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의 계절.
오디는 뽕나무의 열매.
예전에는 뽕나무와 오디의 관계도 몰랐었지만 이제는 때가 되면 오디 먹을 생각을 하게 되었다.
축대 위의 뽕나무 오디는 정말 굵고 탐스럽게 생겼지만 맛이 없다.
왜 그럴까??? 단 맛이 없다. 그런데 때깔은 엄청 좋다.
길 건너 도랑에 있는 뽕나무는, 처음에는 달고 맛있는 오디가 열렸는데 갈수록 나무가 기운을 잃고 오디도 잘 열리지 않는다. 잡초와 기타 등등의 틈바구니에서 기력이 쇠한 것 같다.
길 옆에 있는 뽕나무 오디는 맛도 있고 열매도 풍성하다.
그런데 갈수록 그놈의 하얀 벌레들이 극성이다.
가지가 늘어진 곳의 오디들은 예외 없이 허옇게 그물을 덮어쓰고 있고 게다가 수분도 말라버린다.
그나마 높이 있는 곳의 오디들은 벌레들을 피할 수 있어 괜찮은데 따 먹기가 힘들다.
큰 우산을 거꾸로 매달아 놓고 털면 좋다는 정보를 듣고 당장 실행에 옮겼다.
일단 큰 우산이 없었지만 아쉬운 대로 집에 있는 우산을 걸고 털어 봤지만 결과는..ㅠㅠ
잘 익은 오디가 몰린 가지에 우산을 걸었지만 가지를 장대로 치면 생각만큼 우산 안으로 떨어지는 것이 별로 없다.
요령이 없어서 그런가 보다..ㅠ
몇 번 해 보다가 그냥 장대로 털어서 땅바닥에 떨어지는 오디를 주웠다.
아까운 마음에 흙 묻은 것들 탐내지 말고 깨끗하고 때깔 좋은 것들로만 담았다.
작년에는 아까운 마음에 욕심껏 주워 담았더니 잘 씻는다고 씻어도 흙이 다 떨어지지가 않아 오디잼에 흙이 씹혔다.ㅠㅠ
그래도 전부 다 그렇지는 않았고 한 두 번 정도 잼 먹다가 흙을 씹었다.
오디잼 했다고 나눠주기도 했는데.... 내 오디잼 받은 사람들 흙 씹지 않았을까 걱정되고 미안하다.
올해는 그냥 먹을 만큼 먹기로 했다.
냉동고에 얼리거나 잼으로 만들지 않고 그냥 오디 나올 때 조금씩 주워 먹기로...
한 해 실컷 먹으면 다음 해는 그렇게 욕심부리지 않게 된다.
오디를 보고 나니 포도 주스가 생각나서 냉장고를 열었다.
이 포도 효소?? 주스??는 선한 기운이 전해지는 음료수다.
마음이 팍팍해지거나 못된 생각이 들 때 한 잔씩 하면 좋다.
활골의 선한 마음이 가득 담긴 맛있는 포도청이다.
활골 내외를 전주에서 만나 맛있는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고 커피 마시며 수다 떨고 헤어졌다.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에 용가리와 말했다.
우리도 참 착하게 살아야 하는데... 그렇게 다짐했는데 참 안돼.. 그치?
저렇게 착하게 살아야 하는데 말이야...
활골에서 정말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쭈욱~~
선한 사람들은 우리가 걱정하지 않아도 행복하게 잘 살겠지..
착한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고 마주 보고 있으면 그 선한 기운이 나에게도 스며든다.
그래서 마음이 따뜻해진다.
아.... 나도 착하게 살아야 하는데...
가끔 내가 너무 못되게 굴고 있다 생각되면 활골 내외 만나자고 해야겠다.
맛있는 것 많이 많이 사 줄 테니 우리에게 계속 선한 기운 전해 주기를...ㅎㅎㅎㅎ
** 올해 상추가 아주 예쁘게 났다. 4종류의 상추 씨를 뿌렸다. 물론 내가 적절하게 솎아 주는 것도 한 몫했다.
꽃밭 같은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