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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가죽나무꽃

by jebi1009 2021. 6. 24.

간청재 마당 한쪽에는 매화나무와 가죽나무가 있다.

매화를 보고 빗소리를 듣는 집(간청재)이니 매화나무를 무척 사랑하지만 그 열매 매실은 어쩌지 못해 고민이다.

살구나 자두처럼 그냥 우적우적 먹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매실은 그렇지가 않다.

청을 담거나 술을 담거나 장아찌를 하는데 세 종목 모두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매실청은 있으면 쓰고 없으면 안 쓰는 정도... 음료로 마시지 않으니 음식 할 때나 쓰는 정도다.

술은 좋아하지만 과실주는 별로이고 밥을 잘 챙겨 먹지 않으니 장아찌도 거의 먹지 않는다.

해마다 마당에 한가득 떨어져 굴러다니는데 올해는 유난히 매실이 크고 굵다.

보면 살구같아서 맛있어 보이는데 먹으면 아니다..ㅠㅠ(탐스러워서 한 번 먹어봤다)

노랗고 말랑거리기까지해서 진짜 살구 같다.

화단 사이, 텃밭 사이에 매실 천지다. 그저 땅에 거름으로 돌아가는 것을 지켜볼 뿐...

 

탐스럽게 달린 매실. 살구나 복숭아면 얼마나 좋아..ㅠ

 

그렇게 해마다 매실 떨어진 것을 보다가 올해는 처음으로 다른 것을 보게 되었다.

매실과 함께 하얀 꽃잎 같은 것이 잔뜩 떨어져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혹 벌레?? 하면서 놀랐는데 벌레는 아니었다.

뽕나무에 잔뜩 붙어 있는 하얀 벌레(천사 벌레라고 한다는데 채소나 나뭇가지에 하얗게 앉아서 즙을 빨아먹는 나쁜 벌레다.)인 줄 알고 쫄았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하얀 꽃이 핀 정체를 찾을 수가 없었다.

아니.. 이 꽃이 어디서 왔남? 요즘 날씨가 요동치니 저 숲에서 여기까지 날아왔나?

그렇게 보기에는 나무 밑에 흩어 있으니 아닌 것 같다.

주변을 올려다 보아도 매화나무와 가죽나무밖에는 없다.

그런데 매화는 아니고... 가죽나무?

가죽나무에 꽃이 피는 것은 본 적도 없고 생각도 못했었다.

가죽나무는 키가 커서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는 없으나 고개가 빠지게 쳐들고 살펴보니

잎사귀 사이에 뭉텅뭉텅 하얀색이 보이는 듯....선명한 하얀 색이 아니라 자세히 봐야 알 수 있을 정도...

아니 이럴 수가... 가죽나무에도 꽃이 피는구나!!!

생각해 보면 모든 나무는 꽃을 피우는데 내가 보지 못한다고 해서 꽃이 없다고 생각하다니...ㅠㅠ

꽃이 없다는 무화과도 사실 열매 안에 꽃이 있고 외부로 보이지 않을 뿐이라 했는데 말이다.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가죽나무꽃이 맞다.

아... 가죽나무를 오랫동안 보면서 그 꽃을 이제야 발견하게 되다니!

내가 못 본 것인지 꽃이 피지 않았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난생처음 겪는 일이 또 하나 추가되었다.

 

하얗게 떨어진 가죽나무꽃. 꽃잎인 줄 알았는데 꽃송이 자체가 아주 작다.

 

난생처음 겪는 일. 또 있었다.

엊그제 밤에 천둥 번개가 요란하더니 지붕이 뽀개지는 듯한 엄청난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엄청난 비가 오나? 했지만 차원이 달랐다.

우박이닷!

우박이 지붕을 때리는 소리... 난생처음 겪는 일이다.

간청재 이사 오고 항상 느끼는 것... 집을 튼튼하게 지어야 한다.

서울에서는 몰랐지만 이곳에서는 바람 불고 비 내리는 것이 엄청나게 확 다가온다.

차원이 다른 사운드를 선사하기 때문에 지붕이 날아갈까 집이 떠내려갈까 걱정이 된다.

아기돼지 삼 형제 이야기를 몇 번이나 떠올렸는지 모른다.

비바람 소리에 익숙해지면 이런 걱정이 조금 덜할까?

 

한밤중 툇마루에 떨어진 우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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