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痛飮大快
  • 통음대쾌
심심풀이

자수 가방

by jebi1009 2022. 3. 13.

며칠 시체처럼 지내다가 어제오늘 만들던 가방을 완성했다.

이번에는 린넨이 아니라 에코백 만드는 캔버스 천에 수를 놨다.

린넨보다 거칠기는 하지만 가방으로서는 튼튼해 보인다.

 

 

 

충격이 컸다.

에이 그래도 설마.... 했는데 그렇게 되었다.

시체처럼 누워있다가 한밤중 마당에 나가서 펑펑 울었다.

가방도 만들고 밭도 갈았다.

곧 감자 심을 때가 되니 밭에 가서 삽질했다.

 

5년 내내 힘들었다.

칭찬은 어려워도 비난하고 욕하기는 쉽다.

눈치 보면서 칭찬도 어려웠고 비난하는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속 시원히 대꾸해 주지도 못했다.

조국 전 장관 가족 일을 비롯해 여러 가지로 혼자 억울해하고 혼자 속상했다.

사람들은 비판하면 일단 자기가 똑똑해 보인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무조건 정부는 비판해야 자기 면이 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한때는 환경운동도 열심히 했던 사람이라 진보적일 것이라 생각했던 사람도 일단 정부에서 하는 일은 비판했다.

노인 공공일자리를 주는 것에도 비판했다. 정말 놀랐다.

농촌 노인들이 그 돈 몇 푼 때문에 농사일 팽개친다나? 그래서 농촌이 망가진다나?

그런 글 밑에 도시에서도 그렇게 노인들 돌아다니는 모습이 못마땅하다는 듯한 내용이 댓글로 달렸다.

농촌에 예산을 이렇게 쓰네 저렇게 쓰네 이게 잘못되었네...

그럼 결론은 안 주면 된다.  노인 예산 농촌 예산 없애면 된다. 그러면 이런저런 말 들을 필요도 없으니 말이다.

 

어떤 분 블로그에서 읽었다.

농사일 하면서 동네 할머니 아주머니들 놉으로 썼는데 다른 곳보다 1,2만 원 더 챙겨 드리고 식사 때도 괜찮은 식당 모셔가서 점심 사 드리고 참도 좋은 것으로 드리고 했는데 나중에는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알고 투덜대더라는 것.

농사일 일당은 대부분 정해진 값이 있는데 다른 곳 일해 줄 때는 정해진 값으로 아무 말 않고 받으면서 자신에게 와서는 왜 이것밖에 안 주느냐는 식이라고....

 

난 5년 동안 와~하면서 감탄할 일이 많았지 불편한 일이 많지는 않았다.

정말 세상 좋아졌네... 이러면서 살았다.

그런데 사람들은 뭐가 그렇게 불만이 많았는지...

부동산? 나는 부동산 모른다. 관심도 없고.

그런데 사람들이 원하는 부동산 정책은 분명하게 알겠다.

내 집값은 올라야 하고 그것에 따른 세금은 없애야 하고 남의 집값은 내려야 한다.

만일 모든 사람들에게 집 한 채씩 골고루 나눠준다고 하면 다 싫다고 할 것이다.

특히 집 없는 사람들이 말도 안 된다며 욕할 것이다.

 

어떤 정책을 시행하려고 하면 욕하기는 쉽다. 해 보지 않은 것이니까.

그럼 그것을 왜 하려고 하는지 정도는 생각해 보고 욕해야 하는 것 아닐까?

시행하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것, 잘못된 것은 고쳐나가면서 정착시켜야 하는 것 아닐까?

 

예전에 학교 무상급식을 시작할 때 옆자리 선생님이 그랬다.

애들 버릇 나빠지고 음식 귀한 줄 모르게 된다고....

학습 준비물은 학교에서 일괄적으로 마련하자고 하니 애들 물건 귀한 줄 모르고 마구 쓸 것이라서 안 된다고...

지금 누가 학교에서 무상급식이라고 음식 마구 남겨 버리고

학교에서 주는 것이라고 학용품을 마구 버리고 험하게 쓰는가.

처음에 그런 일이 있으면 교육해서 바로 잡으면 될 일이지 그렇다고 지금까지 각자 도시락 싸서 등교하고

도화지 한 장, 색연필 한 자루 알아서 사 가지고 등교하고 못 가져오면 그날 수업 못하고.. 이렇게 해야 맞는 것인가?

 

며칠 굶은 사람에게 차가운 주먹밥 한 덩이 던져 주면 감지덕지하면서 먹지만

그 사람을 데려다 따뜻한 밥 끼니마다 해 주면 왜 고기반찬은 없냐며 투덜거리는 것과 똑같다.

그러니 적당하게 굶겨서 죽지 않을 만큼 찬밥 한 덩이만 던져 주면 된다.

그러면 얼마나 감사할 것인가!

 

세상에는 그렇게 잘난 사람들이 많으니 각자 도생하면 될 일이다.

농촌 노인들 복지 신경 쓸 필요도 없고 젊은 아이들 앞날 걱정해 줄 필요도 없어졌으니 속이 다 시원하다.

이제는 여기저기 후원하던 것도 다 끊고, 공공시설 좋게 만들면 정부는 무슨 돈이 있어서 이런 데다 돈을 쓰냐고 욕이나 한 바가지 하면서 살아야겠다.

시골 마을에서 보건소 건물 잘 지어서 해 놓으니까 그곳 이용 제일 많이 할 노인네가 나라가 이런 데다 돈 쓴다고 욕하는 것을 봤다.

 

노무현 대통령 때도 마음 졸이느라 힘들었는데 이번 5년은 좀 나아질 줄 알았는데 역시 힘들었다.

언론 때문이네 어쩌네 다 필요 없다.

그렇게 잘나고 똑똑한 국민들이 잘 선택한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도 잘 살겠지 뭐..

국민들 수준에 딱 맞는 정부를 잘 선택한 것이다.

이제는 맘 놓고 욕만 하면 되니 기분이 다 좋아지려고 한다.

마음 졸이고 답답해하고 안타까워할 일 없으니 잘 됐다. 만세다!!

 

용가리와 나는 이번 선거 결과를 이렇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우리는 우리에게 너무 과분한 대통령을 가졌다'

이제 곧 '가졌었다'로 바뀌겠지....

노무현, 문재인... 우리에게는 과분하다.

 

 

** 오늘 봄비가 온다... 비님이 오신다...

 

 

 

 

 

 

 

 

 

 

'심심풀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정의 달 2  (0) 2022.05.09
가정의 달  (0) 2022.05.09
문인가 하였더니, 다시 길  (0) 2022.02.26
히말라야, 대서양  (0) 2022.02.08
가는 날이...  (0) 2022.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