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痛飮大快
  • 통음대쾌
음풍농월

곶감

by jebi1009 2021. 10. 28.

한 해의 큰 행사인 감을 깎아 널었다.

보통은 감을 깎아 널고 김장을 마치면 한 해가 정말 마무리되는 것인데

올해는 김장을 생략하니 감 깎기가 올해의 마무리 행사가 되었다.

작년 감을 샀던 곳에 연락을 하니 곶감을 파는 곳이지 감은 팔지 않는다고 하셨다.

작년에 샀다고 말씀드리니 어디냐고?...마천 창원마을이라 하니 기억하시는 듯...

오후에는 감을 따러 가야 하니 오전 중에 오라 하셔서 서둘러 농장으로 갔다.

농장 주인 내외분이 감을 깎고 계셨다.

인사를 나누고 감을 내 오시면서 지금 있는 것은 단성시이고 고종시는 일주일쯤 기다려야 한다고 하셨다.

가을비가 많이 내리고 서리를 맞아서 아직 익지 않았다고 하셨다.

다 같은 고종시인데 지역에 따라 덕산, 단성, 함양 이렇게 부른다 하셨다.

함양 고종시가 제일 알려져서 고종시라 하면 함양 고종시를 많이들 말한다고...

작년에 고종시를 깎았는데 씨 하나 없이 정말 맛있었다 하니

올해는 고종시(함양)가 씨가 조금 생길 것 같다 하셨다. 오잉??

같은 종자라 하더라도 기후에 따라 씨가 생기기도 한다는 것이다. 헐~~

반면 단성시는 지금 씨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단성시는 생산양이 많지 않아서 그런데 곶감으로 더 달고 아주 좋은 감이라 하셨다.

올해는 단성시로 곶감을 하기로 했다.

감 모양만 보고 단성시 함양고종시 구분을 하시는데 우리야 다 똑같은 감....

 

농장 주인 아저씨가 재미있는 사실을 알려 주셨다.

원래 '감'이라는 것이 씨가 없으면 나무에서 일찍 떨어지거나 곯아버리는데

(내가 생각해도 종족 번식에 필요가 없으니 나무가 그렇게 떨구거나 곯게 할 것 같다.)

신기하게 함양, 산청 지역에서만은 감이 곯지 않고 잘 익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임금님께 진상할 정도로 고종시가 유명해졌는데,

더 신기한 것은 그 감 종자를 곶감으로 유명한 상주에 가서 심었더니 씨가 생겼다는 것.

결국 고종시는 함양 산청 지역에서만 생산된다는 것이다.

지리적 표시제에 등록되어 있는데 그 등록을 본인이 직접 하셨다고... 우와~

나는 씨가 없는 것이 감 종자로 정해지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지리적 특징과 기후에 따라 씨가 생기기도 한다는 것이 신기했다.

 

 

다음 날 늦은 오전부터 감을 깎기 시작... 해가 넘어가서야 감을 모두 걸 수 있었다.

역시 내 입에 들어가는 것은 수고와 노동이 필수다.ㅠㅠ

 

마지막 한 개가 남아서 맨 끝에 무명실로 걸었다.

 

감을 걸고 누마루 문을 열었더니 주변에 있던 동글이가 누마루 안으로 들어왔다. 안돼!

아무래도 누마루 안에 양이들 간식을 두었더니 그것 때문에 들어왔나? 간식을 다른 곳으로 일단 옮겼다.

어쨌든 그러는 거 아니라며 타일렀더니 그 이후로 다시는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주변 마루에서 잠자고 논다. 기특해라~~

 

떫은맛이 빠질 때 새들의 공격을 좀 주의하고 날씨가 지금만 같이 좋으면 달콤하고 맛있는 곶감이 한아름 생길 것이다.

아 뿌듯하여라!!!

 

 

 

 

 

'음풍농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풍 구경  (0) 2021.11.04
이게 무슨 일이야?  (0) 2021.10.31
띵띵이와 동글이  (0) 2021.10.15
땅콩 수확  (0) 2021.10.06
가을  (0) 2021.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