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마루에 등 대고 누워 있으면 무더위를 피할 만 하지만 무언가 하려고 몸을 움직이면! 덥다..ㅠㅠ
하루종일 요가의 사바아사나savasana, 송장 자세로 누워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극장 구경에 이어 시원한 곳은 전시관.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찾아보자.
그나마 가까운 곳(한 시간 반 정도), 기획 전시를 하고 있는 전북 도립 미술관을 찾았다.
7월 말부터 <미안해요, 프랑켄슈타인> 전을 본관에서 하고 있었다.
제주도를 제외하고 다른 지방의 도립이나 시립 미술관을 가 본 적은 없었다.
전북 도립 미술관은 모악산 근처에 있었다.
가는 길 운봉에 있는 '늘, 파인' 까페에 들러 커피 마시며 노닥거렸다.
파인이 fine인 줄 알았는데 pine이었다.
작은 소나무 숲에 있는 까페인데 언제 다시 가서 책 읽고 오면 좋을 것 같다.
<미안해요, 프랑켄슈타인> 전은 미디어와 설치물 중심의 전시다.
백남준이나 히토 슈타이얼 같은, 내가 들어 본 적이 있는 작가의 작품도 전시 중이다.
일단 사람이 거의 없어서 미디어를 하나하나 집중해서 다 볼 수 있어 좋았다.
특히 16분 정도 길이의 '시시포스의 변수'라는 작품이 재미있었다.
돌을 꼭대기로 굴려 올려야 하는 계약.
그런데 돌은 중간에 떨어져 부서지고 굴려 올려야 하는 산은 어디론가 도망가 버린다.
돌 부스러기를 팔아 산을 만들려고 하고, 사람들이 몰려와 돌 구경하면서 헛소리(?) 늘어놓고..
이도 저도 안 되니 돌을 자신의 머리 위에 얹어 버린다.
돌을 꼭대기로 올리기는 올렸으니 계약을 완수했다고 좋아한다.
다소 난해한 작품들도 있었지만 특별히 해석하거나 의미를 부여하려 하지 않고 그저 편안하게 봤다.
아쉬운 점은 그곳의 직원(?)들의 작품을 대하는 태도였다.
대형 스크린 앞에서 작품을 보고 있는데 전시실을 지키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잡담을 나누는 것이다.
공간이 크지 않은데 둘이서 잡담을 나누니 나에게 그 내용이 다 들릴 정도였다.
혹 잠시 이야기를 나누더라도 작품 보는 사람이 있으면 멈춰야 하지 않나?
내가 몇 번을 돌아봐도 계속 이야기했다. ㅠㅠ
그리고 '우당탕'이라는 설치 작품이 있었는데 직원 분이 그 작품 한가운데 앉아서 배열을 다시 하고 있었다.
우리가 다가가자 원래는 이게 아니어서 사진 보면서 다시 맞추고 있는 것이란다.
그런 것은 관람 시간이 아닐 때 해 놓아야 하는 것 아닌가?
작가가 자신의 작품이 이런 취급을 당하는 모습들을 보면 몹시 불쾌할 것 같다.
또 미디어를 보면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해드폰이 있었는데 소리가 나지 않았다.ㅠ
지방의 도립이나 시립 미술관들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그 실정은 잘 모르겠지만 좀 세심하게 관리했으면 좋겠다.
찾는 사람이 많지 않더라도 말이다.
어쨌든 이번을 시작으로 두 시간 이내 지방의 도립, 시립 미술관들을 다녀볼 생각이다.
재미있을 것 같다. 그리고 많이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며 가는 길, 소나기 터널을 통과하는 것처럼 먹구름이 낀 곳만 비가 내렸었다.
그리고 다시 해가 쨍쨍...
그러다가 돌아오는 길에 엄청난 무지개를 봤다.
이렇게 진하고 두꺼운(?), 튼튼한 무지개는 처음이었다.
그 무지개는 한동안 우리를 계속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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