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꼬물이가 집 안으로 들어오는 사건이 발생했다.
툇마루에서 간식 조금 주고 들어오려는데 번투가 따라 들어왔다.
*참고로 꼬물이 세 마리를 편의상 이렇게 부르고 있다.
번투(번잡이 2, 하는 짓이 번잡이가 번잡스럽게 난리 칠 때와 똑 닮았다.)
꼬짭이(꼬리가 제일 짧다.)
까망이(까만 색이 섞였다.)
나는 너무 놀라서 다시 나가라고 했지만 번투 역시 너무 놀라서 오히려 온 집안을 돌아다니는 것이다.
보이는 창문마다 나가려고 달려드는데 문은 다 닫혀 있고 번투는 더 놀라고...ㅠㅠ
게다가 이불이 펼쳐져 있는 침실, 구들방까지 들어갔다 나왔다.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 나는 손이 다 떨리고 가슴이 벌렁거리고 난리도 아니었다.
당황하고 미끄러지던 번투는 다용도실 세탁기 옆 작은 공간으로 숨어 들어갔다.
일단 실내로 통하는 문은 닫고 밖으로 통하는 문을 열어 놓고 같이 놀아줬던 장대로 용가리가 나가게 해 줬다.
다시 마루로 돌아오니 들어온 번투 때문에 닫지 못했던 문으로 이번에는 꼬짭이가 들어온 것이다.
다행스럽게 꼬짭이는 그 문으로 다시 나갔다. 방충망에 얼굴 한 번 부딪히고 열린 틈으로 무사히 나갔다.
번투와 꼬짭이도 놀랐지만 나도 너무 놀라서 진정이 잘 안 되었다.
떨리는 가슴 진정하며 꼬물이들 다녀간 곳 걸레질하고 이불도 호청을 뜯어 빨았다.
이불 빨래해서 다시 꿰매고 나니 하루 해가 저물었다.
오늘 해가 쨍쨍하고 날씨도 조금 풀리니 번잡이와 꼬물이들은 배불리 먹고 해가 잘 드는 툇마루에서 뒹굴거리고 있었다.
우리가 눈 치우고 마당으로 들어오니 다들 늘어져 쿨쿨 자고 있었는데 우체국 집배원 아저씨 만나러 다녀오다 보니 아랫집 마당에서 놀고 있다.
우리가 땀과 콧물 한 바가지 흘리며 치워 놓은 길에 발자국 콩콩 남기며 내려간 흔적이 보인다.
며칠 엄청 춥고 눈이 쌓여 있을 때는 꼼짝 않고 마루 밑에 있더니 말이다.
밥 챙겨 주랴, 간식 주랴, 마루 벽 긁지 말라고 잔소리하랴 귀찮은데 잘 됐다.
아랫집 내려간 김에 오래오래 먹고 놀고 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