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쯤 되었을까?
스님이 실상사 계셨을 때 영원사에 갔었던 것 같다.
나이 들면 이런 곳에서 지냈으면 한다고 하셨던 말이 생각난다.
나는 그때 스님과 영원사가 어떤 인연이 있나 했지만 스님의 대답은 그저 이 곳이 편안하고 좋아서... 그런 느낌이 난다고 하셨던 것 같다.
그렇게 처음 영원사를 가 보고 두 번째 가게 되었다.
영원사는 함양군 마천면에 있다.
해발 900이 넘는다.
처음 영원사를 갔었을 때는 함양군인지 어딘지도 모르고 그저 지리산 자락 어딘가에 있는 암자라고, 엄청 높은 곳에 있는 암자라고 생각했었다.
지금 보니 우리 동네에 있는 암자였다. 해인사 말사다.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각색이 일어난다.
내 기억 속 영원사는 지금의 영원사와 반 정도 일치하는 것 같다.
단아하게 정돈되었지만 따뜻하고 소박한 느낌이 있었다.
철쭉인지 영산홍인지 법당 앞에 하늘거렸던 기억이 난다.
엊그제 갔던 영원사는 마당 나무를 너무나 그림같이 관리해서 마치 게임 속 가상현실 느낌이 났다.
법당의 기본 모습은 비슷한 것 같다.
금대암도 마찬가지다.
처음 스님과 금대암에 갔을 때 세상 이런 곳이 있나... 입이 떡 벌어졌었다.
그런 절경이 없었고 법당은 세속을 벗어난 곳 같았다.
그리고 이곳에 이사온 뒤 금대암에 다시 갔을 때... 여전히 풍광은 좋았지만 그때의 느낌은 아니었다.
법당 모습도 많이 정돈되고 바뀌어서 그때의 느낌은 아니었다.
금대암도 역시 함양군, 우리 동네에 있다.
어딘지도 모르고 지리산 자락 암자와 사찰을 엄청 구경 다녔었는데 알고 보면 다 우리 집 동네다. ㅎㅎ
정말 오랜만에 영원사에 다녀오면서 고담사 마애불에도 들렀다.
오며 가며 마애불 표지판은 많이 봤었는데 가서 본 것은 간청재 이사 온 후 처음이다.
서울에 있을 때는 미리 계획하고 어렵게 시간 내서 구경하고는 엄청나게 감동하고 돌아갔지만
동네에 있으니 시큰둥....언제라도 갈 수 있으니 가지 않게 되는 곳이 많다.
동네 사람 모드 말고 관광객 모드로, 조금은 과장된 감동으로 우리 동네를 찬찬히 돌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