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사는 부모님 생일이라고 서울에서 돈 버는 자식이 내려왔다.ㅎㅎ
딸아이는 서울에, 우리는 간청재로 내려오면서 생일을 같이 보낸 적이 없다.
겸사겸사 서울 일정이 있을 때 퉁치고 밥 먹은 적은 있지만 생일을 목표로 만난 적은 없기 때문이다.
딸아이는 내 생일날 반차 내고 내려와서 주말을 함께 보내고 무사히 서울로 복귀(?)했다.
스님 할아버지가 계신 섬진강에 함께 다녀왔고 번잡이, 꼬물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인터넷 쇼핑을 함께 했다.
우리 셋은 신발을 하나씩 샀다.
세 명의 의견이 모두 일치하는 신발을 골라야만 했기에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물론 이 누추한 곳까지 친히 방문하신 따님 신발은 우리가 사 주는 것으로...ㅋㅋㅋ
내가 좋아하는 케잌 사 들고 버스 안에서 떡실신해서 자다가 황급히 내려 케잌을 들여다보더니 '안돼'를 외친다.
케잌이 몰려서 딸기가 떨어졌단다.
그러더니 집에 들어오자마자 주섬주섬 케잌을 손본다.
그렇게 어렵사리 케잌에 불을 붙이고 노래를 불러줬다.
다음날 섬진강 가서 스님 할아버지께 인사드리고 반짝이는 섬진강을 오래오래 바라보았다.
가는 길 까페를 지나칠 수는 없다. 오는 길 생선회를 포장했다.
방 안에서 뒹굴거리다 기타 들고 앉은 아빠를 그렸다.
용가리는 그림을 자신의 휴대폰 화면에 넣어 두고는 나에게 자랑질이다. '너는 이런 거 없지?'
** 꼬물이들 근황
번잡이는 안 보일 때도 있는데 꼬물이들은 아주 제 집처럼 들러붙어 먹고 자고 놀고...
이러다가 집고양이 되는 거 아님?
번잡이는 반응을 보이지 않던 고양이 장난감(대나무에 빨간 나일론 끈- 딸아이가 예전에 번잡이나 띵띵이와 놀려고 만들었는데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음)에 꼬물이들은 반응을 보인다.
까망이(꼬물이들 중 까만 놈)는 왼쪽 볼이 부어 올라 눈도 제대로 못 뜨고 눈물도 흘려서 걱정했는데(엄청난 벌레에게 물린 듯) 며칠 고생하더니 가라앉았다.
넷이서 어찌나 먹어대는지 가끔 읍에 가면 사 오던 사료를 온라인으로 주문했다. 간식도 덩달아 주문...
내가 평생 가입할 일이 없을 줄 알았던 고양이 용품 판매하는 온라인 몰에 회원가입을 하다니...ㅠㅠ
아랫집에 모두 내려가서 이제는 자리를 옮겨 떠난 줄 알았는데 며칠 지나면 슬금슬금 다시들 모여든다.
가끔 띵띵이도 엄청나게 고생한 몰골로 찾아오는데 띵띵이 먹이려면 꼬물이들을 막아야 한다.
띵띵이는 잘 못 먹어서 통조림을 준다.
꼬물이들 몰래 멀리 떨어져서 주는데도 귀신같이 알고는 모두들 달려든다.
할 수 없이 용가리가 통조림 하나를 꼬물이들 그릇에 주고 나는 앞마당 누마루 밑에서 띵띵이를 챙겨준다.
꼬물이들은 빨리 다 먹고 띵띵이 쪽으로 슬금슬금 다가오기 때문에 띵띵이가 다 먹을 때까지 나는 감시하고 자리를 지킨다.
집 나간 망나니 자식 몰래 챙겨주는 기분이다.ㅠ
몸도 불편한데 그냥 편안하게 누마루 밑에서 먹고 자고 하면 될 것을 띵띵이는 어디를 그렇게 헤매는 것일까...
먹고 나면 잠시 쉬었다가 또 어디론가 떠난다. 아...띵띵아..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