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痛飮大快
  • 통음대쾌
음풍농월

태안사

by jebi1009 2023. 4. 19.

그때.. 선암사 다녀올 때 월등 압록 지나면서 그 길이 좋았잖아...

월등 생각난다.. 그 길 다녀올까?

 

용가리가 스님과 다녀온 그 길을 말하면서 길을 나섰다.

봄날, 스님과 선암사에 다녀오면서 처음 알게 되었던 월등..

복숭아가 맛있다고 말씀하셨다.

그 길에 꽃이 만발했었는데 복숭아꽃인지는 모르겠다.

 

https://jebi1009.tistory.com/190

 

紅塵에 뭇친 분네 이내 生涯 어떠한고 2015/04/01

녯 사람 풍류(風流)를 미칠가 못 미칠까. 천지간(天地間) 남자(男子) 몸이 날 만한 이 하건마는, 산림(山林)에 뭇쳐 이셔 지락(至樂)을 마랄 것가. 수간모옥(數間茅屋)을 벽계수(碧溪水) 앏픠 두고

jebi1009.tistory.com

내 블로그를 찾아보니 매화였구나..

월등 복숭아는 처음 들었었다.

맛있다는 복숭아 농장도 말씀하셨는데 지금도 내 휴대폰 메모 폴더에 적혀 있다.

월등 천만석 복숭아... 이렇게 적혀 있다.

그런데 한 번도 주문해서 먹어보지 못했다.

복숭아를 엄청 좋아하는데 그때 온라인으로 뒤져봐도 천만석 복숭아는 찾을 수가 없어서 먹지 못하고 잊고 있었다.

이번 월등 지나면서 그 복숭아 농장 간판을 봤다.

정말 반가웠다.

스님과 함께 지날 때는 복숭아 농장 간판들을 볼 수 없었는데 이번에는 엄청난 복숭아 농장들의 간판을 볼 수 있었다.

그 길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마도 다른 길일 수도 있겠다.

 

선암사에서 실상사로 돌아오는 길에 태안사 가는 길이 좋으니 그 길로 가자고 동행 분이 말씀하셔서 보성강 압록 월등을 지나왔었다.

그때 동행했었던 분은 스님 49재 마지막에 봉암사에서 만나 눈물을 흘렸었다.

그분 트렁크에는 시원한 맥주와 간단한 안주거리가 있었다. 항상 그렇게 상비하고 다니신다고..ㅎㅎ

그 길을 오면서 강가 팔각정에서 잠시 쉬면서 맥주를 마셨었다.

해가 저물어가는 강가에서...

그 팔각정에도 들러 강물을 보고 싶었다.

 

일단 집을 나서 태안사로 길을 잡았다.

태안사 경내를 들어서는 순간 이곳에 왔었다는 기억이 없었다.

이상하다...ㅠㅠ 

분명 스님께서 태안사에 동안거하실 때 너도님 설님이랑 뵈러 갔었는데..

조태일 문학관도 가고 문어짬뽕도 먹었는데 말이다.

그런데 태안사에 들어갔는지 기억이 없다.

사찰에 대한 안목과 지식이 일천해서 머릿속에서 여러 사찰이 마구 섞여 버리기도 하니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용가리도 처음 온 것 같다고 한다.

그렇다면 결재 중이시던 스님께서 그 길을 걸어 나오셨나?? 차로 한참 들어가는데 말이다...

엊그제 일도 기억할 수 없으니 7,8년 전 일에 확신할 수가 없다.ㅠㅠ

 

어쨌든 이번에는 확실하게 태안사 경내를 눈에 담고 왔다.

비도 부슬부슬 내리고 사람 하나 없는, 너무나도 조용한 경내는 오히려 내 마음을 들뜨게 만들었다.

그저 전각 사이를 걷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일주문도 예쁘고 작은 문을 통과해 들어가 볼 수 있는 적인선사탑이 참 예뻤다.

아직 동백꽃이 남아 있었다.

 

동리산문을 지나 걸어 들어오면 예쁜 일주문이 있다. 동리산 태안사
대웅전 부처님
머리를 숙여 들어가야 하는 배알문을 지나면 적인선사탑이 보인다.
탑이 정말 예쁘다. 보물.
사자
자물통이 달린 문
사천왕상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삼층석탑

 

 

태안사에서 나와 스님과 함께 했던 그 길과, 길가에서 잠시 쉬었던 팔각정을 찾고 싶었다.

금방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두어 시간이나 근처를 돌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나중에는 너무 피곤하고 시간도 늦어버려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용가리가 말한다.

'우리도 참 미련하다. 왜 그렇게 그곳을 찾으려고 했을까...'

그 길일 것 같은 곳을 여러 번 지나쳤지만 그곳은 이미 테마파크와 유원지, 자전거 도로 등으로 그때의 느낌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곳이 아니라 다른 길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계속 헤매고 다닌 것..^^;;

모르겠다... 혹 다른 길이 있는데 우리가 못 찾았을 수도...

 

오늘은 늦었으니 다음에 와서 다시 그 길을 찾자고 했지만 돌아오는 길에 용가리와 말했다.

'우리도 참 웃기다. 8년 전의 그곳을 다시 찾으려고 하다니 말이야..

이미 우리가 지나친 길에 그 팔각정이 있던 자리인지도 모르지.. 아니면 저 자전거 도로 안쪽에 있었는지도 말이야..

우리는 진짜 뭘 찾으려 한 것일까?'

우리는 다시 그 길을 찾으러 오지 않기로 했다.

스님과 함께 했던 그 길은 이제 없다.

용가리의 마음과 내 마음에 있던 길도 다르다. 그 팔각정에서 기억하는 장면도 다르다.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던 마음... 그 마음은 이제 다시 넣어 두어야겠다.

 

월등을 지나면서 내가 용가리에게 말했다.

'내가 월등越等을 월등月燈이라고 말했잖아.'

달이 둥실 오르는 모습의 마을이라고 월등을 말씀하시는데 갑자기 나는

'월등하다도 달이 쑥 올라오는 것처럼 뛰어나다는 뜻인가?' 이랬다.

스님은 '그건 그 뜻이 아니지' 하셨다.

나도 곧 '맞다.. 아니지 월등은 뛰어넘다는 뜻인데..^^;;'

갑자기 달이 떠오르는 것과 그렇게 빼어난 것이 월등하다는 뜻으로 순간 착각이 들었다.

스님은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니 해석이 더 낫다. 달이 쑥 오르는 것처럼 뛰어난 것이 더 좋네..'

 

용가리가 나에게 말했다.

'압록鴨綠이 오린가? 비둘긴가? 하여간 이마빡이 푸른색이라고 하셨는데..'

뭔 비둘기? ㅎㅎ

'스님이 노래도 불렀었는데..'

 

간청재로 돌아오니 날이 저물었다.

원래는 남원시에서 장도 보고 회 떠와서 먹으려고 기대했는데 결국 라면을 끓여 소주잔을 기울였다.

스님이 많이 보고 싶었다.

 

 

 

'음풍농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물  (2) 2023.06.06
텃밭  (2) 2023.04.30
봄기운  (2) 2023.04.12
꽃길  (2) 2023.04.05
꽃의 발견  (0) 2023.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