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선암사 다녀올 때 월등 압록 지나면서 그 길이 좋았잖아...
월등 생각난다.. 그 길 다녀올까?
용가리가 스님과 다녀온 그 길을 말하면서 길을 나섰다.
봄날, 스님과 선암사에 다녀오면서 처음 알게 되었던 월등..
복숭아가 맛있다고 말씀하셨다.
그 길에 꽃이 만발했었는데 복숭아꽃인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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紅塵에 뭇친 분네 이내 生涯 어떠한고 2015/04/01
녯 사람 풍류(風流)를 미칠가 못 미칠까. 천지간(天地間) 남자(男子) 몸이 날 만한 이 하건마는, 산림(山林)에 뭇쳐 이셔 지락(至樂)을 마랄 것가. 수간모옥(數間茅屋)을 벽계수(碧溪水) 앏픠 두고
jebi1009.tistory.com
내 블로그를 찾아보니 매화였구나..
월등 복숭아는 처음 들었었다.
맛있다는 복숭아 농장도 말씀하셨는데 지금도 내 휴대폰 메모 폴더에 적혀 있다.
월등 천만석 복숭아... 이렇게 적혀 있다.
그런데 한 번도 주문해서 먹어보지 못했다.
복숭아를 엄청 좋아하는데 그때 온라인으로 뒤져봐도 천만석 복숭아는 찾을 수가 없어서 먹지 못하고 잊고 있었다.
이번 월등 지나면서 그 복숭아 농장 간판을 봤다.
정말 반가웠다.
스님과 함께 지날 때는 복숭아 농장 간판들을 볼 수 없었는데 이번에는 엄청난 복숭아 농장들의 간판을 볼 수 있었다.
그 길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마도 다른 길일 수도 있겠다.
선암사에서 실상사로 돌아오는 길에 태안사 가는 길이 좋으니 그 길로 가자고 동행 분이 말씀하셔서 보성강 압록 월등을 지나왔었다.
그때 동행했었던 분은 스님 49재 마지막에 봉암사에서 만나 눈물을 흘렸었다.
그분 트렁크에는 시원한 맥주와 간단한 안주거리가 있었다. 항상 그렇게 상비하고 다니신다고..ㅎㅎ
그 길을 오면서 강가 팔각정에서 잠시 쉬면서 맥주를 마셨었다.
해가 저물어가는 강가에서...
그 팔각정에도 들러 강물을 보고 싶었다.
일단 집을 나서 태안사로 길을 잡았다.
태안사 경내를 들어서는 순간 이곳에 왔었다는 기억이 없었다.
이상하다...ㅠㅠ
분명 스님께서 태안사에 동안거하실 때 너도님 설님이랑 뵈러 갔었는데..
조태일 문학관도 가고 문어짬뽕도 먹었는데 말이다.
그런데 태안사에 들어갔는지 기억이 없다.
사찰에 대한 안목과 지식이 일천해서 머릿속에서 여러 사찰이 마구 섞여 버리기도 하니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용가리도 처음 온 것 같다고 한다.
그렇다면 결재 중이시던 스님께서 그 길을 걸어 나오셨나?? 차로 한참 들어가는데 말이다...
엊그제 일도 기억할 수 없으니 7,8년 전 일에 확신할 수가 없다.ㅠㅠ
어쨌든 이번에는 확실하게 태안사 경내를 눈에 담고 왔다.
비도 부슬부슬 내리고 사람 하나 없는, 너무나도 조용한 경내는 오히려 내 마음을 들뜨게 만들었다.
그저 전각 사이를 걷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일주문도 예쁘고 작은 문을 통과해 들어가 볼 수 있는 적인선사탑이 참 예뻤다.
아직 동백꽃이 남아 있었다.
태안사에서 나와 스님과 함께 했던 그 길과, 길가에서 잠시 쉬었던 팔각정을 찾고 싶었다.
금방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두어 시간이나 근처를 돌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나중에는 너무 피곤하고 시간도 늦어버려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용가리가 말한다.
'우리도 참 미련하다. 왜 그렇게 그곳을 찾으려고 했을까...'
그 길일 것 같은 곳을 여러 번 지나쳤지만 그곳은 이미 테마파크와 유원지, 자전거 도로 등으로 그때의 느낌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곳이 아니라 다른 길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계속 헤매고 다닌 것..^^;;
모르겠다... 혹 다른 길이 있는데 우리가 못 찾았을 수도...
오늘은 늦었으니 다음에 와서 다시 그 길을 찾자고 했지만 돌아오는 길에 용가리와 말했다.
'우리도 참 웃기다. 8년 전의 그곳을 다시 찾으려고 하다니 말이야..
이미 우리가 지나친 길에 그 팔각정이 있던 자리인지도 모르지.. 아니면 저 자전거 도로 안쪽에 있었는지도 말이야..
우리는 진짜 뭘 찾으려 한 것일까?'
우리는 다시 그 길을 찾으러 오지 않기로 했다.
스님과 함께 했던 그 길은 이제 없다.
용가리의 마음과 내 마음에 있던 길도 다르다. 그 팔각정에서 기억하는 장면도 다르다.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던 마음... 그 마음은 이제 다시 넣어 두어야겠다.
월등을 지나면서 내가 용가리에게 말했다.
'내가 월등越等을 월등月燈이라고 말했잖아.'
달이 둥실 오르는 모습의 마을이라고 월등을 말씀하시는데 갑자기 나는
'월등하다도 달이 쑥 올라오는 것처럼 뛰어나다는 뜻인가?' 이랬다.
스님은 '그건 그 뜻이 아니지' 하셨다.
나도 곧 '맞다.. 아니지 월등은 뛰어넘다는 뜻인데..^^;;'
갑자기 달이 떠오르는 것과 그렇게 빼어난 것이 월등하다는 뜻으로 순간 착각이 들었다.
스님은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니 해석이 더 낫다. 달이 쑥 오르는 것처럼 뛰어난 것이 더 좋네..'
용가리가 나에게 말했다.
'압록鴨綠이 오린가? 비둘긴가? 하여간 이마빡이 푸른색이라고 하셨는데..'
뭔 비둘기? ㅎㅎ
'스님이 노래도 불렀었는데..'
간청재로 돌아오니 날이 저물었다.
원래는 남원시에서 장도 보고 회 떠와서 먹으려고 기대했는데 결국 라면을 끓여 소주잔을 기울였다.
스님이 많이 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