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 전면 개정판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들어 책을 주문했다.
'알릴레오 북's'에서 이병한 역사가와의 대담도 참 재미있고 맞아 맞아~를 연발하게 했다.
역시 유시민은 언제나처럼 그 시대의 최전선에 서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세상은 이제 이념과 체제의 문제가 아닌 과학, 기술, 환경의 문제로 미래를 바라보게 되었다.
20세기와 크게 다른 유형의 인물을 중심에 두고 21세기 문명사를 정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레닌, 히틀러, 마오쩌둥, 루스벨트, 호찌민, 고르바초프 스타일이 아니라 튜링, 잡스, 게이츠 스타일,
혁명가나 정치인이 아니라 과학자 엔지니어 기업인을 역사의 주역으로 평가할 것이다.
짧은 시간 안에 일어난 컴퓨터 네트워크 혁명은 인간과 세계 질서의 모든 것을 빠르게 바꾸어 놓았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하는 것도 벅찰 정도다.
인공지능, 생명공학, 양자컴퓨터 등의 발전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이미 모든 것을 바꿔 놓았을지도 모른다.
기대보다 두려운 마음이 큰 것이 아날로그 세대를 살아온 나의 심정이다.
20세기는 이렇게 말한다. 그렇게 사는 거야. 불가능은 없어. 아무것도 영원하지 않아! 그렇지만 나는 의심한다. 영원한 건 없어도 지극히 바꾸기 어려운 것은 있지 않나? 나는 '역사의 시간'과 '우주의 시간' 사이에 '진화의 시간'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것은 '진화의 시간' 속에서만 달라질 수 있다. '역사의 시간' 속에서는 바꾸기 어렵다.
참 공감가는 말이다.
인간은 돌도끼를 들고 뛰어다닐 때나 지금이나 생물학적으로 똑같다.
지금까지 본능의 지배를 받는 모습에서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제기되는 문제가 기후와 환경 문제다.
지금의 국민국가 체제에서, 민주주의라는 제도는 욕망에 끌려다니는 인간의 본능을 조절할 수 없다.
그렇다고 그런 인간의 모습이 진화하기에는 너무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즉 역사의 시간 안에서 진화의 시간은 너무도 느리기 때문에 역사의 시간이 먼저 끝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에코 파시즘 이야기가 나오고, 다른 쪽에서는 자본주의 틀 안에서의 해결책을 찾아보려고 한다.
민주주의라는 것이 기후 문제나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지금의 민주주의는 미래 세대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주권자의 욕망을 최대한 실현시켜 주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욕망을 따라가는 사람들의 이익을 대변해야 권력을 잡을 수 있으므로 욕망을 절제해야 하는 기후나 환경 문제에 대해 컨틀롤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필요할 때 하지 못한 개혁을 수행하지 못하면 혁명 국면이 온다.
지구에 결정적인 10년 안에 인간 의식의 진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것 아닌가?
그렇다면 폭력적인 방식밖에 없는 것 아닌가?
파시즘?
인간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서 지구의 기후와 환경은 억지로 변화되었다. 그것이 큰 재앙이 된 것이다.
다시 되돌릴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그것에는 지금까지 마음껏 발산했던 욕망 덩어리들을 없애버리거나
발전된 과학 기술과 자본이 결합해서 되돌릴 수 있는 수단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땅 속에 묻혀 있던 탄소들을 꺼냈으니 다시 탄소들을 붙잡아서 땅 속에 파 묻어 버릴 수 있는 과학기술, 그것이 돈벌이가 된다면 인간은 지구에서 조금 더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 획기적으로 진화해서 그 욕망의 덩어리들을 없앨 수 있지 않다면 말이다.
그래서 작가는 결론에 말한다.
어차피 '역사의 시간'은 끝날 수밖에 없다고.
나의 좁은 시야로 보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또 하나의 파시즘이 필요한 것 같다.
부동산 파시즘!
에코 파시즘이 나오는 배경과 비슷하다.
욕망을 따라가는 인간의 본성이 진화하지 않는다면 시민의 욕망을 누를 수 있는 강력한 국가의 개입이 필요한 것 아닌가?
땅과 집은 인간이 살아가는 기본적인 조건이 아니라 인간이 갖고 있는 욕망 덩어리로 바뀌어버린 것 같다.
정말 징글징글하다.
어차피 끝나는 '역사의 시간' 속에서 고작 100년 남짓 살아가는 인간으로 본다면
윤석열 이라는 부끄러운 허구의 권력 옆에 바글거리는 파리떼들도 봐줄 수 있을 것 같다.
어느 나라든지 그 나라의 국민 수준에 걸맞는 정부를 갖는다 했으니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