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집에서 뒹굴대면서 EBS 일요시네마에서 보여주는 '알래스카의 혼 North To Alaska'을 봤다.
EBS 일요시네마는 내가 즐겨보는 프로 중 하나인데 흑백영화 옛날 영화를 볼 수 있다.
사전 정보 없이 그냥 제목이 그럴 듯 해서 봤는데 존 웨인이 등장하는 60년대 영화다.
알래스카 금광을 둘러싼 그렇고 그런 이야기...사나이들의 주먹, 총으로 지켜내는 금광, 아름다운 여인....
알래스카의 무슨 '혼'을 말하는지 영화가 끝날 때까지도 잘 모르겠다.
며칠 전 '브로크백 마운틴Brokeback Mountain'을 봤다. 영화가 흥행하고 보고싶게 하는 소문도 많았지만
조금 불편할 것 같아 어영부영하다 보지 않았었다.
캐나다 록키산의 풍광이 정말 마음을 시원하게 했다. 두 남자의 사랑....오랜 시간 동안 간절했던 사랑...
마지막 에니스의 눈물은 내 가슴을 적시기에도 충분했다.
그럼에도 영화를 보면서 나는 불편했다. 머리는 아니라고 했지만 가슴은 불편했다.
감동과 슬픔과 아련함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충분했다. 그런데도 한구석이 불편하고 눈 앞에 보여지는
불편한 장면들이 편하게 빠져들지 못하게 방해했다.
사실 내용으로 보자면 각자 가정을 갖고 살지만 외도를 하는 내용이다.
자신이 갖고 있는 가정 보다 외도하는 대상이 더 가슴 절절한 불멸의 사랑으로 그린 영화는 많다.
그럼에도 나는 왜 이 영화를 보면서, 그 아름다운 자연에서 아름다운 자연인이 사랑하는 장면들을
마음 편히 볼 수 없었을까..
그런데 웃긴 것은 존 웨인의 영화를 보면서는 미국식 영웅주의, 폭력의 미화, 마초들의 위선
이런 저런 비판적인 생각들을 마구 하면서 또 욕하면서 보지만 정서적으로는 무난히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어릴 때 봤던 서부영화 속 우수에 찬 눈빛의 주인공들이
사실은 영웅이 아니라 깡패들이며 불량배 집단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서부영화 자체를 또 클린트 이스트우드 같은 배우들이 엄청 재수없다고 생각하게 되었지만
영화를 보는 것은 그냥 별 불편함 없이 약간 추억에도 잠기면서 보게 된다.
그냥 갑자기 좀 웃겼다.
원래 그런 건지..이러면 안되는 건지..
머리와 가슴은 같은 곳에 있지만 같이 움직이지는 않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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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경우에는 '공부'로 보는 것과 그냥 즐기는 건 아주 다른 것 같아요.
젊었을 때는 '공부'거나, 평판을 확인하려고 보는 것이 꽤 있었어요.
지금은 억지로 '공부'로는 못 볼것 같아요.
즐겁게 보고나서 느끼는 뭔가가 공부인 것 같은 데...
옛날이나 지금이나 '공부'와는 거리가 멀어서리..ㅎㅎ
어느 사이에 세뇌당한 것 아닐지요. 우리가 어렸을 적부터 미드나 영화가 왠지 우월해 보이고 한국것은 저급한 것으로 매도당한... 하긴 선망의 대상이긴 했지요. ㅎㅎ
키트나 6백만불의 사나이, 미녀 삼총사, 원더우면, 쏘머즈, 전투 등등...
오히려 세뇌당한 것은 이성적으로 자각이 들면 깨지기 쉬운데 그렇지 않은 부분이 저에게 있다는 것이죠..동성애 같은..
절절한게 없다는 것은 삶의 크나큰 행운이기도 하지만, 삶을 조루하게 할수도 있단 생각이 불현듯 듭니다.
절절한거 없이 살아온 나도 할 말이 없습니다...난 첫사랑도 없는디...
노출 빈도랑 상관이 있겠죠...
동성애자(한국에서 이렇게 말해도 되요?)들과 같이 일을 하거나 자주 보고 알게 되면 정말 아무 느낌이 없거든요. 어쩌다 남자가 자기 '남편'이라면서 남자 이름을 대거나 여자가 여자 이름을 말하며 파트너라고 하면 그제서야 참 동성애자지 생각나는 정도...
아닐 수도 있겠다.... 전에 시아버지 살아 계실 때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우리 시아버지께서는 당연히 제가 서부영화를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서 휴가때 그분 댁에 가서 묵으면 저녁에는 의례 저랑 서부영화를 보려고 기다리셨어요. 그땐 잘 보이려고 꾹 참고 봤는데 아무리 봐도 서부영화는 좋아지지가 않더라구요. 원래 '싫다' 하는 마음이 있어서.... 시아버지 옆에서 길게 소파에 누워서 보던 그 분위기만 좋았을 뿐 영화는 진짜 지루했어요.
호불호도 습관일 텐데.... 세포의 기억?
성적 취향일 뿐이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 머리로는 이해한다고 생각했는데 저도 몰입하기가 어려웠던 기억이 나요. 다 커서까지 여자가 담배피는 것이 이상했던 것처럼 아무 느낌이 없어지겠지요. 저도...
저도 서부영화 별로 안 좋아해요. 재미 없고 싫어해도 그냥 눈 앞에서 돌아가면 영혼 없이 볼 수도 있는데 그게 안 되는 부분이 있다는 내 자신이 웃겨서요..
머리에서는 되는데 가슴에서 안 된다면 머리도 안 되는건가....
주변에서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두려움일거예요.
나는 두번째 근무지에서 동료중에 동성애자가 있었는데...
그때 이후로 동성애자를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하게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