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를 수확했다.
한 나무에 열린 것들이지만 일찍 떨어져 버린 것들, 나무에 달린 채로 청피가 까맣게 된 것들, 아직도 딴딴하게 청피가 벌어지지도 않은 것들, 딱 좋게 적당히 청피가 벌어진 것들... 천차만별이다.
올해는 비가 많이 내려서 일찍 떨어진 것들이 많았다.
떨어진 것들 중에는 멀쩡해 보여도 썩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괜찮아 보이는 것들만 골라서 깨끗이 닦고 말리고 하지만 나중에 보면 대부분 썩어 있다.
그런 것들은 말리는 과정에서 손으로 벌려 보면 쉽게 쪼개진다.
긴 장대로 쳐서 호두를 털었는데 꼭대기에 있는 것들은 그냥 포기하는 수밖에..ㅠ
청피가 단단한 것들은 일주일 이상 묵혀 두었다가 청피를 제거한다.
그렇게 하면 청피는 잘 벗겨지는데 호두가 까맣게 되어서 예쁘지는 않다.
호두 끝이 살짝 금이 가 있으면 탁 쳐서 청피를 벗기는데 그렇게 쏙 벗겨지는 것이 많지는 않다.
그렇게 청피를 벗긴 호두가 때깔이 이쁘다.
호두를 털고 사방으로 줍고 청피 벗기고 물에 넣어 솔로 박박 씻어내서 말린다.
역시 쉬운 일이 없다. 호두 한 알도 입에 넣으려면 땀범벅이 되어 몸을 움직이고 여러 날 신경 쓰며 돌보아야 한다.
올해 처음 심어 본 수세미.
수세미가 바싹 마를 때까지 놔두었다가 껍질 벗기고 씨앗 털어서 말리면 된다고 하기에 그냥 내처 두었다.
수세미 몇 개가 밑에부터 갈색으로 되기에 마르는 줄 알았더니 썩는 것이었다.
몇 개는 이상해서 잘라냈더니 안에 벌레도 있고 상한 것이었다.
수세미를 처음 봐서 어떤 상태가 익은 것이고 어떤 상태가 말라가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많이 익은 수세미는 껍질을 벗겨서 물에 삶아 쓴다고도 하는데 그냥 마를 때까지 놔두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말라가는 수세미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바싹 마른 수세미 두 개가 보여서 일단 처치를 해 보기로 했다.
껍질을 벗기고 씨앗을 털어냈다. 생각보다 씨앗이 엄청 많다.
물에 넣고 조물조물 빨면서 남은 씨앗을 빼냈다.
안쪽 섬유질에 걸려서 나오지 못하는 씨앗을 빼내느라 씨름을 했다.
그런데 나중에 찾아보니 설거지하다 보면 박혀 있는 씨앗도 다 나온다며 억지로 빼낼 필요 없단다.ㅠ
어쨌든 처음으로 천연 수세미를 만들어 널었다.
지금 달려 있는 수세미들이 중간에 썩지 않고 다 마르면 일 년치 수세미로 쓸 수 있으려나?
손뜨개로 떠서 만드는 수세미보다 천연 수세미가 훨씬 좋다.
물론 품은 더 들지만 앞으로 수세미는 잘 키워서 써야겠다.