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이랑 만들고 퇴비도 주었으니 씨 뿌리고 모종 사서 심을 차례다.
4월 말부터 5월 초에 모종을 사다 심는데 그때 날씨가 참 종잡을 수가 없다.
날이 괜찮은 것 같아 모종을 사다 심으면
기온이 뚝 떨어지고 바람이 엄청 불어서 심어 놓은 모종이 냉해를 입거나 부러지기도 한다.
그런 일이 꼭 있다.
얼마 전에도 기온이 뚝 떨어지고 바람이 불어 씨앗에서 싹이 나서 떡잎이 제법 잘 자란 수세미와 오이가 타격을 입었다.
온실 없이 그냥 마당에서 모종을 만드는 것이 쉽지가 않다.
내년에는 집 안에서 만들어 볼까?^^;;
일단 읍내 나갈 일이 있어 모종을 샀다.
오이와 수세미도 망쳤으니 고놈들도 사야 했다.
날씨를 관망하다가 되도록 늦게 심으려고 했지만 일단 모종을 사다 놓으니 후딱 심어버리고 싶은 마음이다.
아무리 정성을 다 해도 중간에 목이 부러지는 놈, 알 수 없이 시들어 버리는 놈, 알 수 없는 생명체에게 잎을 다 뜯기는 놈...
그래... 살아남는 놈은 살아 남고 아님 할 수 없지...
그래서 진득하게 두고 보려던 마음을 접고 다음날 심어버렸다.
호박은 뒤쪽 땅에 심었다.
호박은 그냥 던져둬도 잘 큰다고 하는데 우리는 호박이 잘 안 된다.
호박에 지주대를 꽂아 묶어 두는 것은 잘 못 봤지만 모종 심어 놓으면 몇 개 살아남지 못해서 올해는 지주대에 묶었다.
땅콩과 오이 모종 심은 곳에 용가리가 줄을 쳤다.
고라니 막아 보겠다고 우리도 애쓴다...ㅎㅎ
고라니가 난입해서 땅콩 모종 다 뽑아 놓고 오이 모종도 잎을 뜯거나 뽑아 놓은 적이 있어 그 후로는 줄을 쳤다.
줄을 치면 고라니도 그렇지만 사람도 걸리적거린다.
물을 주거나 풀을 뽑거나 하려면 줄이 있어 불편하다.
그래도 고라니가 불편하면 좋겠는데 사람인 우리만 불편할까봐 걱정이다.
아직까지는 그래도 별것 아닌 줄이지만 고라니를 막아 주는 것 같기는 하다.
요즘은 꼬물이들도 한몫한다.
텃밭 사이 돌아다니고 갈아 놓은 밭이 자기들 전용 화장실이다.
막대기를 꽂지 않은 땅콩밭이 걱정이라서 몇 번을 야단치고 타일렀다.
그것을 보던 용가리가 말한다.
'야 그거 알아들으면 쟤네들이랑 겸상을 하지..'
** 역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모종 심고 비가 내려 좋아했더니 어젯밤에 바람이 엄청나게 불었다.
잠을 설칠 정도로 바람 소리가 요란했다.
아침에 내다보니 떡실신한 모종들이 몇 개 보인다. ㅠㅠ
다시 사다 심을지 좀 생각해 봐야겠다... 쩝....
매발톱이 한창이다.
꽃 뒷부분이 정말 매의 발톱같이 생겼다.
전에는 왜 매발톱인지도 몰랐다.^^;;
할미꽃은 꽃잎을 다 떨어뜨리고 그 씨를 만방에 퍼트리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