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다.
백무동, 뱀사골 말고 다른 곳에 가 보자. 가을이 다 가버리기 전에 말이다...
노고단과 정령치의 갈림길에서 노고단 쪽으로 많이 갔었는데 이번에는 정령치(鄭嶺峙) 쪽으로 갔다.
정령치 휴게소. 처음 가봤다.
해발 1172m!!
정령치는 지리산에서 차로 넘을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갯길이다.
정령치 정상에 서니 우리 집에서 보던 것과는 다르게 지리산 능선들이 밑으로 보인다.
우리 집 천왕봉은 조금 둥근 느낌인데 정령치에서 보는 천왕봉은 조금 뾰족하게 보인다.
정령치는 서산대사 휴정(休靜 1520~1604)의 [황령암기(黃嶺庵記)]에 의하면
마한의 왕이 진한과 변한의 침략을 막기 위해 정장군(鄭將軍)을 파견하여 지키게 하였다는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동으로는 바래봉과 뱀사골 계곡이, 서쪽으로는 천왕봉과 세석평전 반야봉 등과 남원 시가 보인다.
지리산 주능선 일백 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휴게소 전망대에서 보는 풍광도 멋있었지만 그 옆으로 길이 있다.
길을 따라 걸어가니 그곳은 지리산 등산로와 연결된 곳이다.
정령치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서북쪽 능선을 타면 고리봉-세걸산-부운치-팔랑치-바래봉이 이어지고, 남쪽 능선을 타면 만복대-묘봉치-고리봉-성삼재로 연결된다고 한다.
물론 그렇게 능선을 타고 몇 시간 씩 산행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기 때문에
가까운 고리봉 쪽으로 조금 걸어가면 나오는 마애여래 불상군을 보고 오기로 했다.
편안하게 차를 타고 이렇게 멋진 풍광을 볼 수 있으며, 또 산책 수준의 걷기도 할 수 있으니 아주 훌륭한 곳이다.^^
용가리와 내 수준에 딱 맞다.
두어 시간 바깥바람 쐬고 돌아오는 길. 예쁜 단풍나무를 봤다.
느지막이 오후에 나가서 해발 1172m까지 올라갔다 왔는데 아직도 해가 남았다.
텃밭에 초라하게 버티고 있던 무를 뽑았다.
이상한 생명체가 배추와 무싹을 다 잘라먹어버린 와중에 살아남은 무가 제법 잘 자랐다.
배추도 두 개 버티고 있다.
하나는 그 이상한 생명체가 건드리지 않은 것이고, 하나는 잎을 다 먹었는데도 그 가운데서 다시 잎이 나서 자란 녀석이다.
배추는 조금 더 키울(?) 것이다.
저녁에 무를 잘라 생으로 먹었는데 어찌나 달고 물도 많던지.... 당분간 사과 대신 먹어도 될 것 같다.
무 세 개와 배추 두 개가 우리의 일용할 겨울 양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