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다녀오느라 며칠 집을 비운 이후로 띵띵이를 보지 못했다.
집을 비운 후 한참 만에야 동글이는 다녀갔는데 띵띵이는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예전에는 서울 다녀오거나 하면 간청재로 들어서는 순간 툇마루에 띵띵이가 기다리고 있고는 했는데 언젠가부터는 그렇게 빈집 툇마루에서 기다리는 띵띵이를 볼 수 없었다.
사실 기다린다는 것은 내 입장에서 그런 것이고 띵띵이가 왜 거기 있는지는 띵띵이만 알 것이다.
그렇게 한 달 정도 띵띵이가 나타나지 않아 마음이 쓰였는데 드디어 엊그제 띵띵이가 왔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통조림 하나를 하사하고 용가리는 물도 새로 떠 주고 사료도 듬뿍 부어 주었다.
띵띵이와 동글이 모두 보았으니 이제 마음이 좀 놓인다.
한 달 사이에 다른 고양이들이 다녀갔는데 동글이 띵띵이만 나타나지 않아 마음이 좀 그랬다.
띵띵이를 처음 만났을 때(5년 전) 사진을 보면 나름 젊고 귀여웠다.
그런데 요즘 띵띵이는 세상 이치 다 알고 있는 노쇠한 모습이다.
전에 딸아이가 보고는 구내염이 있는 것 같다고 걱정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몸이 깨끗하지 못하다.
눈물도 많이 흘리는 것 같고 입 주변에 지저분한 것이 붙어 있을 때도 많다.
어쩔 때는 좀 닦아 주고 지저분한 것 좀 떼어 주고 싶을 때도 있는데 당근 손을 대는 것은 허락하지 않는다.
정신없이 추루 먹을 때 이마에 살짝 손을 대보기는 했다.^^
한 달 만에 처음 나타났을 때는 꼬라지가 영 아니었는데 오늘 아침에 보니 좀 다듬고 온 것 같기도 하다.
동글이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작년 봄부터 여름 지날 때까지 간청재 하숙생으로 늘어 붙어 먹고 자고 놀고 하더니 가을이 끝나갈 무렵부터는 밥을 먹고 나면 궁둥이 흔들면서 어디론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리고는 아침 툇마루에 엄청 피곤한 모습으로 널브러져 있었다.
나이트 가서 밤새 놀다가 새벽에 들어와 뻗어 있는 자식을 보는 심경?? ㅋㅋ
그러다 며칠씩 보이지 않을 때도 있었다.
언젠가는 한 일주일 정도 보이지 않더니 친구를 데려와서 툇마루에서 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가만 보니 여자 친구? 동글이가 마당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는 것 같기도 했다.
용가리 말이 같이 온 녀석 하는 짓이 애교 부리는 여자 아이 같다는 것이다. ㅋㅋ
그렇게 동글이도 나돌아 다니기 시작하더니 옛날 아이같이 어리고 귀여운 모습은 점차 사라지고 어른 얼굴이 된 것 같았다.
그리고 뽀얗고 깨끗했던 몸도 점점 지저분해지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몸을 만들어 자신들만의 야생 사회로 진출한 것인가?
그렇게 나돌아 다니기 시작한 동글이도 몸에 상처가 나기 시작했다.
며칠 전에 본 동글이는 발가락을 다친 것 같았다. 약을 발라 줄 수도 없고...ㅠㅠ
언젠가는 밤중에 고양이들 소리가 들렸다.
마치 어린아이 울음소리 같았다... 야옹 야옹이 아니었다....
다른 곳에 있는 고양이들도 어쩌다 울음소리를 들으면 '야옹'하는 고양이는 잘 못 본 것 같다.
우리는 한 번도 띵띵이나 동글이의 울음소리를 들어보지 못해서 누구의 소리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여러 마리 고양이 소리인 것만은 확실했다.
문 열고 나가면 조용.... 깜깜한 밤이니 보이지도 않았다.
다음날 아침 툇마루에 고양이 발자국이 있는데 피 묻은 발자국이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ㅠㅠ
띵띵이나 동글이는 무사한 건가?
다행스럽게도 그날 동글이와 띵띵이가 나타나서 밥을 먹었다. 살펴보니 크게 다친 것 같지도 않고 말이다..
오늘 아침에는 밥그릇에 작은 새 한 마리가 있었다고 한다.(나는 보지 않음)
예전에도 툇마루 위에 생쥐를 잡아 올려놓기도 했었는데 이번에도 고양이의 보은인가??
작은 새가 하필 고양이 밥그릇에 떨어져 죽었을 리가....ㅠㅠ
혹시 자기들 먹으려고 잡아 놓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용가리가 놔두었는데
조금 있다가 동글이가 나타나서 툇마루에 누워 밥 달라고 하기에 용가리가 치우고 사료를 부어 주었다.
생쥐나 새의 죽은 모습을 보거나 치우거나 하고 싶지는 않은데 그래도 용가리가 해결해서 다행이다.
동글이는 그렇게 밥을 먹고 어디론가 또 바쁘게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