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痛飮大快
  • 통음대쾌
음풍농월

2023년

by jebi1009 2023. 1. 1.

2022년이 익숙해지기도 전에 2023이라는 숫자로 다시 바뀌게 되었다.

이렇게 한 해 한 해 바뀌는 것이 예전보다 더 낯설다.

 

눈썹이 하얗게 된다는 음력 그믐도 아니지만 괜히 12시는 넘겨야 할 것 같아서 영화 한 편 때리고 어영부영 2023이 된 것을 확인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이터널 선샤인(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e, 2004).

영화는 재미있었지만 그렇게 절절하게 공감되는 로맨스는 아니었다.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기억을 지우는 작업을 하기 위해 의뢰인의 집을 찾아간 직원들이 그 집에서 벌이는 무책임하고 뻔뻔한 행동들이 짜증 났다.

전혀 알지 못하는 남의 집에서 저렇게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이 장면이 거슬리는 것이 좀 생뚱맞다. 영화의 주된 내용인 주인공들의 로맨스에 그다지 집중하지 못했다는 증거. ^^;;

가슴 아프고 처절한 기억을 지울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해질까?

 

2023 숫자가 바뀐 첫날이니 큰 마음(?) 먹고 동네 산책에 나섰다.

그래도 내려오고 몇 년 동안은 음악 들으며 산책도 꽤 했었는데 점점 그 횟수가 줄더니 작년(벌써?)에는 거의 나가지 않았던 것 같다.

작년에는 어마어마하게 큰 한 방(3월 대선)을 맞아서 동네 나가기도 싫었던 것 같다.

거의 1년 만의 산책길은 달라진 모습들이 보였다.

못 보던 집도 생기고 큰 한옥이 세워지고 있고.... 절이 들어서나??

눈도 많이 내렸고 기온도 낮아서 길에는 눈이 그대로였다.

 

눈 위에 있는 발자국들....

사람 발자국과 동물들의 발자국이 함께 보인다.

이렇게 나는 지금 동물 발자국과 사람 발자국이 뒤섞여 보이는 곳에 산다.

옛날에는 상상하지도 못했었다.

'옛'이란 말은 가만 생각해 보면 단순히 시간이 오래 지났다고 붙일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옛 사람, 옛 동료, 옛 친구, 옛 집, 옛 모습....

얼마 전 다른 블로그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봤던 것이 기억난다.

' '옛'이란 단순히 시간이 흘러 흘러 그리 되는 것이 아니라 삶의 결이 달라질 때 단 한순간에 그리 된다.
이전의 내가 아닌 것이다. 이전의 당신이 아닌 것이다. 이전의 우리가 아닌 것이다.'

'삶의 결이 달라질 때 단 한순간에 그리 된다'는 말에 정말 공감한다.

 

 

새해 첫날, 별미로 뭘 먹을까...

또 생뚱맞지만 김밥!

가장 기본적인 김밥.

단무지, 달걀, 시금치, 당근 딱 4가지만 들어간 김밥.

정말 정말 오랜만에 (가만 생각해 보니 간청재 와서 처음 만드는 김밥인가? ) 김밥을 쌌다.

기본이 좋다. 맛있다.

'음풍농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책  (2) 2023.02.27
단란한 가족?  (1) 2023.01.15
꼬물이 난입 사건  (3) 2022.12.24
크리스마스 선물  (5) 2022.12.24
또, 눈  (4) 2022.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