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없이 켜 둔 텔레비전 속에서 어떤 사람이 말한다.
'저도 옛날에 술 마시면 집에 들어와 붉은 돼지 보면서 울고....'
아니,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었네...
무슨 영화 이야기를 하는 프로 같았는데 그 이야기가 귀에 들어와 오랜만에 붉은 돼지를 봤다.
오랜만에 듣는 ost도 너무 좋다.
미야자키 하야오와 히사이시 조 (Hisaishi Joe)와의 인연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앨범부터 시작된다.
그 이후 '천공의 성 라퓨타' '월령공주' '마녀배달부 키키'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등의 작품에 너무나 멋진 곡들을 입혀준다. 세계 테마 기행 같은 프로를 보면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나 '월령공주' '센과치히로의 행방불명'의 곡들이 배경음악에 종종 깔리고는 한다...
나는 붉은 돼지 하면 포르코(돼지로 변한 뒤 이름. 마르코-사람이었을 때 이름)가 자신의 아지트에서 총알을 고르는 장면이 떠오른다.....
만화영화가 눈물을 흘릴 만큼 슬픈 내용도 아니지만 술마신 사람 울리는 분위기가 있다.
'악인을 쓰러뜨리면 세계가 평화로워진다고 하는 영화는 만들지 않는다'
어딘가에서 본 하야오 감독의 인터뷰 내용이다.
'날지 않는 돼지는 그냥 돼지일 뿐이야..'
비행정을 고치러 가기 전 지나에게 전화로 이야기한다.
많은 사람들이 붉은 돼지의 감상평으로 많이 꼽는 대사다.
파시스트에 가담한 과거의 친구가 포르코를 걱정하며 비밀리에 만나 이야기한다.
'너한테는 반역죄(반파시즘)와 밀입국죄, 퇴폐사상, 파렵치하고 나태한 돼지가 된 죄, 그밖에 음란물 진열죄가 씌워져 수배된 것을 알고 있겠지?'
'파시스트가 되느니 돼지쪽이 나아.'
'모험비행가의 시대는 끝났단 말이다. 국가라든지, 민족이라든지, 그런 시시한 스폰서라도 두지 않으면 날 수가 없어.'
'난 내 돈벌이가 되는 일에만 하늘을 날지.'
......
'아무리 그래봤자 돼지는 결국 돼지다.'
사람들은 가끔 영화에서 어떤 메세지를 찾으려 하고 분석한다.
사실 나는 잘 모른다.
그냥 고독하고 쿨한 돼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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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을 쓰러뜨리면 세계가 평화로워진다고 하는 영화는 만들지 않는다......굉장한데요!!!!
삘이 통하는 느낌!!!
난 이상하게 영화를 보고나도 전혀 음악이 들리지 않는다는... 테마기행 같은 프로그램도 그렇고...
센과 치히로 며칠전에 다시 봤는데... 이번주부터 미야자키 하야오를 본격적으로 만날 예정.
옛날부터 음악을 소음처럼....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