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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풀이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그리고..

by jebi1009 2023. 8. 31.
책을 주문하면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도 함께 주문했다. 집에 있는 줄 알았는데 찾아 보니 없다. 이 책은 소장하고 있어야 한다.

알릴레오 북스에서 예고편으로 소개한 책.
슈테판 츠바이크의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저자인 슈테판 츠바이크의 책도 처음 읽게 되었고
그가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인물, 기억해야 할, 잊혀서는 안 되는 진짜 영웅인 '세바스티안 카스텔리오'도 처음 알게 되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종교혁명의 대표자로서 루터와 칼뱅을 역사 교과서에서 한 줄로 배웠을 뿐, 칼뱅에 대해 별다르게 알지 못했는데 잔인한 독재자의 모든 면을 갖춘 사람이라니! (그 이후 세계사에 등장하는 모든 독재자의 면모와 정확히 일치한다.)
폭력으로 새 질서를 만든 정복자, 편집광, 독재자 칼뱅과 그에 맞서는 '코끼리 앞의 모기' 세바스티안 카스텔리오.
슈테판 츠바이크는 '모든 정신적 독재에 대항한 위대한 인문주의자'라고 카스텔리오를 말한다.
 

정신은 신비로운 요소이다. 공기처럼 잡을 수도 없고 보이지도 않기에 모든 형식과 그릇에 잘 들어맞을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특성이, 정신을 완전히 억누르고 막고 가두어서 병 모양에 맞출 수 있으리라는 망상을 폭군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거듭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억압과 동시에 정신의 역동적인 방향이 자라난다. 정신은 억눌리고 짓눌릴수록 폭발물로 변한다. 모든 억압은 언젠가는 폭동을 분출시킨다. 인류의 도덕적인 자주성은 지속적으로 - 영원한 위안이다!- 파괴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원한 위안이다!-에 밑줄 쳤다.
머리말을 읽었을 때부터 가슴이 뛰었다. 슈테판 츠바이크도 세바스티안 카스텔리오도 오랜만에 내 가슴을 뛰게 했다.
그리고 내가 알지 못했던 많은 숨겨진 사건들과 인물들(내가 무식해서 몰랐던)을 알게 되어 종교와 권력과 폭력이 뒤섞인 16세기 유럽을 다시 보게 되었다.
 

역사는 그 알 수 없는 목적지로 나아가기 위해 때때로 우리에게 알 수 없는 퇴행을 마련해 놓는다. 그리고 폭풍우에 가장 튼튼한 댐과 지붕들이 무너지듯이, 유산으로 물려받은 권리의 담도 무너져 내린다. 그렇게 무시무시한 순간에 인류는 깡패집단의 유혈이 낭자한 발광으로, 양떼의 노예 같은 양순함으로 되돌아가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밀물 뒤의 썰물처럼 이 물살도 빠져나가기 마련이다. 모든 폭력통치는 극히 짧은 시간에 낡아버리거나 차갑게 식어버리고, 모든 이데올로기와 그 일시적인 승리는 그 시대와 더불어 종말을 고한다. 오로지 모든 이념 중의 이념, 절대로 패하지 않는 이념인 정신적 자유의 이념만이 영원히 되살아나온다. 그것은 정신처럼 영원한 것이기 때문이다.
 일시적으로 이 이념이 말을 못 하게 막으면, 그것은 모든 억압이 미치지 못하는 가장 깊은 양심의 공간 속으로 도망쳐 들어간다. 그래서 권력자들이 자유정신의 입을 틀어막고서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새로운 인간이 태어나는 것과 더불어 새로운 양심이 태어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제나 누군가는 인류와 인간성이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위한 싸움을 떠맡아야 한다는 정신적인 의무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언제든 모든 칼뱅에 맞서 어떤 카스텔리오가 다시 나타나서 폭력의 모든 폭행에 맞서 사상의 독자성을 옹호하게 될 것이다.

