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책방에 다녀왔다.
작고 소박한 책방에 가서 책 구경도 하고 정말 오래간만에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으로 책도 사고
가장 큰 목적인 책방 주인을 만나는 목적도 달성했다.
같은 경남이지만 이곳은 서쪽 끄트머리에 있기 때문에 거리가 그리 가깝지는 않다.
거리가 조금 가까우면 북콘서트에도 참여하고 이래저래 들락거릴 수 있을 텐데 아쉽다.
오전에 길을 나서면서 휴천 까페에 들러 커피 마시고 노닥거리며 여유 있게 책방을 찾아갔다.
집에 내려온 딸아이도 함께 휴천 까페에서 수다 떨고 나오는데 젊은 까페 안 주인이 무언가를 내밀었다.
'가시면서 드세요... 요 뒷산에서 우리 시아버지께서 오늘 아침 따오신 거예요..'
종이컵에 살구와 천도복숭아를 가득 담아 건넸다.
용가리와 내가 진주나 산청 쪽으로 나갈 때 몇 번 들러 커피를 마시던 곳이다.
반갑고 고맙고 기분이 좋았다.
점심때가 지나 마을 입구에 도착해서 적당히 차를 세워 놓고 평산책방으로 걸어갔다.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쓰레기 집단이 아직도 스피커 짱짱하게 상스러운 노래 틀어 놓고 성조기 걸고 한쪽 길에 진을 치고 있었다.
귀신은 뭐 하나.... 우리나라 공권력은 이런 곳에는 잘 작동하지 않으니 귀신에게 부탁하는 수밖에...
애써 외면하고 마을 안쪽 책방으로 걸어가니 작고 귀여운 골목길과 집들이 보였다.
우리 식구는 각자 한 권씩 책을 골랐다.
특히 용가리에게 꼭 책을 골라서 사야 한다고 당부했다.
용가리는 자신의 손으로 책을 골라서 구입한 것이 아마도 학교 다닐 때 이후로 처음인 것 아닌가?
내가 그렇게 물었더니 자신은 아니라고 부인하지만 내 말이 맞는 것 같다.
용가리 책 사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ㅋㅋ
오래오래 책방에서 책 구경하고 책을 골라 계산하니 작은 모종을 건넨다.
공심채와 강낭콩 중에서 어떤 것을 원하냐고 물어서 공심채를 받았다.
잘 키워서 볶아 먹어야지^^
평일이어서 조금은 한가한 듯 보였지만 책방 안과 마당에는 사람들이 꽤 모여 있었다.
오후가 넘어 서자 사람들이 더 찾아오는 듯했다.
책을 사면서 책방 주인은 언제 오시냐고 직원에게 물었더니 특별한 일이 없으시면 오후 4시 전후에 나오신다고 했다.
그래서 비도 부슬부슬 내리는데 사람들이 가지 않고 마당에서 책을 읽거나 책방 옆에 딸린 작은 까페에서 음료를 마시면서 기다리고 있었구나...
우리는 책 사고 시간이 조금 남아 마을 까페로 가서 쉬면서 당 충전을 했다.
책방 주인을 만나면 좋고 못 만나도 할 수 없고...
3시 반쯤 다시 책방으로 갔다.
아까보다 사람들이 더 모였다.
다들 손에는 책 봉지가 들려 있었지만 갈 생각은 하지 않고 마당을 서성거렸다.
우리도 마당 한 편에 자리 잡고 앉아 있는데 조금 있으니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면서 책방 주인이 걸어 들어왔다.
우와~~~~~~
드디어 책방 주인을 만났다.!!! 오 예~~
사람들은 순서를 기다려 책방 주인과 사진을 찍었다.
한 사람 한 사람 사진을 찍었다.
드디어 우리도 사진을 찍었다.
재미있는 것은 처음에는 몰랐는데 카운터 옆 에어컨 벽면에 작은 거울이 붙어 있었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 거울을 보고 꽃단장했다. ㅋㅋㅋ
나는 자그마한 선물을 들고 갔다.
만나지 못하면 전달을 부탁하고 오려고 했는데 직접 드릴 수 있었다.
두 분 차 드실 때 쓰시라고 다포와 찻잔 받침을 만들었다.
쑥스럽고 가슴도 벌렁거렸지만 용기 내서 말했다.
두 분 차 드실 때 쓰세요... 제가 손으로 한 땀 한 땀 만든 거예요...
목소리가 떨렸지만 그래도 할 말은 다 했다. ㅎㅎ
아주 좋아하시면서 고마워하셨다.
비서관 분이 사진도 엄청 많이 찍어 주셨다.
기분 째짐!!
딸아이도 용가리도 다들 한 마디씩 건네고 인사하고 손을 잡았다.
집에 돌아오니 저녁 8시가 다 되었다.
오는 길에 치킨을 사 오길 잘했다.
우리 셋은 치맥을 하며 오늘의 두근두근 기분 좋은 시간에 대해 말했다.
각자 자신의 책을 늘어놓고 기분 좋아했다.
책을 산다는 것은 일단 뿌듯하다. 읽는 것과 상관없이 말이다...ㅋㅋ
용가리가 꼭 책을 읽겠다고 했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를 일이다.
그래 책을 샀으니 일단 반은 읽은 것이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