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며칠 서울에 다녀왔다.
딸아이의 한 번 올라오라는 요청이 이번 상경의 큰 원인이었고,
엄마가 백신 2차 접종까지 마쳤기 때문에 엄마 얼굴도 보고 겸사겸사...
딸아이는 졸업하면서 학교 주변 쉐어하우스에서 벗어나 1인 가구로 독립하였다.
이사 날짜가 맞지 않아 이모집에서 두 달 얹혀 살다가 4월 1일 이사했다.
이사하는 날 올라가서 대충 도와주었지만 그 후에도 이런 저런 것들을 딸아이 혼자서 처리하고 집안에 필요한 것들을 채웠다.
그럭저럭 집안이 정비가 되자 자신의 집에 한 번 오라는 것이었다.
그동안 서울에 가서 딸아이를 만났지만 기숙사나 쉐어하우스에 있었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따로 만났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자신의 집으로 오라는 것이다. ㅎㅎㅎ
딸아이는 간청재 와서 내 옷을 입고 지냈던 것처럼 자신의 티셔츠와 파자마를 나에게 입히고
용가리에게도 자신의 헐렁한 티셔츠를 내어 주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옷을 입은 우리를 보고는 엄청 재밌어했다.
카페라떼도 만들어 주고 편안한 쿠션도 받쳐주고...집안도 깔끔하니 잘해 놓았다.
딸아이의 집이니 딸아이의 규칙이 있어, 물어보기도 하고 지시도 받고...색다른 경험, 색다른 기분이었다.
아빠 생일 케잌 같이 먹자는 계획도 있었기에 딸아이가 생일 케잌을 준비해서 아주 오랜만에 셋이서 생일 촛불을 켰다.
말로는 아빠 생일 챙겨준다고 서울 오라고 했지만 챙겨준 것은 케잌?
아니 생일 해 준다고 했으면 갈비찜에 잡채 정도는 해 놓고 불러야 하는 거 아닌가? 라고 내가 빈 말로 틱틱거렸지만
몰래 케잌 준비해서 초에 불 붙여 짠~~하고 나오니 용가리는 좋아서 입이 헤벌레~ ㅋㅋ
좁은 방에서 딸아이 옷 입고 서로 부대끼며 낑겨 자는 것도 참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시골에서 상경한 부모님 서울 구경시켜준다고 연남동에 데려갔다.
연남동이 어떻다 말만 들었지 실제 가 본 것은 처음이다.
사실 조금 놀랐다.
옛날 내가 살던 주택가가 생각나는 그런 옛날 집들이 그대로 있는데
그 집들 중간중간에 인테리어를 새롭게 한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함께 있는 것이다.
주로 까페가 많았지만 다른 소품 가게도 있고 그 와중에 아주 오래된, 그 자리에 원래 있었던 전파상이나 철물점 같은 가게도 있었다.
게다가 예쁘고 아기자기한 가게 옆에는 그냥 일반 주택도 있고 그 주택 앞 빨랫줄에는 빨래가 널려있기도 했다.
젊은 연인들과 친구들은 연신 그 이쁜 가게들을 들락거리는데 그 옆 집 평상에는 할머니가 나와 태연하게 콩나물을 다듬는다.
주택가도 아닌 상가도 아닌, 낡은 것과 새로운 것, 튀는 것과 무덤덤한 것들이 함께 엉켜 있었다.
이 신기한 동네의 미래는 어찌 될까... 핫플레이스라고 떴었던 다른 곳과 같은 운명이 될까?
이곳은 또한 경의선 숲길과 마주하고 있어 사람들이 참 많았다.
사람과 함께 나온 개들도 참 많았다. 중간에 반려동물 간식 자동판매기도 있었다.
철길도 있고 물도 흐르고 적당한 녹지대도 있고... 딸아이는 너무 예쁘지 않으냐며 공원길도 걷고 꽃도 보고 좋아했지만
지리산 골짜기에서 온 나는 사람 구경이 더 재밌었다.
취업이 되어 이제 며칠 후면 출근을 시작하는 딸아이는 그전에 우리와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것 같다.
이제 좋은 시절은 다 갔고 주말을 목 빠지게 기다리며 월요병에 괴로워하는 직장인이 되는구나..
지리산 정기와 함께 너에게 화이팅!!을 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