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은 모두 잿빛이며, 영원한 생명의 나무는 푸르다
Grau ist alle Theorie, Und grun des Lebens goldner Baum - 괴테 Goethe, '파우스트 Faust'
대선이 끝난 후 유시민이 정계은퇴를 선언했을 때, 마음이 시리고 허했다.
이제 어느 한 곳 비비적댈 곳도 없어진 기분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참 잘 했다..정말 잘 했다..하는 생각도 들었다.
책의 제목은 '어떻게 살 것인가' 그러나 곧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더 꽂힌다.
초고는 다 썼는데 책이 완성되지 않더란다...생각해 보니 도저히 책이 완성될 수 없는 상황.
독자들에게는 이렇게 살자고 말하면서...자신의 선택과 책의 내용이 맞지 않아서 완성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단다.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책을 완성할 수 있었단다.
읽으면서 유시민도 나랑 비슷한 점이 참 많네..했다.
물론 순준이야 엄청 다르지만서두..ㅎㅎ
나도 옛날에 쫌 유명하다는, 사르트르, 카뮈, 카프카..뭐 이런 사람들 책 읽으면서
어려워 뭔 말인지 모를 때 작가를 막 미워하다가,
결국은 '나 정도도 이해 못시키다니 자기도 제대로 아는게 아닌거야..' 이러면서 무시했었다
유시민도 카뮈의 '시지프의 신화'를 철학적 횡설수설이라 했다.(물론 차원 높은 이라는 단서가 있지만)
그리고 카프카에게도 원한(?)이 있다고 했다.
유시민은 카프카의 '성'을 번역번으로 두번 독일어판으로 한 번을 읽고도 그 성에 들어가지 못했단다.
그래서 화가났고, '제발 좀 알아들을 수 있게 말을 하란 말이야!' 했단다.
나랑 마이 비슷하당 ㅎㅎㅎ
나야 꾸역꾸역 읽고 다시는 쳐다보지도 않던가, 아님 끝까지 가지도 못한 경우가 많았지
두세번 도전하거나 아님 원어로 읽을 생각 따위는 하지도 않았었다. 왜? 당근 순준이 후지니까...
게다가 나는 외국어라 하면 거의 경기 수준으로 싫어한다. 왜? 당근 못하니까...
그래서 난 영어고 뭐고 안 하고도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국어국문과 갔다. ㅎㅎ
뭐 어쨌든 내가 이해 못한다고 나를 그 위대한 그들(?)에 비해 꿀리지 않게 생각했다 ㅋㅋ
게다가 실존주의 철학에 대해서도 '여우의 신포도'로 생각하기..
어렵고 난해해서 나도 그랬었다. '이런 겉멋만 들어가지고...'
난 손에 넣지 못할 포도송이에 안달하면서 살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게 근성이 없거나 무능해서 그럴수도 있고..
그래도 그래서 정신적으로 별 문제가 없는 것 같다. 아닌가?
유시민은 이제 실존주의가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을지 고민하라고 권하는 것이기에,
잘 죽으려면 잘 살아야겠기에 실존주의는 공부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한다.
나는 유시민처럼 대신 공부해서 쉽게 알려주는 사람만 있으면 된다..ㅎㅎ
다들 알겠지만 유시민은 정말 모든 분야에서 독서능력이 아주 뛰어난 사람이다.
게다가 그것을 아주 명확하게 쉽게 똑 떨어지게 나 같은 사람에게 쏙쏙 넣어주니 넘 고맙다.
여지껏 그 혜택을 많이 누렸다 ㅎㅎ
머릿속에서 대충 뭉개면서 생각하던 것을 꼭 집어내서 한 문장으로 이야기해 준다.
그렇게 말하는 것이 좋았고 그렇게 글 쓰는 것이 좋았다.
유시민이 정계은퇴한다고 발표했을 때 휑했던, 시렸던 내 마음이 이제 괜찮아졌다.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며 자신을 꽉 채워 살아갈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책의 각 장을 시작하는 부분에 인용했던 글이다. 공감.
제1장 어떻게 살 것인가
사람은 누군지 자신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방식이 최선이어서가 아니라, 자기 방식대로 사는 길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것이다.
제2장 어떻게 죽을 것인가
죽음은 삶의 완성이다. 소설도, 영화도, 연극도 모두 마지막이 있다.
마지막 장면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스토리가 크게 달라진다.
어떤 죽음을 준비하는냐에 따라 삶의 내용과 의미, 품격이 달라진다.
제3장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
나는 이렇게 외치고 싶다. "연대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지금 이곳의 행복이 그들의 것이리라!"
제4장 삶을 망치는 헛된 생각들
이름이 길이 남지 않음을 애석하게 여길 필요는 없다.
그것은 행복한 삶의 본질적 요소가 아니다.
풍운아는 호소하기보다 제 갈 길을 가는 것이 어울린다.
시드니 마기자님의 말이다.
http://onlineif.com/main/bbs/view.php?wuser_id=new_femlet_global&category_no=&no=20477&u_no=427&pg=1&sn=&sh=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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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책도 많이 쓴 분이더군요. 하나도 못 읽었지만, 평소 말하는 대로 글도 그러리라 짐작이 갑니다. 전 유시민을 꽤 늦게 알았어요. 제대로된 지식인이 정치를 하면 그이처럼 되지 않나 합니다. 실패같지는 않구요, 저도 시드니 마기자님의 글을 읽었는데, '호소'와는 원래 맞지않는 분이죠. 제 길을 풍운아처럼 잘 가실거라 믿습니다. ^^
정치의 일상이 즐겁지 않았다고 했고 또 그렇게 보이기도 했어요..
'짐승의 비천함을 감수하면서 야수의 탐욕과 싸워 성인의 고귀함을 이루는 일'이 정치라고 말한 것처럼요
개인의 책임이었던 노인문제를 광장으로 끌어낸, 노인복지요양보험을 만든 그에게 늘 감탄하며 감사하지. 아이들이 아직 순정했던 90년대, 우리반 전체에게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한권씩 사서 읽게 했으니 나도 그의 인세 수입에 꽤 기여를 한 셈이지.
엄청난 기여를 하신거죠ㅎㅎ
그래서 잠시 독일유학도 가고..
휑했던 일인중 하나... 하지만 자연인으로 회귀는 쌍수들고 환영.
원래 정치판에만 가면 모두 바보가 되어버리는 게 현실인데.
황톳물에서 발을 잘 빼신거지요.
원래의 자기 모습대로 살아가기를 바랄 뿐이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