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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풀이

백리섬섬길

by jebi1009 2021. 11. 27.

진주에 수제 맞춤 케이크 픽업하러 나간 김에 회도 먹고 바다 보고 오자!

지난주 얼떨결에 바다 냄새 물씬 맡고 오게 된 계기다.

회를 떠 와서 먹으려 했는데 날씨도 좋고 어디선가 들었던 바닷길도 생각나서 차를 돌리지 않고 그냥 달렸다~~

여수와 고흥 사이의 섬들을 다리로 이어 놓아 바닷길을 만들었다는데 한 번 보고 싶었다.

찾아보니 '백리섬섬길'이었다.

처음에는 '백리섬 섬길'인 줄 알았는데 '백리 섬섬길'이었다.

여수에서 고흥 간 거리인 '100리'에 섬과 섬을 잇는 바닷길이라는 순우리말 '섬섬길'을 더한 이름이라는 것.

집에서 늦게 출발한 탓에 여수로 넘어가기에는 좀 무리였다.

진주에서 케이크 픽업하고 사천에서 하룻밤 자고 다음날 여유 있게 여수로 넘어가서 섬섬길을 보기로 했다.

 

 

숙소에서 보이는 바다

사천 삼천포에는 횡~하니 바람 쐬러 가서 회도 떠 오곤 했었는데 숙소를 찾아보니 의외로 큰 규모의 리조트도 있고 아기자기한 까페들도 많고 바닷가 조망이 좋은 숙소들도 많았다.

적당한 숙소를 잡고 회에 소주 한 잔 하러 나갔다.

숙소 근처에 어촌 마을이 있었는데 포스가 느껴지는 횟집들이 있었다.

대부분 마을의 가정집(직접 고기를 잡는 집, 어부의 집?)을 개조해서 영업을 하는 집들이었는데 평일이라서 문을 닫은 곳이 많았다.

 

 

죽방멸치를 잡는 죽방
숙소에서 나와 횟집 찾아 걸어가는데 두둥실 달이...
움직이는 것은 우리들 뿐이었다.

 

서너 곳 불이 켜진 곳 중 한 곳에 들어가니 할머니 한 분이 나오셨다.

회 먹으러 왔다고 하니 7시에는 문 닫는다고 하시면서 그래도 먹을 거면 마당 안 쪽 수족관에서 골라보라고 하신다. 

저희가 뭘 아나요... 하니, 감성돔 참돔이 좋다고... 오늘 아들이 낚시로 잡았다고 하신다.

이 동네는 다 자연산 잡아서 파는 것이라고... 어쩐지 동네가 좀 포스가 있더라니...

우와~~ 당근 감성돔을 주문했다. 잘해봐야 참돔 정도 예상했는데 광어에서 벗어나 감성돔을 먹는구나 ㅎㅎㅎ

손님은 우리뿐이고, 7시에는 문 닫을 거라고 하시더니 이것저것 가져다주시면서 쫓아내지는 않을 테니 천천히 먹으라고 하신다.

그렇게 상을 차려 주시고는 텔레비전 보러 가셨다. 나중에는 우리가 알아서 소주 가져다 먹음. ㅎㅎ

매운탕까지 맛있게 끓여 주시고 우리는 7시 조금 넘은 시간까지 여유 있게 충분히 잘 먹었다.

 

 

직접 잡았다는 아드님이 회를 예쁘게 떠서 가져다 주셨다. 역쉬~~감성돔!

 

숙소가 바로 바다 앞이어서 아침 햇살에 반짝거리는 바닷물이 참 예뻤다.

사전 정보도 없고 백리섬섬길이라는 말도 모르고 갔기 때문에 대충 여수~고흥 사이 섬들을 지도로 찾아서 

가까운 섬 조발도를 네비로 찍고 출발했다.

여수 화양 쪽으로 가다 보니 표지판에 백리섬섬길도 나오고 백야도, 조발도 등등이 나오기 시작했다.

표지판을 봐도 백리에서 중간쯤 시작하는 것 같았다. 백리섬섬길 표지판이 따로 있다.

 

사천에서 여수로 넘어갈 때 광양제철단지, 여수 산업단지를 지났는데 그런 엄청나게 큰 산업단지를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네비 덕분으로 이런 구경도 다 하네...ㅎㅎ

만화영화 같은... 좀 현실감이 없기도 한 느낌... 엄청난 산업 단지를 본 느낌이 몽환적이라니....

그렇게 엄청난 산업 단지를 지나가니 완전 딴 판인 세상이 펼쳐지는 것이다.

우와~ 우와~ 감탄하며 그렇게 다리 5개를 건너면서 멋진 바다 풍광을 마음껏 즐겼다.

나중에 찾아보니 백리섬섬길은 이렇게 11개의 다리로 10개의 섬을 잇고 있다.

우리는 7번부터 11번까지 갔던 것이다.

모르고 갔지만 제대로 갔네..ㅋㅋㅋ

 

 

햇살 눈부신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낭도에 들어갔다.

낭도 입구에서 마을 주민들이 발열 체크와 전화 등록을 알려 주고 있었다.

다들 연세가 있으신 분들...할머니들은 인사도 하고 우리 섬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고 말도 크게 하시는데 할아버지는 발열 체크하는 손이 조금 떨리는 듯했고 말씀도 없으셨다.

용가리 왈, 역시 할머니들이 사회성이 좋아...ㅋㅋ

 

사천에서 달려왔으니 잠시 달달함과 휴식이 필요함.

낭도의 한 까페에 들어갔는데 세상 이런 곳에 이렇게 까페가 떡 하니 있다니...감탄!!

섬 자체도 아기자기 예쁘게 꾸며 놓았다.

벽화 마을이 유행이더니 여기는 '미술 길'이라고, 마을 집 외벽에 작은 그림들을 걸어 놓았다.

 

 

드 우붓. 우붓은 인도네시아 발리 지역이라는데 ubub이 아니라 ubud으로 나온다. 다른 의미인가? 물어보고 올걸..ㅠㅠ

 

루프탑 의자에 앉아 있으니 세상 시간이 다 멈춘 것 같다.

꽤 앉아 있었는데도 사람 한 명 보이지 않고 섬 자체에 움직임은 바닷물의 작은 반짝거림 뿐이었다.

간청재와는 또 다른 고요함과 평화로움...

이만하면 잘 살고 있는 거지? 뜬금없이 용가리에게 물었다.

커피 다 마셨으면 가자..

뭐냐?? 물어본 내가 잘못이지..ㅠㅠ

 

 

다시 간청재.

간청재 돌아오니 그 바닷길과 까페와 거대한 산업단지가 다 한 순간 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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