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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그래도....

by jebi1009 2021. 3. 31.

그래도 아쉬워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봄 꽃구경을 할 분위기가 아니었지만 그래도...

올해는 무언가 나대지 않는(?) 분위기로 가려고 한다.

텃밭 농사도 안식년을 하려고 했으나 눈 앞에 펼쳐지는 잡초들의 몸부림을 볼 자신이 없어 아주 간소하게 하려고 한다.

감자와 땅콩, 상추와 오이 토마토 정도...

감자는 별로 손이 가지 않는 작물이고 땅콩은 모종을 심어 놓으면 10월이 되어서야 수확하니까 1년 자리를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아무리 그래도 상추 정도는 먹어야 하니까...

토마토와 오이도 해충이나 고라니로부터 그리 치명적이지는 않으니 잡초보다는 낫다.

기분 봐서 가을 무와 배추도 건너뛸 생각이다.

김장도 하지 않고 그냥 김치를 주문해 먹으려고 한다.

당연히 손이 많이 가는 고추는 심지 않을 생각이다.

 

며칠 전 비가 많이 내리고 바람도 많이 불었었다.

꽃이 다 떨어지겠네....

오늘 읍내 장 보러 갔다가 그래도 아쉬워 꽃길로 들어섰다.

아쉬운 마음에 들어선 꽃길이었는데 꽃이 너무도 눈부셨다.

예전과 달리 들뜨지도 않고 차에서 내려 차도 한복판에서 주접(?) 떨지도 않고 얌전히 차 안에만 있었다.

사진 안 찍어?

용가리가 묻는다.

사진은 뭐....

그러다 마지막 턴해서 돌아오는 길에 차 앞 유리를 통해 몇 장 찍었다.

차 세워줄까?

용가리가 묻는다.

됐어..가자...

이번 꽃구경은 왠지 울컥했다.

꽃나무들이 너무도 대견하고 부러웠다.

어쩌면 저렇게 한결같을까....

사람들이 와서 환호를 하던 아무도 오지 않고 쳐다보지도 않던 어찌 저리도 자신의 몫을 묵묵히 해 낼 수 있을까...

그저 자신이 부여받은 자연의 한 일부분으로서의 역할을 그냥 해 내고 있는 것이다.

나도 그렇게 살아가기를 얼마나 원했던가... 그런데 그것이 왜 이렇게 힘든 것인가....

 

 

사람들은 정말 공정함을 원하는 것일까?

요즘 부쩍 드는 생각이다.

말로는 공정함을 원하고 불공정, 부정한 것에 분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한몫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자신에게 오지 않은 것에 분노하는 것 아닌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그 부정한 기회로 한 몫 잡은 것에 화가 나는 것이지 부정하고 불공정함에 화가 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런 욕망들을 갖고 있으면서 아닌 척하고 다른 곳으로 화살을 돌리는 것이 혐오스럽다.

공정이라는 것이 플러스, 마이너스가 합쳐야만 이뤄지는 것 아닌가...

하지만 자신에게는 플러스만 있어야지 마이너스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것.

그러면서 공정과 정의를 말하다니....

자신에게 플러스가 된다면 그깟 부정이야 뭐 어때?

단지 그 기회가 나한테 오기만 하면 좋은데 그게 딴 놈한테 가니 부아가 치미는 것이지... 이거 아닌가?

사람들의 추잡스러운 욕망이 솔직히 드러나는지, 아님 그래도 이건 아니라고 말하는지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 드러날 것 같다.

선거 이후 어쩌면 또 당분간 세상과 단절의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어떤 것도 의식하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눈부신 꽃을 피워내는 나무가 한없이 존경스럽고 부러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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