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의 계절이다.
아니 이제 오디는 끝나가고 있다.
6월 초부터 하나 둘 까맣게 익기 시작해서 이제는 후두둑 떨어진다.
내가 힘들어 심고 가꾸지 않았는데 이렇게 해마다 귀한 열매를 주니 정말 보물단지다.
간청재에는 가깝게 3그루의 뽕나무가 있는데 길 건너 개울가에 있는 뽕나무가 제일 먼저 오디를 시작한다.
그리고는 뒤쪽 땅 간청재 지붕 위에 있는 나무, 그리고 길가에 있는 뽕나무 순이다.
이 나무들은 오디의 크기와 맛도 다 다르다.
길 건너 있는 나무는 오디 열매가 작지만 아주 달다. 올해는 이 나무에서는 오디가 그리 풍성하게 달리지 않았다.
간청재 뒤쪽에 있는 나무는 열매가 아주 크고 복스럽게 생겼는데 맛은 그리 달지가 않다.
그리고 길가쪽에 있는 나무는 열매도 적당히 크고 맛도 좋다.
각각의 나무가 위치한 거리는 2,3미터 정도 간격인데 어쩌면 이렇게 열매가 열리는 시기도 다르고 맛도 다른지 모르겠다.
한 움큼씩 따서 먹다가 오디가 전면적으로 달리니 대규모 수확 작전에 돌입했다.
작년까지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손으로 하나하나 땄었는데 그게 참 만만치가 않다.
어렵게 가지에 손을 뻗어 오디를 딸려고 하면 후두둑 떨어지기도 하고 으깨지기도 한다.
그리고 목이 어찌나 아픈지....
뽕나무 잎사귀 밑에 오디들이 달려서 밑에서 쳐다봐야 오디를 잘 딸 수가 있다.
사다리 타고 가지 잡고 목까지 뒤로 젖히니 아주 고역이다. ㅠㅠ
그래서 이번에는 따기 쉬운 위치에 있는 것은 손으로 따고 나머지는 긴 막대로 후려쳤다.
작년에는 바닥에 천을 깔고 했었는데 별 효과가 없었다.
엉뚱한 데로 다 떨어지고 천 위로 떨어져도 깨지는 것도 있고 어차피 한 번 씻어야 하니 말이다.
간청재 뒤에 있는 뽕나무 두 그루를 한 번씩 장대로 후려져서 딱 두 번 수확했는데 그 양이 꽤 많다.
땅에 떨어진 것들, 화단에 떨어진 것들을 꼼꼼하게 찾아서 바구니에 담고, 물에 살살 씻어서 완성하기까지 하루 종일 걸렸다.
모아 놓은 오디들을 보니 완전 뿌듯~~
작년까지는 이 오디들을 냉동보관해서 먹었었다.
매번 과일을 구입하기 어려울 때 얼려 놓았던 오디를 꿀과 함께 요구르트에 넣어 먹으면 생과일 먹는 만큼 맛있다.
나는 쌀이 떨어지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과일이 없으면 조금 불안(?)하다. 그만큼 과일을 좋아한다.
과일은 항상 그대로 먹어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었다.
갈아먹거나 설탕을 뿌려 먹거나... 어떤 조작도 하지 않고 그냥 우적우적 씹어 먹는 것이 좋았다.
그래서 잼이나 설탕 조림 같은 것을 만드는 것에 별로 관심 갖지 않았었다.
오디로 잼을 만들면 엄청 맛있다는 이웃 둥이 엄마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말을 들었었지만 그냥 얼려서 먹었었다.
그러다 이번에는 오디도 많고 또 이것을 비닐팩에 일일이 넣어 냉동 보관하면 냉동실도 비좁아지고(여기서는 웬만한 것은 모두 냉동실)하여 오디잼에 도전하게 되었다.
얼려서 꿀과 함께 먹는 것보다 잼처럼 만들어서 요구르트에 넣어 먹는 것이 더 간편한 일 아닌가... 부피도 줄고...
과일로 어떤 조작을 해 본 것은 작년 자두조림이었다.
자두를 작은 상자로 한 상자 샀는데 세상에 그렇게 맛없는 자두는 처음이었다.
그래도 우적우적 열심히 먹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 설탕 조림을 해서 냉장고에 넣었다 먹으니 나름 괜찮았었다.
오디잼도 자두 조림과 비슷할 것이라 생각하고 시작했다.
한 시간 정도면 끝날 것이라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결국은 하루 종일 걸렸다.ㅠㅠ
옛날 엄마가 딸기 한 판 사다가 딸기잼 만들면서 밤이 깊도록 저어 주던 것이 생각났다.
그리고 잼 폭탄....
호박죽 끓이면서 맛보았던 죽 폭탄에 이어 잼 폭탄도 엄청났다.
잼이 튄다는 것을 알고 깊은 냄비를 쓴다고 우리 집에서 제일 큰 냄비(간청재에 가져오기는 했지만 한 번도 쓰지 않은 냄비)를 썼는데도 엄청났다.
가볍게 그냥 국 냄비에 했다가는 큰일 날 뻔...
차라리 밖에서 솥단지 걸고 불 때서 만드는 게 나을 뻔했다.
생으로 먹을 것 조금 남기고 다 때려 넣으니 생각보다 오디가 양이 많아 냄비에 거의 가득 찼다.
잠시 망설였지만.. 뭐 이왕 시작한 것 해 치우자!!
설탕을 찾았는데 이런.. 양이 턱 없이 부족하다. 한 움큼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아깝지만 꿀을 찾아 넣었다.
어느 정도 단 맛이 있어야 하고 또 그래야 저장이 가능할 것 같아 넣느라고 많이 넣었는데 글쎄.....
오디가 끓기 시작하고 한 번 씩 저어주어야 할 때 그 열기도 엄청나고 마구 튀어서 양 손에 고무장갑 끼고 앞치마 단단히 두르고 사방에 쿠킹호일로 막아 두고 그렇게 시작했다.
생각보다 빨리 줄어들지가 않았다. 나는 빨리 끝내고 싶은데..ㅠㅠ
반쯤 줄어들었을 때 대충 먹자는 심정으로 불을 껐다.
저녁 무렵 병에 담으려고 보니 물기가 너무 많았다.
두 병 담고 안 되겠다. 다시 끓이자.
30분쯤 더 끓였다.
먼저 담은 두 병은 콩포트로 먼저 먹고 30분 더 졸인 것은 잼으로 먹자.
그런데 30분 더 끓인 것도 수분은 좀 줄었는데 끈적이는 느낌은 없다.
살짝 잴리같이 그런 끈끈함이 있을 줄 알았는데 별로 그렇지가 않다. 제대로 된 것인지 모르겠다.
내 예상과 달랐지만 그래도 맛은 좋다.
잼 만들기는 역시 함부로 시작할 일이 아니다. 내년에는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