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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땅콩, 가을

by jebi1009 2023. 10. 10.

올해 마지막 수확물 땅콩을 갈무리했다.

아직 수세미가 남아 있지만 수세미는 기약이 없다.

처음 두 개는 잘 말라서 수세미를 만들었는데 그 후로 달려 있는 수세미들은 아직도 파릇파릇하다.

수세미는 그냥 방치 모드로 나가기 때문에 사실상 신경 쓰고 거둬들일 작물은 다 끝난 것이다.

무, 배추, 쪽파를 심지 않았기 때문에 일찍 텃밭을 비울 수 있게 되었다.

무는 조금 심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지만 8월이 너무 더워서 삽 들고 밭을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물 많고 달큰한 무와 고소한 배춧잎을 생각하면 아쉽지만 쉬어가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땅콩을 잘 말려서 겉 껍질을 벗기면 분홍색 예쁜 알콩이 나온다. 정말 맛있다.

 

땅콩을 수확하니 이제 텃밭이 거의 비었다. 아직도 수세미는 무성하다.
아직도 통통하게 물이 많다. 언제쯤 마르지??
단호박 줄기도 걷어내는데 요 작은 아이가 남아 있었다. 먹기도 아깝다.
가을 머위가 지천이다. 머위는 한겨울 잠깐만 볼 수 없고 사시사철 보는 것 같다.

 

마당에서 서성거리다가 툭... 투둑.. 하는 소리가 들린다.

밤이 떨어지는 소리.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밤송이가 떨어진다.

반짝거리는 알밤을 한 바구니 주워 삶아 먹었다.

 

올해는 깜빡 잊고 홍옥을 못 먹을 뻔 했다. 다행스럽게도 홍옥 끝나기 전에 주문했다.

 

아래위 땅 풀베기를 해 놓으면 멧돼지가 와서 놀이터처럼 뒹굴다 간다.

포클레인이 와서 파헤쳐 놓은 것 같다.

간신히 나무들 있는 곳만 피해 간 듯..

이러다가는 나무들도 뿌리째 뽑힐 것 같다.ㅠㅠ

아... 멧돼지!!! 

다행스럽게도 집 마당까지는 아직 오지 않는데 마당까지 멧돼지가 진출하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최후의 수단은 마당을 모두 공구리쳐야 하남? ㅠㅠ

멧돼지가 아니어도 마당은 두더지 때문에 골치다.

두더지가 굴을 파 놓아서 부추는 거의 공중부양하는 것 같다.

처음에는 고라니가 와서 꽃과 작물 먹어치우고 다 뽑아놔서 속상했는데 이제는 고라니가 제일 나은 것 같다.

멧돼지가 한 번 나타나기 시작하면 밭작물은 물론이고 백합이나 수선화 같은 알뿌리 꽃들도 다 먹어치운다고 한다.

제발 집 마당까지는 오지 않았으면... 제발!!!!!

 

멧돼지가 지나간 자리

 

역시 가을이 좋다.

이제 슬슬 겨울나기 준비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

제일 먼저 땔감을 준비해야 한다.

장작을 쌓고 나무들 가지도 쳐 주고... 이렇게 또 한 해가 지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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