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나무의 꽃을 보는 것은 언제나 즐겁지만 그 열매를 그냥 썩히는 것이 좀 걸렸다.
매실을 살구 먹듯이 바로 먹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매실은 그냥 먹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매실청을 담아 먹을 만큼 매실청을 즐기지도 않으니 그저 다시 흙과 나무의 거름으로 돌아가는 것만 지켜볼 뿐이었다.
그러다가 올해는 매실 장아찌를 담아볼 마음이 생겼다.
새콤달콤 피클 같은 맛이 날 것 같았다.
매실 장아찌는 다른 것이 아니라 매실청의 건더기와 비슷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매실청 담그는 것과 같았다.
조금 다른 것은 씨를 발라내는 것과 소금에 살짝 절여서 설탕을 버무리는 것이다.
설탕이 다 녹아 매실이 오독오독해지면 냉장고에 넣어 놓고 먹을 수 있다.
그 매실을 고추장이나 양념을 해서 반찬으로 먹기도 하지만 나는 일단 새콤달콤 매실을 먹어 보기로 했다.
여기저기 곁들이기 좋을 것 같았다.
매실은 나무에서 따야 하는 것인지, 땅에 떨어진 것을 줍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일단 통통한 것을 줍기도 하고 나무에서 따기도 했다.
아주 조금 한 소쿠리 가져와서 씻어서 씨를 발라냈다.
양이 적어서 그런대로 했지만 양이 많았다면 손이 남아나지 않았겠다. ㅠㅠ
소금에 살짝 절여 물기를 빼고 설탕과 같은 비율로 버무려 유리병에 넣었다.
일주일쯤 뒤에 조금 맛을 보니 쓴 맛이 좀 남아 있고 그 향이나 식감이 괜찮았다.
시간이 더 지나면 오독오독 새콤달콤 상큼한 맛이 날 것 같다.
와인 안주로 치즈와 먹어도 괜찮을 듯..ㅎㅎㅎㅎ
이불 빨래를 했다.
구들방 침구인 목화솜 요와 이불이다.
결혼할 때 혼수로 엄마가 해 준 것이다.
서울에서는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가 간청재 오면서 사용하게 되었다.
물론 구들방과는 잘 어울리고 침구로서는 정말 좋다.
그런데 관리가 너무 힘들다.ㅠㅠㅠㅠ
청소할 때마다 요와 이불을 터는 것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게다가 어찌나 요가 두껍고 길이도 긴지...ㅠ 사위가 키가 큰 것도 아닌데 말이다.
처음에는 계절마다 자주 홑청을 뜯어서 빨고 다시 꿰매고 했었는데
너무 힘들어 점점 그 횟수가 줄어들고 있다.
요와 이불 홑청을 뜯어서 빨고 다림질하고 다시 꿰매는 것은 하루 온종일 걸리는 작업이다.
그 노동의 강도가 정말 만만치가 않다.
청소할 때도 그 침구를 꺼내서 두드려 털고 햇빛 좋을 때는 내다 널고 하는 것이 힘에 부친다.
가볍고 세탁도 용이한 침구를 갖고 싶다.
원앙금침은 예쁘기는 해도 아무 때나 세탁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아무리 요 위에 패드를 더하고 그 패드를 맘껏 세탁한다고 해도 요의 홑청을 세탁하지 않을 수는 없다.
게다가 솜은 두드리고 햇빛을 보여야 보송해지는 느낌이다.
작년에도 요와 이불을 빨면서 다짐했다.
내년에는 침구를 바꿀 것이라고...
처음 간청재 와서 이 침구를 사용할 때에는 너무도 좋았다.
늙어서 기운이 없을 때까지 계속 사용하려고 했다.
그런데 너무 힘들다...ㅠㅠ
10년은 사용하려고 했으나 이제 7년이 넘어가는데 정말 바꾸고 싶다.
내년에는 다시 요와 이불 홑청을 꿰매지 않을 것이다.
쉽게 세탁할 수 있는 침구를 장만할 것이다.
그러면 이 원앙금침은 어찌할 것인가..??
그냥 버리는 것이 답이다.
물론 솜을 틀고 요의 크기를 다시 조정하고 호청은 꿰매지 않는 것으로 바꿀 수 있겠으나
그 비용이나 새로 침구를 마련하는 비용이나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게다가 그렇게 리폼한 침구도 결국 또 힘에 부칠 것이다.
그래서 과감하게 요와 이불을 버려야 하는데... 결심 또 결심해야 한다. 할 수 있다!!
내년에 또다시 이불 꿰매는 사진을 찍지는 않겠지...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