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부터 눈이 내렸다.
목요일부터는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바람도 엄청나게 불었다.
눈이 내리면서 바람이 부니 말 그대로 눈보라가 몰아쳤다.
겨울에도 해가 잘 들어 아침저녁에만 난방을 잠깐씩 해도 그다지 춥지 않게 겨울을 보냈는데 이번에는 대낮에도 계속 난방을 했다.
이렇게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가 계속 들리니 보일러 기름통에 기름이 쑥쑥 빠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ㅠㅠ
작년에 비하면 보일러 기름 값이 두 배나 올랐다.
목요일 하루 정도 눈이 내릴 줄 알았는데 눈은 금요일 저녁까지 계속 내렸다.
바람이 강하게 부니 쌓인 눈이 얼음 가루처럼 날렸다.
그 장면을 보기만 해도 춥고 시려서 문 밖으로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오늘 다행스럽게 해가 반짝 떠서 눈 치우러 나갈 수 있었다.
눈은 거의 종아리까지 푹 빠질 정도로 많이 내렸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인데 나가서 케잌 사 오기는 틀렸다.
미리 장을 봐 놓지 못해서 크리스마스에 냉장고나 파 먹게 생겼다.
우리가 나갈 수 없다는 것은 택배도 올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럴 때 택배 물건이 오면 마을 입구까지 걸어가서 가져와야 한다.
그러니 겨울에는 온라인으로 주문할 때도 날씨를 보고 주문해야 한다.
수요일 택배가 도착했다는 전화를 받고 마을 입구 보건소까지 걸어가서 물건을 찾아왔다.
그나마 수요일에는 날이 많이 춥지 않아 다녀올 만했다.
물건이 너무 크거나 무거우면 걸어가서 찾아올 수도 없다.
이번에 온 물건은 그리 무겁지 않은 소품이지만 포장 상태를 알 수 없으니 어느 정도 부피가 나갈지 몰라서 일단 가방을 가져갔다.
용가리 말대로 가방 챙겨가기를 잘했다. 상자를 분해해서 내용물을 가방에 넣어 들고 왔다.
부피가 큰 상자를 들고 눈길을 걸어 올라오는 것은 힘들기 때문이다.
용가리와 둘이 나가서 눈을 밀었다.
어찌나 콧물이 나오는지....ㅠㅠ
대충 눈 밀어 놓고 이제는 태양신이 하는 대로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완전 화이트 크리스마스인데 집구석에 먹을 것이 없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케잌이 없다니..ㅠㅠ
콧물을 한 바가지 흘리고 들어오니 우체국 집배원 아저씨가 전화를 했다.
소포가 있는데 길이 어떠냐고..
오실 수 있는 데까지 오셔서 놓고 가시면 가지러 가겠다고..
재실 밑 정자까지 차가 왔다고 하셨다.
정자에 놓고 가시면 가지러 가겠다고 하니 지금 걸어 올라갈 테니 중간에서 만나자고 하신다.
그리하여 우체국 집배원 아저씨와 길에서 만나 물건 두 개를 전달받았다.
그냥 놓고 가셔도 되는데 걸어서 가져다주시니 정말 정말 고마웠다.
그렇게 전달받은 물건을 열어 보니 말 그대로 싼타가 전해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군산에서 보내온 이성당의 달콤한 팥빵과 수경스님이 주섬주섬 챙겨주신 먹거리.
따뜻한 마음이 오롯이 느껴진다. 크리스마스 케잌 따위 필요 없다!
오늘 저녁 마지막 한 병 남은 와인으로 크리스마스 만찬을 해야겠다.
팥빵과 쿠키와 가평 잣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