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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풀이

출타

by jebi1009 2023. 7. 16.

며칠 동안 바깥 잠을 잤다.

휴가라고 하기에는 매일이 쉬는 것 같으니 좀 뻘쭘해서 그냥 집 나가서 자고 온 것으로 하자.

며칠 서울 가서 밀린 전시회도 보고 여기저기 쏘다니려고 했지만 비도 오고 체력도 예전 같지 않아 그럭저럭이었다.

이번에는 인사동에 호텔을 잡아서 진짜 관광객 기분이 물씬 났다.

새벽 네시 반에 울리는 조계사 종소리를 듣고 터키 모스크 코란 소리가 생각났다.

시립미술관 '호퍼'전시와 국립중앙박물관 '영국 내셔널 갤러리'특별전을 봤다.

 

이번 전시회를 보면서 직업인으로서의 '화가'를 생각했다.

느낌, 영감, 천재.. 이런 것보다

계획하고 설계하고 연습하고 연마하고...

 

'오전7시'. 마음에 들었던 그림인데 냉장고 자석으로 판매하고 있어서 냉큼 샀다.

 

호퍼의 그림은 사람들이 참 좋아하고 패러디도 많이 되어서 다들 알겠지만 시선이 특이하고 정적인 느낌이다.

어쩌면 그렇게 따뜻하거나 활동적이라거나 열정이라거나 그런 느낌이 1도 없을까...

그저 도시와 사람들의 일상을 그렸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좋다.

 

 

초상화의 주인공인 소년은 6,7살 때 초상화를 그렸는데 15세 정도에 폐결핵으로 죽었단다.ㅠㅠ
역시 고흐는 고흐다. 유명 작품이 아니어도 역시...라는 말이 나온다.

내셔널 갤러리 전시도 그랬다.

미술사적으로 큰 획을 그은 것보다 그 당시 사람들에게 인기 있었던 화풍과 화가들.

물론 카라바조,램브란트,고흐, 모네, 세잔, 고갱.. 등 유명한 작가들의 그림도 한 점 정도씩 있었다.

궁정화가들이나 공방의 화가들.

긴 여행을 다니기 시작한 유럽인들이 유명한 여행지에 가서 그곳 풍경화를 사 들고 오기 시작해서 공방에서 대량생산했다는 풍경화들, 그리고 그렇게 유명해진 화가들.

초상화에 담긴 이야기들도 재미있었다.

조근조근 그림에 담긴 이야기들을 함께 해 주어서 좋았다.

 

 

사유의 방
잎사귀의 화려함. 받침으로 있는 토끼의 귀여움.
이날의 MVP. 제일 이뻤다.
갖고 싶다.
화장품용기. 이뻐라~
찬합과 양념통

 

국립중앙박물에서 하는 특별전이니 조금 일찍 가서 박물관 몇 개의 방을 둘러봤다.

물론 욕심 내면 너무 힘들어서 전시도 못 보고 뻗을 테니 딱 두 군데만 봤다.

 

'퐁피두 라울 뒤피'전도 보고 다큐 영화도 보려고 했는데 시간도 그렇고 힘들기도 해서 보지 못했다.

호텔에서 느즈막히 움직이니 맘먹고 예매한 것이 아니면 흐지부지...ㅠㅠ

처음에는 숙소가 인사동이니 덕수궁 창덕궁 경희궁... 오랜만에 궁에도 가고 야간 궁 방문도 하리라 야무지게 생각했지만 그저 생각으로 그쳤다.

시립미술관 전시 보면서 덕수궁 길이나 정동 길 좀 걸어보려고 했는데 비는 주룩주룩, 게다가 사람은 왜 이리 많은지...

한적하게 까페에서 커피 마시며 기운 차리고 돌담 길 걸으며 옛날이야기 좀 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서 까페 들어가기도 힘들었다.

그래도 어쨌든 추억의 정동과 덕수궁 길도 보고 인사동 길도 오랜만에 걸었다.

결혼하기 전 용가리와 갔었던 인사동 찻집은 아직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신기~

 

 

광화문 지나면서 지나칠 수 없는 곳.

잠시 들러 기도했다.

 

 

 

 

첫날은 숙소 가까운 곳에 있는 쌀국수집에 가서 사이공 맥주와 쌀국수를 먹었다.

간청재 오고 쌀국수도 처음이다.

비가 오니 가까운 전집에 가서 막걸리와 모둠전을 먹었고

딸아이가 추천한 요즘 핫하다는 '용용선생'이라는 음식점? 주점? 에서 마라맛이 나는 중국풍 요리를 먹었다.

뜨끈한 국물이 먹고 싶어 간청재 내려오고는 한번도 먹지 못한 순댓국도 먹었다.

순댓국이나 순대를 그렇게 즐기지는 않지만 먹어 본 지 한참 된 음식이니 반가웠다.

이번에 먹었으니 한 5년 간은 순대 안 먹어도 되겠다. ㅎㅎ

재밌는 것은 전집과 순대국집에는 40대 이상 남자들이 대부분

용용선생에는 2,30대 여성이 압도적.

순댓국집에서는 나 빼고는 여성이 없었고, 용용선생에서는 용가리 빼고는 남성이 없었다.

가는 곳에 따라 남녀가 확실히 나뉜다.

전시회나 까페는 여성이 압도적이다.

전집과 순대국집에서는 용가리가 편안해했다. ㅋㅋㅋ

 

크레페. 오랜만에 길에서 사 먹었다.
맛있는 빵집이 있어 사 먹었는데 봉지가 이뻤다.
까페 내부가 특이하고 이뻤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비가 너무 퍼부어서 앞이 보이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집에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흘깃 봐도 토마토 줄기가 다 부러지고 여기저기 꽃대가 넘어갔다.

계속 비가 오고 있어서 잘 살피지 못했으니 비 그치고 나면 할 일이 엄청나게 많을 것이다.

아직도 한참은 비가 더 내린다고 하니 걱정이다.

비가 오면 너무 무섭게 온다.

잘 놀고는 왔는데 그 이후 정리정돈이 안 되고 있다.

집 안에서 낮은 자세로 대기하는 느낌?

비 때문에 모든 것이 일단 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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