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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띵띵이와 동글이

by jebi1009 2021. 10. 15.

간청재에 드나드는 고양이 중에서 가장 처음 얼굴 도장을 찍은 아이가 띵띵이다.

무언가 느낌이 시크하고 세상을 하찮게 보는 느낌이 있어 띵띵이라 이름 지었었다.

내가 가끔 띵띵이 사진을 찍어 사람들에게 보여 주며 귀엽다고 하면 다들 귀여운 고양이 보지도 못했냐고 말하고는 했었다.

그래도 내 눈에는 귀여웠는데 이제는 점점 띵띵이가 세상을 초월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제법 나이도 먹은 것 같고 산전수전 다 겪은 풍모를 풍기는 것 같다.

가끔은 엄청 초췌하거나 지저분한 몰골로 나타날 때도 있는데 한 없이 피곤한 모습으로 툇마루에서 뻗어 잔다.

얼마 전에는 동전 모양으로 털이 빠진 상처를 달고 와서 걱정이 되기도 했다.

처음 만났을 때는 먹성도 좋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먹는 양도 많이 줄었다.

그렇게 좋아하던 통조림도 남기는 것을 보면 말이다....

가끔 툇마루에서 풀 같은 것을 토할 때도 있는데 어디 가서 독풀을 먹었나 걱정이 되기도 한다.

어쨌든 소화력도 떨어진 것 같다.

 

옆에 있으니 도롱도롱 띵띵이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띵띵이가 오래 머무르지 않는 반면, 동글이는 하숙생이다.

가끔 2,3일 보이지 않을 때도 있지만 거의 간청재 누마루와 마당에서 뒹굴거린다.

동글이는 띵띵이보다 눈이 동그랗게 생겨서 동글이라고 했다.

더 어리고 귀엽게 생겼다. 처음 만날 때보다 많이 자란 것 같은 느낌이다. 몸집도 더 커진 듯?

잘 먹고 잘 자고 띵띵이보다 경계심이 적다.

우리들 주변으로 다가올 때도 있고 눈도 맞추지만 우리가 다가가는 것을 허락하지는 않는다.

간식 추루를 줄 때는 예외... 이마도 만질 수 있다.ㅎㅎㅎㅎ

띵띵이나 동글이 모두 처음에는 쳐다보고 있으면 밥을 먹지 않았는데

지금은 많이 익숙해져서 그런지 쳐다봐도 잘 먹는다.

띵띵이는 아직도 쳐다보면 먹지 않는다. 그러나 간식 통조림이나 추루를 줄 때는 쳐다봐도 먹는다.ㅋㅋ

밥을 주는 작은 컵을 들면 알아서 누마루 밑 밥그릇 옆에 가서 앉는다.

 

딸아이와 동글이. 
귀여워라~~
자다가도 사진 찍으려 하니 포즈를 취한다.ㅋㅋ

 

시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것은 띵띵이와 동글이의 관계다.

띵띵이가 나타나면 동글이는 화들짝 도망간다.

띵띵이는 별 신경 쓰는 것 같지 않은데 동글이는 엄청 예민해서 도망가고 난리다.

그래도 좀 나아진 것은 지금은 동글이가 냅다 도망가지는 않고 근처에 앉아서 띵띵이를 살피고 있다는 점이다.

띵띵이와 동글이가 대치하느라 밥도 먹지 않을 때도 있다.

따로 밥을 주는데도 서로 째려보고는 먹지 않는다.

 

밥 먹는 띵띵이를 보는 동글이.
띵띵이와 동글이. 동글이는 띵띵이가 떠날 때까지 띵띵이만 쳐다본다.
다른 쪽 마루 끝에는 동글이가 웅크리고 앉아 있다.
툇마루에 있다가 어느새 누마루 밑으로 달아난 동글이

띵띵이는 동글이 밥그릇에 가서 먹기도 하는데 동글이는 띵띵이가 먹던 밥그릇에 와서 먹지는 않는다.

덩달아 나도 눈치가 보여 간식이나 밥을 줄 때 신경 쓰게 된다.

솔직히 동글이는 간청재에서 대부분 지내기 때문에 잘 먹고 잘 자는 것 같은데

띵띵이는 어디 가서 어떻게 지내는지 항상 고생하고 온 듯한 느낌이라 더 챙겨주고 싶다.

더 많이 먹고 더 쉬고 가면 좋으련만 먹을 만큼 먹고 나면 먼 산 한 번 바라보고 휑 하니 떠난다.

띵띵이가 나타나지 않는 날이 오면 마음이 아플 것 같다.

괜히...

그럼 동글이는?

하.... 동글이도 언젠가는 나타나지 않겠지...

그런 날이 와도 그런가 보다 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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