계시는 추모공원에 다녀왔다.

코로나가 장기전이 되면서 코로나 때문에 대부분 삼갔던 일들을 이제는 조심하면서 해야 할 것 같다.

아빠 추모공원에서 작년 설 이후로 보지 못했던 식구들 얼굴도 함께 봤다.

이곳에서 3시간 걸리는 곳, 서울까지는 1시간 정도....거기까지 간 김에 어찌하다 보니 서울까지 가게 되었다.

딸아이 서울 돌아가는 핑계도 있고..ㅋㅋ

당일 집으로 오려고 했으나 서울에서 이런 저런 볼일을 보고 나니 너무 피곤해서 4시간 장거리 운전은 무리한 일정이라 언니네 집에서 하룻밤...

형부가 마르텔 XO꼬냑을 개봉하며 환영해 주었다.

오랜만에 마시는 꼬냑은 향이 좋았다.

 

언니네 집에는 고양이가 두 마리 있다.

조카가 어릴 때 데려와 계속 키운 고양이와 다리 다친 길고양이를 데려와 키우는데

언니 내외가 고양이들을 바라보는 눈에서 아주 꿀이 뚝뚝 떨어진다.

특히 형부는 말투까지 가관이다. 조카들 키울 때도 그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 ㅎㅎ

우리 집 찾아오는 띵띵이에 대해 말하며 사진도 보여주자 이쁘다고 난리들이다.

다음날 돌아올 때 우리에게 챙겨준 것은 고양이 간식들.

나는 우리 먹으라고 뭐 챙겨주는 줄 알았더니 고양이 간식을 챙겨주는 것이다.ㅋㅋ

 

언니네가 챙겨준 띵띵이 간식들
이모를 위한 특별 선물. ㅎㅎ 요즘 유행하는 아이템이라며 조카아이가 건넸다.

 

명절 음식 못 먹었다고 엄마는 갈비찜, 잡채, 전, 생선찜 등등을 챙겨 주셔서 고양이 간식과 함께 우리 먹을 것도 한아름 안고 간청재로 돌아왔다.

마당을 들어서는데 놀랍게도 띵띵이가 툇마루 밑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자기 먹을 것 가져온 것을 어찌 알고 빈집에 미리 와 기다리고 있단 말인가..ㅎㅎㅎ

차에서 내리자마자 제일 맛있다는 간식 하나를 꺼내 주었다.

입에 대 주면 정신없이 먹는 간식이라던데 아직까지는 그 정도는 아니라 간식을 돌 위에 놓아두었더니 멈칫멈칫한다.

아무래도 내가 피해 주어야 먹을 것 같다. 잠시 다녀오자 어찌나 맹렬히 먹고 있는지...

돌까지 다 핥아 먹을 기세다.

아주 열심히 먹고 또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으니 안 줄 수가 없어 하나를 더 주었다.

또 게눈 감추듯 먹고 가지 않는다.

평소에는 먹을 것 먹으며 쿨하게 가는 녀석이었는데...

간식은 많이 주면 안된다고 해서 냉정하게 집으로 들어가 짐 정리, 집안 정리를 하였다.

한참 후 얼핏 보니 다용도실 문 밖에서 아직도 가지 않고 있는 것이다..ㅠㅠ

배가 고픈가? 누마루 밑 그릇에 사료를 주었더니 사료를 먹고서야 사라졌다.

 

주인도 없는 빈집에서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 띵띵이
서울서 가져온 간식(짜 먹는 형태)을 주니 눈치 보며 머뭇거린다. 내가 자리를 피해 주었다.
돌까지 먹어치울 기세다.
언제 먹었냐는 듯 시치미 떼고 앉았음. 더 내놔 봐~ 이러는 듯...ㅋ
평소 먹을 것 먹고 쿨하게 사라지던 것과는 달리 간식을 두 개나 먹어치우고도 가지 않고 동정을 살핀다.

 

오늘 아침 깜짝 놀랐다.

아침에 일어나 마루 덧문을 여니 띵띵이가 와서 툇마루에 앉아 있었다.

이렇게 아침에 나타난 적은 없었는데 어제 먹은 간식이 그렇게 맛있었나?

못 본척하고 지나치니 자기도 천왕봉 바라보며 자리 잡고 눕는다.

용가리가 나가서 사료를 주니 쿨하게 먹고는 사라졌다.

용가리가 그런다.

'띵띵이도 너 닮아서 밥은 꼭 남기더라.. 주전부리만 좋아하고...'

띵띵이는 소세지나 멸치는 남김없이 싹 먹지만 사료는 좀 남기는 편이다..ㅋㅋ

사료와 간식을 적당히 섞어서 줘야겠다.

 

아침 댓바람부터 나타난 띵띵이
내가 쌩까고 지나가자 자리 잡고 먼 산 보기

 

**얼떨결에 다녀온 서울행.

코로나 이후 근 10개월 이상 가지 않았던 서울은 내가 있는 이곳과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이곳에서는 마스크를 쓰기는 해도 바깥 외출이 많지 않으니 마스크가 몸에 착착 붙지는 않는다.

그런데 서울은 정말 철저하게 몸에 밴 듯한 느낌이다.

카페나 백화점도 거리두기, 기타 방역에 철저하다.

웬만한 좌석에는 아크릴판을 두고 테이블도 많이 철수시키고, 거리두기가 필요한 테이블에는 금지 표시를 해 두어 사람들 간격 띄우기를 철저히 했다.

내가 다니는 함양 읍내와는 완전 차원이 달랐다. 우와~~

정부나 행정당국도 대단하고 그것을 잘 지키고 있는 사람들도 대단한 것 같다. 훌륭~

시골사람들이 처음으로 큐알코드도 찍어봤다. ㅎㅎ

이번 서울행은 우리가 많이 어리버리해진 느낌?

간청재 온 후로 거의 처음 운전해서 서울 다녀오니 진 빠지게 힘들다.

운전하지 않더라도 자동차로 장거리 이동은 점점 힘이 든다.

그래도 힘들다고 산골에만 처박혀 있으면 더 어리버리해질 것 같은 느낌...

앞으로는 장거리도 조심히 움직이기 시작하고, 코로나가 어떻게든 잡히면 비행기도 타야겠다는 생각이 팍팍 든다.

나이 먹을수록 머릿속으로, 온라인으로만 움직이는 것에 만족하면 안 되겠다.

몸이 직접 움직여 부딪히는 것과는 확실히 다른 것 같다...

나이먹을수록 몸이 직접 움직여 경험하는 것을 두려워하지도 귀찮아하지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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