 
 
[차이에 관한 생각] - 프란스 드 발
 

 
영장류 학자인 저자의 태도가 마음에 든다. 강요하지 않는 편안함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 그리고 약간의 유머..
책을 읽는 동안 침팬지와 보노보노는 형제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침팬지가 탈출해서 사살되었다는 뉴스를 얼핏 봤을 때 그저 동물원의 동물에게서 느끼는 안타까움을 넘어서는 감정까지 느끼게 되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모성 본능'이라는 말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본능이라는 용어. 본능적 행동은 주의를 기울일 필요 없이 일어나는 변함없는 행동처럼 들리는데, 머리를 쓸 필요가 전혀 없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여성과 암컷이 아기와 새끼에게 끌리는 현상은 2억 년 간의 포유류의 진화를 감안하면 충분히 그럴 수 있지만 아이를 돌보는 기술을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연습과 학습이 필요한 것. 그러니까 모성은 본능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동차에 끌린다고 자동차를 다룰 줄 아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자동차 본능이라고는 하지 않으면서 모성 본능이라는 말은 많이 한다.
 
이 책은 진화와 문화. 영장류 연구의 변화 발전. 그리고 페미니즘의 변화 흐름 등을 통해, 미루어 짐작하고 속단한 여러 고정관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내가 침팬지를 얘기하면 남자들이 우쭐하고 보노보노를 얘기하면 여자들이 환호한다.

 
침팬지와 보노보노가 문제가 아니라 우쭐과 환호가 문제인 것이다.
가치를 부여하고 옳고 그름을 말하는 것은 생물학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차별과 편견을 가진 영장류는 인간이 유일하다는 것.
 
 
[이상문학상 작품집]  2023년 제46회
 

 
소설을 읽지 않을 수는 없었다.
소설 문장을 읽는 그 느낌을 지나칠 수 없기 때문이다.
문학상 작품집은 새로운 작가들도 만날 수 있고 현시점의 다양한 소재도 접할 수 있어 좋다.
2000년대 이후 등단한 작가들의 작품이다.
30대 젊은 작가도 있고 격투기, 아이돌, 동성애, 재난상황.. 등등 소재도 다양하고 상상력도 풍부하다.
색깔이 다른 작가들의 수상작을 읽으며 글을 쓰는 사람들의 성향에 대해 생각해 봤다.
기본적으로 우울함이 있고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혼자 책을 읽고 글을 썼던 사람들이 작가가 되나?
그런 자신의 분위기와 경험이 드러나는 작품을 많이 볼 수 있다. 이 작품집에도 역시 그런 작품이 보인다.
그냥 뻔한 수순인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떤 사람이 작가가 되나?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예상치 못한 사람이 작가가 되는 경우는 없나?
 
 
[아트 하이딩 인 뉴욕] - 로리 짐머(글), 마리아 크라신스키(일러스트)
 

 
알릴레오 북스에서 광고하던 책, 아니 광고는 '아트 하이딩 인 파리'였다.
도서관에 검색해 보니 '파리'는 없고 먼저 나온 '뉴욕'이 있었다.
내용은 제목에서 알려 주듯이 유명한 미술관이나 갤러리가 아닌
거리나 공공장소, 대중들이 감상할 수 있는 공간에 있는 예술품들을 알려준다.
더불어 예술가들이 머물렀던 장소에 얽힌 이야기도.
나는 여행을 계획하면서 미국과 중국은 한 번도 여행지로 고려해 본 적이 없다.
미국은 여행지로 매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뉴욕에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딸아이와 전화 통화 하면서 이 이야기를 했더니 대뜸 말한다.
'엄마 빨리 여행 가. 미국은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가야지. 미국은 너무 멀잖아.'
그렇다. 먼 곳은 힘에 부친 나이가 되어 버렸다.
설렘보다는 피곤함이 먼저 떠오르는 나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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