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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선물

by jebi1009 2023. 6. 6.

용가리에게 선물을 받았다.

명목은 결혼기념일 선물.

결혼기념일 선물로 충전식 예초기를 받았다.

목걸이, 가방, 화장품... 이 아닌 예초기!

물론 이런 선물을 아무나 받을 수는 없지..ㅋㅋㅋ

 

용가리가 사용하는 것은 엔진이 달린, 등에 메고 해야 하는 예초기다.

성능은 가장 좋지만 무겁고 힘이 들어 오후 반나절 작업하고 나면 저녁 먹을 때 어김없이 손을 떤다.

매일 마주치는 건배 잔이 버겁다 ㅠㅠ

풀이 한창 기승을 부릴 때는 마당 안 쪽을 제외한 곳은 도저히 뽑을 수가 없다.

앞 뒤 마당 풀 뽑기도 장난이 아니지만 그 가장자리와 비탈과 도랑에 무성하게 자라나는 풀들은 감당이 안 된다.

마구 뽑다가 낫으로도 해 봤지만 허리가 너무 아프다..ㅠㅠ

용가리의 예초기가 다녀가기를 기다리려니 축대 위로 칡이 마구 내려온다.

용가리는 여름 내내 위 아래 땅에서 예초기를 돌리는데 그렇게 두어 번 하고 나면 찬 바람이 부는 계절이 온다.

그렇게 해도 위 아래 땅이 동시에 단정해지지도 않는다. 아래 땅 겨우 깎고 나서 위 땅 시작하면 다시 아래 땅은 풀로 덮이기 시작한다.

마당 풀 뽑기도 마찬가지다.

앞마당 겨우 뽑고 뒷마당 시작해서 절반 하면 다시 앞마당에서 풀이 올라온다.

비라도 한 번 내리면 다시 원상 복귀..ㅠㅠ

여름 내 위 아래 땅, 앞 뒤 마당이 동시에 깨끗한 적이 없다.

앞마당 깨끗하게 풀 뽑고 만족스럽게 바라보는 날이 딱 3일 정도?

게다가 텃밭 풀도 뽑아 줘야 한다.

물론 이제는 기대치를 많이 낮춰서 대충 하지만 그래도 잠시 나들이라도 다녀오면 다시 며칠은 고개 처박고 풀 뽑기에 매진한다. 

 

내가 낫으로 몇 번 하다가 낫도 잘 들지 않는다고 투덜댔더니 용가리가 폭풍 검색해서 심사숙고한 결과 낙점된 예초기다.

용가리가 쓰는 예초기보다는 가볍지만 그래도 어깨나 목에 걸 수 있는 끈을 만들어야겠다.

화끈하게 사용해 보려고 하는데 용가리가 어찌나 잔소리를 하는지... 쯧...

돌 옆에는 하면 안 된다. 축대가 너무 가깝다. 무리하다가 날이 튀면 큰 일 난다. 날을 위로 들지 말아라....

나도 안다고!

 

 

지난 토요일 툇마루에서 머리 말리는데 엄청나게 큰 달이 떴다.

뒤 이어 용가리도 샤워하고 툇마루에서 담배 피우다가 나를 부른다.

이리 와 봐... 빨리...

뭔 일? 

달 보라는 것이다. 용가리 눈에도 달이 확 들어왔나 보다.

용가리는 '달'같은 것에 우와~ 할 사람이 아닌데 말이다.

달력을 보니 음력 보름이다. 

유난히 큰 달이었다.

 

정말 큰 달이 똭!!하고 떴는데 사진으로는 담을 수가 없다.ㅠㅠ

 

** 지난번 비에 작약은 스러지고 그 허전한 마음을 달맞이꽃이 채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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