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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띵띵이와 분홍이

by jebi1009 2021. 5. 28.

간청재에서 밥도 먹고 툇마루에서 늘어지게 낮잠도 자는 양이 두 마리.

처음에는 띵띵이만 왔었는데 요 근래 분홍이도 자주 온다.

분홍이는 코가 분홍색이라서 그냥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

분홍이는 띵띵이보다 얼굴이 더 작고 더 깨끗하고 더 젊어 보인다.

그리고 경계심이 더 많아서 띵띵이처럼 유들거리는 맛이 없고 예민한 편이다.

처음 분홍이가 등장했을 때는 그냥 스쳐 지나가는 아이라 생각되어 따로 밥을 주지는 않았다.

툇마루에 올라오지도 않고 집 안을 들여다보다가는 그냥 도망가버리고는 했다.

그런데 점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더니 툇마루에서 낮잠도 잔다.

어쩔 수 없이 분홍이도 밥을 챙겨주기 시작했다.

띵띵이와 분홍이가 함께 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지난번 한 놈은 앞 툇마루에, 한 놈은 뒤 툇마루에 따로 나타나 따로 밥을 챙겨준 적은 있었다.

그런데 엊그제 두 놈이 앞 툇마루에 동시에 나타난 것이다.

며칠 안 보이기도 했고 서울도 다녀온 터라 특별 간식을 주었다.

통조림을 주었는데 아무래도 따로 주어야 할 것 같아서 그릇 두 개에 따로 담아 주었다.

그런데 띵띵이 밥그릇에 분홍이도 함께 가서 먹는 것이 아닌가....

내가 나서서 분홍이 밥그릇을 집어 들며 여기 네 것이 있으니 이걸 먹으라고 말했다.

그러자 분홍이가 자기 밥그릇으로 와서 먹는 것이다.

그러다 띵띵이가 자기 것을 다 먹고 분홍이 밥그릇으로 와서 또 함께 먹는 것이다.

 

둘이 싸울까봐 따로 주었는데 별로 그런 기색이 없이 한 밥그릇에 사이좋게 먹는 것을 보니 둘 사이가 궁금했다.

친구? 부모자식? 두목부하? ㅎㅎㅎ

어쨌든 둘이 들락거리니 밥 챙겨주는 것이 두 배 많아졌다.

간식도 띵띵이만 주던 것을 괜히 분홍이가 오면 미안해서 또 챙겨주게 된다...ㅠ

얼마 전 아주 어리고 깜찍하게 생긴 양이가 또 한 마리 우리 집을 기웃거리며 안을 살피던데...

용가리와 나는 '너는 아니야,,너까지 챙길 수는 없어...'이랬다. ㅋㅋ

 

 

날씨가 하도 험해서 벌써 꽃들이 많이 상했다.

탐스러운 작약이 만발했는데 날씨가 바람 불고 난리도 아니어서 벌써 꽃잎이 많이 떨어졌다.

작약은 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가기만 해도 그 향기가 어찌나 좋은지...

오래 보고 싶은데 그것도 욕심이겠지?

 

 

크지도 않고 땅에 붙어 있는데 오이가 달렸다.ㅠ
요놈은 그래도 잎사귀도 튼실하고 떼내기도 좀 그래서 그냥 두었다. 오이가 크지는 않을 것이다.ㅠ
토마토도 거의 자라지 않았는데 토마토가 달렸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날씨가 심상치 않다.

이제 곧 6월인데 아침 저녁으로 쌀쌀하고 바람이 많고 낮 기온도 낮다.

4월 말 심어 놓은 모종들이 거의 자라지 않고 있다.

감자도 싹은 났지만 영 신통치 않다. 엄지 손가락만 한 감자들 몇 개 건질 듯싶다.

땅콩도 거의 자라지 않았고 토마토, 오이는 자라지 않은 채 꽃이 피고 열매가 달렸다.

오이는 잎사귀가 하나밖에 없는데 오이가 두 개나 달려서 떼 주었다. ㅠㅠ

토마토나 오이도 올해 잘 먹기는 틀린 것 같다.

그나마 상추나 부추 청경채 정도... 그런데 그것들도 이제 곧 명을 다 할 테니 여름철 두고 먹을 채소가 아쉬울 것 같다.

해가 거듭할수록 텃밭 농사가 더 어려운 것 같다.

처음에는 맨땅에 헤딩하듯 대충 심어도 그럭저럭 신나 하며 수확물을 거두었는데

갈수록 신경은 많이 쓰이고 노력도 더 많이 하는데 잘 거두기가 어렵다.

올해도 안식년을 하려 했지만 빈 땅에 풀 뽑기가 너무 힘들 것 같아 최소한으로 심었는데 그것도 영...

내년에는 정말 빈 땅으로 안식년을 가지리라 마음먹어 본다. 못 참고 또 심을지도 모르지..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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