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청재에서 밥도 먹고 툇마루에서 늘어지게 낮잠도 자는 양이 두 마리.
처음에는 띵띵이만 왔었는데 요 근래 분홍이도 자주 온다.
분홍이는 코가 분홍색이라서 그냥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
분홍이는 띵띵이보다 얼굴이 더 작고 더 깨끗하고 더 젊어 보인다.
그리고 경계심이 더 많아서 띵띵이처럼 유들거리는 맛이 없고 예민한 편이다.
처음 분홍이가 등장했을 때는 그냥 스쳐 지나가는 아이라 생각되어 따로 밥을 주지는 않았다.
툇마루에 올라오지도 않고 집 안을 들여다보다가는 그냥 도망가버리고는 했다.
그런데 점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더니 툇마루에서 낮잠도 잔다.
어쩔 수 없이 분홍이도 밥을 챙겨주기 시작했다.
띵띵이와 분홍이가 함께 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지난번 한 놈은 앞 툇마루에, 한 놈은 뒤 툇마루에 따로 나타나 따로 밥을 챙겨준 적은 있었다.
그런데 엊그제 두 놈이 앞 툇마루에 동시에 나타난 것이다.
며칠 안 보이기도 했고 서울도 다녀온 터라 특별 간식을 주었다.
통조림을 주었는데 아무래도 따로 주어야 할 것 같아서 그릇 두 개에 따로 담아 주었다.
그런데 띵띵이 밥그릇에 분홍이도 함께 가서 먹는 것이 아닌가....
내가 나서서 분홍이 밥그릇을 집어 들며 여기 네 것이 있으니 이걸 먹으라고 말했다.
그러자 분홍이가 자기 밥그릇으로 와서 먹는 것이다.
그러다 띵띵이가 자기 것을 다 먹고 분홍이 밥그릇으로 와서 또 함께 먹는 것이다.
둘이 싸울까봐 따로 주었는데 별로 그런 기색이 없이 한 밥그릇에 사이좋게 먹는 것을 보니 둘 사이가 궁금했다.
친구? 부모자식? 두목부하? ㅎㅎㅎ
어쨌든 둘이 들락거리니 밥 챙겨주는 것이 두 배 많아졌다.
간식도 띵띵이만 주던 것을 괜히 분홍이가 오면 미안해서 또 챙겨주게 된다...ㅠ
얼마 전 아주 어리고 깜찍하게 생긴 양이가 또 한 마리 우리 집을 기웃거리며 안을 살피던데...
용가리와 나는 '너는 아니야,,너까지 챙길 수는 없어...'이랬다. ㅋㅋ
탐스러운 작약이 만발했는데 날씨가 바람 불고 난리도 아니어서 벌써 꽃잎이 많이 떨어졌다.
작약은 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가기만 해도 그 향기가 어찌나 좋은지...
오래 보고 싶은데 그것도 욕심이겠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날씨가 심상치 않다.
이제 곧 6월인데 아침 저녁으로 쌀쌀하고 바람이 많고 낮 기온도 낮다.
4월 말 심어 놓은 모종들이 거의 자라지 않고 있다.
감자도 싹은 났지만 영 신통치 않다. 엄지 손가락만 한 감자들 몇 개 건질 듯싶다.
땅콩도 거의 자라지 않았고 토마토, 오이는 자라지 않은 채 꽃이 피고 열매가 달렸다.
오이는 잎사귀가 하나밖에 없는데 오이가 두 개나 달려서 떼 주었다. ㅠㅠ
토마토나 오이도 올해 잘 먹기는 틀린 것 같다.
그나마 상추나 부추 청경채 정도... 그런데 그것들도 이제 곧 명을 다 할 테니 여름철 두고 먹을 채소가 아쉬울 것 같다.
해가 거듭할수록 텃밭 농사가 더 어려운 것 같다.
처음에는 맨땅에 헤딩하듯 대충 심어도 그럭저럭 신나 하며 수확물을 거두었는데
갈수록 신경은 많이 쓰이고 노력도 더 많이 하는데 잘 거두기가 어렵다.
올해도 안식년을 하려 했지만 빈 땅에 풀 뽑기가 너무 힘들 것 같아 최소한으로 심었는데 그것도 영...
내년에는 정말 빈 땅으로 안식년을 가지리라 마음먹어 본다. 못 참고 또 심을지도 모르지..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